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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조직화 개론
양장
이규열
2025.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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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자기조직화 개론 1 … 12
자기조직화 개론 2 … 14
자기조직화 개론 3 … 16
자기조직화 개론 4 … 18
자기조직화 개론 5 … 20
자기조직화 개론 6 … 22
자기조직화 개론 7 … 24
자기조직화 개론 8 … 25
자기조직화 개론 9 … 27
자기조직화 개론 10 … 29
자기조직화 개론 11 … 31
자기조직화 개론 12 … 33
자기조직화 개론 13 … 35
자기조직화 개론 14 … 37
자기조직화 개론 15 … 39

제2부


잉여골 사랑 … 42
인연 … 44
금, 금정, 금정산 … 45
말씀과 은유 … 46
그대의 일상은 나의 환상입니다 … 48
그대의 일상은 나의 슬픔이고 고통입니다 … 49
벚꽃은 지는데 … 51
위대한 하루 … 52
풍경의 진화 … 53
독서의 재발견 … 55
그림자, 그늘 … 57
가을 기도 … 59
바깥 길 1 … 60
바깥 길 2 … 61

제3부


세월아 죽음아 … 64
한여름 밤의 꿈 … 65
무기질 바람, 유기질 사랑 … 67
힘들게, 쉽게 … 69
코기토, 사랑 … 71
마스크족 인간 … 72
구름감옥 … 74
사랑은 경계에 서서 … 77
존재의 재발견 … 78
문학은 음악의 말귀다 … 81
위험한 달 … 83
욕망은 상처처럼 봄을 부르고 … 84
시가 나를 바라보네 … 85
여름은 가는데 … 87
안개 속의 전투 … 88

해설 정효구 … 91
의정疑情 속에서 창발된 시학과 우주론

저자 소개 1

199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왼쪽 늪에 빠지다』, 『울지 않는 소년』이 있다. 시문학계간지 『신생』의 편집인이며, ‘신생인문학연구소’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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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4월 21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116쪽 | 252g | 124*210*10mm
ISBN13
9791160202106

책 속으로

당신은 누구십니까
당신은 만드는 자이면서 이미 만들어진 자입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당신은 정신이며 동시에 물질입니다
당신은 유기체이며 동시에 무기체입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당신은 생성이며 동시에 소멸이고
당신은 성장이며 동시에 노화이며
당신은 질병이며 동시에 치유입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당신은 기술이며 동시에 예술이며
당신은 도구이며 동시에 문화이며
당신은 혼돈이며 동시에 창조입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당신은 나이면서 동시에 당신입니다
--- 「자기조직화 개론 15」 중에서

함박눈처럼 쏟아지는
벚꽃 지는 거리에는
존재의 울컥함이 있다
화려한 죽음에 맞서는
실재계의 슬픈 얼굴이 있고
피안 너머의 쾌락에서 만나는
삶의 우연한 충동이 있다
벚꽃은 지는데
죽음은 실재계인데
이 모든 게 우연이라니
벚꽃은 아름답게 지는데
도덕과 향략이 같은 뿌리라니 벚
꽃은 펑펑 쏟아지는데

봄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 「벚꽃은 지는데」 중에서

힘든 일은 어디서나 만난다
사람을 만나는 일 만나서 말하는 일 말하고 이해시키는 일
매일 반복되는 이런 일이 힘든 일이지만
별 의미 없이 쑥쑥 지나간다
이해했을 거라 착각하면서
힘든 일은 어디서나 만나지만
문득 기억나는 옛 가수의 노랫말처럼
우연히 이루어지는 것 같지만
기실 이해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힘든 일은 외면당하면서
쉬운 일처럼 매일 지나치지만
힘든 일은 머릿속 가슴속에
깊숙이 스며들어 숨어버린다
숨어서 차곡차곡 쌓인다
한 여자를 만나고 자식을 낳고
너는 또 어느 쓸쓸한 사랑의 부산물이냐고
왜 갑자기 우리 관계가 이렇게 되었냐고
발생학적으로 묻고 신화적으로 결론지으며
사랑하기도 쉽고 사랑 잊기도 쉽다면서
이렇게 힘든 일은 쉽게 지나간다
기억하라 숨어 있는 힘든 일의 찌꺼기가
뇌 속에 심장 속에 쌓이고 쌓여
부풀어 올라 어느 날 터져버리면
응급실 침대에 누워
뇌경색이며 심근경색이며 진단받으며
우리는 또 쉽게 잊혀져갈 것이다
응급실 의사에겐 힘든 일도 아닌
우리 생의 마지막 모습은
그렇게 쉽게 침대에서 맞이할 것이다
힘든 일은 어디서나 만난다
이렇게 힘든 일은 쉽게 지나가면서
사랑도 죽음도 쉽게 끝나고 쉽게 시작된다
힘들지만 쉽게
--- 「힘들게, 쉽게」 중에서

