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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1부 그날의 풍경 | 새소리 모자 | 비 오는 날에 | 클레로덴드론 | 빨래 | 부탁 | 그 역은 지금 | 해후 | 부석사에서 | 성탄 전야 | 비 구경을 하다 | 너의 페르소나 | 소통 | 분나 세레모니 | 꿈꾸는 시간 | 이사 | 사랑에 빠지다 | 세미원에서 | 유혹 | 갈대 편지 2부 꽃기린의 사랑법 | 시옷의 비밀 | 티티카카 호수를 닮은 | 분원리에서 | 버려진 것들은 누군가를 기다리고 | 겨울바람이 분다 | 물이 되던 날 | 삼 일 동안 | 유효 기간 | 마지막 목욕 | 묵화의 전설 | 달의 잔소리 | 어머니의 소꿉장난 | 나비와 어머니 | 아버지, 그 아름다운 어깨 | 내 유년의 도깨비 | 알바트로스처럼 그들은 | 달이 다녀가다 | 이상한 싸움 | 발자국을 지키는 그림자 | 코넬리아 디란지 증후군 3부 나무가 운다 | 갈매기의 꿈 | 내가 반한 페페 | 달콤한 방문 | 이사 1 | 붉은 것들은 아프다 | 중독 | 장미원에서 | 이사 2 | 산수유 눈물 | 타전 | 재 너머 집 | 어롱魚籠 봄바람 | 이사 3 | 어떤 인연 | 상처에서 나비가 나올 때 | 우산에 대한 예의 | 긴 잠에서 깨어나다 | 처리處理 해설 그리움으로 퍼 올린 그 가슴 아린 형상들_오봉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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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을 나온 철로에서 총총 뛰어노는 참새들
아직 어린것들이다 이별을 경험하지 못했겠다 저 나이쯤에 우린 수업을 빼먹고 야간열차를 탔다 엄마의 놀란 눈이 데굴데굴 기차를 따라왔지만 우릴 태운 기차는 콧노래를 부르며 다른 세상을 향해 달려갔다 창가에 희끗희끗 초라한 마을 몇 개를 세워 두고 기차는 우릴 바닷가 작은 역에 내려 주었다 우린 모래밭에 앉아 추위와 허기를 참으며 아무나 볼 수 없다는 일출을 목격했다 그날의 풍경은 내 영혼 깊은 곳에서 가끔 나를 깨운다 그 바다의 숨결 한 자락이라도 만나보고 싶은 날 나를 데리고 그날의 풍경을 찾아간다 풍경은 그 자리에 남아 또 다른 풍경을 만들고 있다 ---「그날의 풍경」중에서 내 몸 어딘가에 역 하나가 지어졌다 아무도 오갈 수 없는 갇힌 역이다 그곳에 머물러 누가 살고 있는지 가끔 기차를 타고 온 바람이 기차표 대신 소문 하나 내려놓고 간다 그곳은 여름에도 눈이 펄펄 내리고 한겨울에도 매미들이 떼 지어 울곤 한다는데 왜 나는 몰랐을까? 서쪽 하늘이 붉은 울음을 토하고 나면 어스름이 저 혼자 쓸쓸히 집 한 채 짓는다는 걸 ---「그 역은 지금」중에서 마른 단풍잎에 내려앉아 꽃이 되는 눈송이들 눈 속에 피는 매화꽃처럼 아름답다 돌층계를 오르며 자꾸 다리가 꺾였다 누가 저 보자기를 풀었는가 안양루 서까래를 눈 비비며 바라본다 부처님은 어딜 가셨는지 그저 컴컴한 허공이다 숨 가쁘게 오르던 길을 뒤돌아보며 헛된 꿈 지우고 흔적 없이 지나가려는데 저 멀리 보이던 구름이 가까이 내려와 내 앞에 두둥실 떠 있다 첫사랑을 닮아서 아름답다 했나 눈송이들 죽음도 두렵지 않다는 듯 마른 나뭇가지 위에 내려앉아 잠시 꽃으로 피었다가 사라진다 ---「부석사에서」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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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으로 퍼 올린 그 가슴 아린 형상들
오봉옥 시인은 「해설」에서 김종휘 시인이 ‘글감을 포착하는 능력, 대상을 어루만지며 빚어내는 언어감각, 시상 전개력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장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신인의 시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정제된 시어로 ‘내재화된 결핍의 정서’를 능숙하게 다루고 있다고 말한다. 즉 언어와 언어 사이의 적당한 긴장들을 통해 시적 울림을 만들어냄은 물론, 그 울림이 시를 읽는 독자로 하여금 많을 것을 생각게 한다는 것이다. 김종휘 시인이 시 속에서 구사하는 시어 간의 대립적 관계와 긴장은 ‘외로움’이나 ‘그리움’이 갖는 상투성을 깨트린다. 오봉옥 시인이 해설에서 밝히듯, 이번 첫 시집 전반을 흐르고 있는 시인의 내재화된 결핍의 정서는 ‘인간의 존재론적 슬픔’으로도 읽을 수 있다. 우리가 추억하는 것들, 기억하는 것들은 기본적으로 ‘이별’을 내포한다. 지금 곁에 없기 때문에, 그래서 다시 존재하게끔 하고자 기억하고 추억한다. 시인에게 ‘기억’이나 ‘추억’은 마냥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그 대상은 시인에게 상실의 대상이자 이별의 대상으로, 과거에는 가능했지만 현재는 만날 수 없는 그리운 것이자 시인의 외로움을 촉발하는 대상이다. 시인은 시를 통해 그 기억들을 다시금 수면 위로 끄집어내면서 내면의 아픔과 마주하면서 계속 기다린다. 물론 그 기다림 끝에 어떤 것을 만날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그 기다림의 과정을 거치면서 내면의 아픔이 조금씩 치유되고 벌어졌던 상처가 치유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첫 시집 『버려진 것들은 누군가를 기다리고』에서 끝나지 않은 시인의 그리움이 이후 쓰여질 시들에서 어떻게 형상화될지 기대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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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휘 씨는 오랜 기간 시를 써온 사람이다. 그런 만큼 그는 글감을 포착하는 능력, 대상을 어루만지며 빚어내는 언어감각, 시상 전개력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장점을 보여주고 있다. (……) 오래전부터 활동해온 시인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만큼 숙련된 솜씨를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이별의 정서를 노래한 「그날의 풍경」은 절제미를 보여주면서도 고즈넉한 분위기를 연출해 우리를 그 풍경 속으로 젖어들게 한다. 언어와 언어 사이의 적당한 긴장들을 통해 시적 울림을 만들어내고, 그 울림이 또 많은 것을 생각게 한다. - 오봉옥 (시인,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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