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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1부 점나무팅이 | 가래울 | 은골 | 고용골 | 흥징이 | 봄밤 | 천지간 | 독골 | 비름들 | 절골 | 파고티 | 느래 | 긴속골 | 바람벽 독서 2부 우수 무렵 | 죽말 | 쓴뱅이들 | 늘골 | 생강나무 남편 | 잔개울 | 사월 | 사랑가 | 부수골 | 봄날은 간다 | 세챙이 | 동산고개 | 마들 | 사심이골 3부 경칩 | 방축골 | 줄뫼 | 방아실 | 애미고개 | 사러리 | 턱으로 말할 나이 | 한절 | 시가 씌어지지 않는 밤 | 녹사래골 | 상감청자 | 호미고개 | 청중날맹이 | 낙인 4부 곡우 | 고무실 | 양구례 | 길치고개 | 개운한 사랑 | 밤실 | 단풍 | 분꽃 | 친구 | 정유년 임인월 무진일 서 -임우기 『네오샤먼으로서의 작가』| 갓점 | 꾀병 부리다 들켜 창피 당하는 대목 | 아름다운 날 | 우술 필담雨述 筆談 해설 우술 사람들의 맺힌 흔적으로 허방다리 짚는 해학과 본풀이_김홍정 부록 낱말풀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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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순정한 언어이고 몸짓이고 정신이었던 집이며 논이며 밭이며 동구나무며 눈물이며 콧물들 어엿하게 닦아낼 나이 되어서야 보이는 이슬에게 비탈에게 잔주름에게
---「시인의 말」중에서 저 망초 꽃 좀 보아 예쁘기도 하지 꽃 개울에 담근 시린 발목이라 부를까 뽀로통 돌아 앉아 먼 산 바라보는 앙다문 입술이라 부를까 곁에 강아지풀 감국 보려 모가지 빼고 대청마루 새벽달로 흔들린다 흔들리는 것은 내 마음 같아서 댓잎 사각거리는 소리에도 신발 끄는 소린가 싶어 쪽창 부스럭대던 여인 생각인 것인데 걸을 때마다 먼지바람 일으키는 토망대 살다 신말미 지나 고용골 머물며 이태 앓다 처서 즈음 등진 것 알고 있다 빗소리 강 씨네 안채 처마 귀 씻는 저녁 무렵 호수 길오르다 낮은 봉분 뒤로하고 걸어오는 젊은이 있어 엄니 안녕 하시냐 물으니 흘끔 바라보고 고개 숙여 지나간다 물바람이 제법 차다 ---「고용골」중에서 고욤 떨어지는 소리가 툇마루에 슬며시 가을 한 됫박 밀어 놓고 가는 밤이네 이슥토록 잠 이루지 못해 뒤척이다 마침 노랗게 익은 보름달 중천 매달려 있어 토실토실 발라먹고 있네 남은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 철써기는 윗목에 저녁상 밀어 놓고 가을 따라 부르며 흥얼거리네 청무우 허리 반쯤 올린 밭 뚝 앉아 새벽 기다리던 거미도 기둥에 바짝 붙어 촘촘하니 그물 잣고 있는데 무서리 같던 독골 영생이는 무슨 영화 보겠다고 혼자 훌쩍 가버렸는가 병풍바위 쪽으로 혼백魂魄인 듯 풍뎅이만한 불빛 빗금을 긋네 ---「독골」중에서 여기가 희석이네 집터 저기는 방앗간 집 큰 아들 학호 장가도 못가고 늙어 자빠진 곳 하루 종일 느티나무가 울음 털어내던 곳 마을 앞으로 조그만 개울 흘렀는데 비만 내리면 키 큰 학호 엄니 우산도 없이 개울가 맴돌며 비를 맞았지 동산고개 어린 것들은 뒤를 쫒으며 학호 동생 참꽃 무덤가에 꽃을 던지고 꽃을 던지고 학호 엄니 엉엉 웃음만 흩날리며 다녔지 그 웃음 찰랑찰랑 누런 달이 되었지 ---「동산고개」중에서 육근상 시인은 그곳에서 나서 젊은 시절 동안 그곳에서 살았고 지금도 그 인근에서 산다. 그의 가슴 속에 남아 있는 온갖 기억들이 그 산줄기, 물줄기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은 너무도 마땅한 일이다. 물은 스며들어 땅 속 깊게 웅덩이를 만들고 우두커니 때를 기다린다. 이는 육 시인도 마찬가지다. 오랜 시간 육 시인은 기억에 남겨둔 흔적들을 하나하나 되새김질을 하며 삭이고 있었다. 결코 가슴 깊이 새긴 흔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은원이나, 안타까움이나 불편함으로 혹은 버려도 되는 사소한 것들조차 아프기 때문에 기억하여 그리움으로 남았고, 생채기이기에 몸 한 구석에 흔적을 남겨 잊지 못했다. 육 시인은 덕을 품고 사는 동네 사람이다. 분을 토로할 일도 웃고 넘기는 슬픈 해학으로 치유하고 더불어 사는 것이리라. ---「해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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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뿌리에서 찾는 자연적이고 토착적인 시어詩語
시인이란 모름지기 자신이 태어난 지역의 삶과 전통과 방언에서 자기 시의 근원을 찾는 자연적이고 토착적인 존재이다. 자기 삶의 현장에 뿌리내린 시정신과 자기만의 고유한 개성적 언어의 추구가 시인 저마다의 개인 방언으로서의 시적 문체를 낳는다. 육근상 시인의 많은 시들이 충청도 지역의 사투리를 기본으로 한 특유의 개인 방언으로 쓰인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닐 것이다. 그의 시적 문체는 자연의 철학에 상응하는 자연의 소리로서 토착어적인 방언의식에 철저하다. 『우술 필담』에 담긴 시어들은 분을 토로할 일도 웃고 넘기는 슬픈 해학으로 치유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들려주는 철저한 구어口語들이다. 깨금, 나싱개, 날맹이, 모냥, 베름빡,볼테기, 봉다리 등등, 셀 수 없을 정도의 충청도 지역의 구어들이 시 한 편 한 편, 서너 개씩 들어 있는 토착어 사전을 연상케 한다. 서정과 서사의 절묘한 만남 하지만 이 시어들을 시의 토속성을 높이는 도구로만 보면 곤란하다. 이 구어들을 말하는 이들이 누군지 또한 살펴보아야 한다. 『우술 필담』의 인물들은 살았던 시대의 중심부 인물들이 아니라, 순리를 어기지 않고 살아가는 천성이 순한 주변부 인물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살았던 기운을 잊지 않고, 그들의 깊은 정서를 읽어내고 바라보고 들려주는 시인의 시선과 목소리가 더욱 따뜻하고 정겹게 느껴진다. 『우술 필담』에 담긴 시들은 대부분 오랫동안 시인의 기억에 남겨둔 흔적들을 하나하나 되새김질을 하며 들려주는 간절하고도 진솔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하나하나 자신이 견딘 삶에 의미를 두고 살아가는 『우술 필담』 속 ‘여기’는 ‘사람 사는 곳’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