여름을 다 누리고 나서야
계절이 주는 규범을 깨닫듯이
언어의 향락을 다 누리고 나면
언어의 계율을 만날 수 있다
시인이여
언어도 욕망임을 깨닫고 나면
그 빈자리에서 번지는
존재의 허탈함
여름이 가야 가을이 오듯이
다 소비하고 나서야 만나는
욕망의 그늘
그 쾌락과 고통의 오묘한 황금 비율
언어의 계절은
오늘도 요란히 지나가는구나

--- 「여름은 가는데」 중에서

출판사 리뷰

과학과 언어, 삶과 시가 교차하는 ‘질문의 시학’

『자기조직화 개론』은 단순한 서정시집이 아니다. 의학과 철학, 불교적 세계관, 복잡계 이론을 넘나드는 이 시집은 독자에게 답을 제시하기보다 끊임없이 질문한다. 그가 말하는 사랑과 고통, 존재와 소멸은 하나의 답을 도출하지 않으며 서로 충돌하고 교차하고 증식하면서 질문에서 질문으로, 사유에서 감각으로 끝없이 흐르는 언어의 네트워크를 만든다.

1부의 「자기조직화 개론」 연작 15편은 그 자체로 우주론적 사유의 언어 지도이며, 2, 3부는 사랑, 관계, 일상, 계절 속에서 감각의 언어를 풀어낸 시적 단상들로 구성된다. ‘시를 시답게’ 쓰기보다, ‘시를 세계와 다시 연결’하려는 이규열의 시도는 기존 서정시의 틀을 조용히 흔든다.

추천평

이규열 시인의 시를 읽는 특별한 기쁨이 몇 가지 있다. 그것은 그가 물리와 화학, 생리와 생물학을 포함한 자연과학의 전문지식을 시의 세계인식과 세계사유의 토대로 삼고 있다는 점과 이들의 응용과학이자 응용세계인 의학과 의술을 또한 시의 세계인식과 세계사유의 근거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여기서 더 나아가 이들을 인문학적 사유의 안목으로 재발견하고 재해석하며 시의 한가운데에 휴머니즘의 가치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앞의 본문에서도 말했듯이, 이규열 시인의 시를 읽는 진정한 기쁨의 또 다른 차원이 있다. 그것은 그의 시적 사유와 세계인식이 수행이라 일컬어져서 마땅한 이른바 ‘의정’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의정’이란 철학의 성격이 있지만 그 철학을 넘어서고, 심리학적이지만 그 심리학을 넘어서며, 종교적이지만 그 종교학을 넘어서는 동아시아 선불교의 화두참구 방식이자 현상이다. 의정 속에서 세상은 모두 질문의 대상이 되며, 자아는 세상 그 자체와 하나가 되어가면서 무아를 가리킨다.

이규열 시인의 시는 이 ‘의정’의 산물이다. ‘의정’의 끝은 온전한 깨침이고 진리 그 자체와의 합일이다. 그때 언어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이 의정이 지속되는 한 이규열 시인은 시를 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의정’이 살아서 지속되고 있는데 어떻게 그가 시를 쓰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에게 시는 ‘교배하지 않고도 스스로 꽃피는 무성생식자’와 같은 ‘절대의 그 무엇’이었으며 그 시가 주체로서 그를 대상화하여 바라보는 경지로까지 나아갔는데 그가 의정 속에 있으면서 어떻게 시 쓰기를 멈출 수 있겠는가. 모처럼 ‘의정’이 낳은 시를 읽은 셈이다. 이 길은 대책 없이 깊고 외진 길이지만, 인간으로서 갈 수 있는 고처高處의 숨길이기도 하다. 인간들은 그 숨길을 가면서 진리 그 자체, 실상 그 자체, 본성 그 자체를 자신이 공부한 만큼 엿볼 수 있고, 그 세계를 나침반으로 삼아 미망의 현실을 헤쳐 나아 가는 밝은 눈을 가질 수 있다. - 해설「의정疑情 속에서 창발된 시학과 우주론」에서 - 정효구 (교수, 문학평론가 ,충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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