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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1부 마실 가는 길 12 | 구부러진다는 것 14 | 스마트 마을의 하루 16 | 구룡사 천수관음 18 | 붉은 젖 20 | 빠른 슬픔 21 | 논 거울 23 | 떨어진다는 것 25 | 실종신고 합니다 26 | 억새꽃 28 | 입춘대길 30 | 마을의 유래 32 | 참 다행한 일 34 | 시골의 맛 36 2부 노래의 힘 38 | 몸뻬 바지가 있는 풍경 40 | 19금禁, 활명수活命手 42 | 물든다는 것 43 | 어둑한 길 44 | 길을 가다가, 웬 선문답 45 | 밤꽃 필 무렵 47 | 밥상 위의 대화법 48 | 식구라는 말 49 | 양파에 대하여 50 | 숟가락질 51 | 메주를 위한 시詩 53 3부 노래의 힘 38 | 몸뻬 바지가 있는 풍경 40 | 19금禁, 활명수活命手 42 | 물든다는 것 43 | 어둑한 길 44 | 길을 가다가, 웬 선문답 45 | 밤꽃 필 무렵 47 | 밥상 위의 대화법 48 | 식구라는 말 49 | 양파에 대하여 50 | 숟가락질 51 | 메주를 위한 시詩 53 | 먹먹한 일 65 | 뒤 67 | 가랑잎 편지 69 | 한 수 배우다 71 | 라오스 트럭 노래방 73 | 효자손 75 | 좋은 생각 78 | 둥근 마을 79 4부 다시, 금강에게 82 | 4?3을 부르는 법 84 | 널문리 밤마실 길 86 | 북쪽으로 가고 싶다 88 | 판문점, 민들레 노래방에 놀러 가다 90 | 사이에 대하여 93 | 종이컵 혁명 95 | 늙은, 이라는 말에 대하여 97 | 등나무 98 | 구월 한낮 99 | 무인텔 101 | 기울인다는 것 102 해설 흐르고 머물며 더불어 가는 길_김정숙 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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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부러진 것들이 있다
세상에 쓸모가 있는 것들은 어디론가 살짝 구부러져 있다 구부러진 길 안쪽에 사람의 마을이 산다 지붕과 밥그릇은 한통속이다 구부린다는 건 굴복하는 게 아니다 뭔가를 품는 것이다 숟가락의 구부러진 힘이 사람의 목숨을 품는다 뻣뻣한 젓가락으로 뭘 품으려면 대신 구부러진 손가락이 있어야 한다 --- 「구부러진다는 것」중에서 너무 빨라서, 슬픈 것들이 있다 젖소 송아지는 어미 배 속에서 나온 지 채 십 분도 안 돼 걸음마를 시작한다 미끄러지고 고꾸라지며 오체투지라도 하듯 젖을 찾아 하염없이 노를 저어 나아가보지만, 이마의 양수가 다 마르기도 전에 그만 덜컥 쇠철망 안에 위리안치를 당하고 만다 (……) 저쪽 울타리 너머에서 새끼의 모습 안쓰럽게 바라보던 어미가 음메- 하고 울면서 제 새끼를 부르면 새끼도 고만, 에미 목소리인 줄을 어찌 알고 고개 돌려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 음마-, 하고 제 엄마를 한번 불러보는 것이다 --- 「빠른 슬픔」중에서 어쩐 일인지 며칠째 안 보이던 깜순이가 어디선가 머리가 까만 병아리 한 마리를 불쑥 데리고 나타난 것이었다 까만 머리가 꼭 깜순이를 빼다 박았기에 어디선가 몰래 알을 품었나 보라며 참 별스런 일이 다 있네 하는 마음에 이름을 ‘기적이’라고 붙여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무렵이었을 것이다 까맣던 기적이의 머리털이 그만 점점 노랗게 변해가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런 줄 아는지 모르는지 둘은 여전히 한 몸처럼 돌아다니는 걸 바라보노라니 가슴 한쪽이 자꾸 먹먹해지는 것이었다 --- 「먹먹한 일」중에서 류지남 시인의 시집 『마실 가는 길』은 따듯하다. 불꽃 잦아든 발간 숯의 미열 같고 시린 손과 몸을 맞춤하게 데워주는 아랫목 밥그릇 같은 온도를 품고 있다. 그 온도는 크게 소리를 내거나 과장하지 않는 솔직한 시선과 목소리에서 비롯된다. 농촌 시골의 마을 풍경과 자연의 순리에 따라 살아가는 이웃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시인의 정겨운 모습이 떠오른다. 속도를 가늠할 수 없는 시대와 도시 중심으로 구성되는 사회 구조에서 소외된 농촌 지역을 시적 대상으로 삼은 것은 시인이 발 딛고 있는 현실과 사람에 대한 애정이 있어 가능하다. 평소 사람과 세상을 대하는 시인의 눈길이 그러하듯, 이는 다른 것들을 품고자 하는 마음과 태도에 근원적으로 닿아 있다. --- 「해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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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쓸모가 있는 것들은 어디론가
살짝 구부러져 있다 구부러진 길 안쪽에 사람의 마을이 산다 지붕과 밥그릇은 한통속이다” 과장 없는 솔직한 시선과 목소리로 전하는 시골 마을의 풍경과 자연의 순리에 따라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 류지남 시인의 세 번째 시집 『마실 가는 길』이 솔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공주마이스터고등학교 교사이자 시인인 류지남은 이번 시집을 통해 자신이 나고 자란 ‘공주’ 지역에서의 삶과 이웃들의 이야기를 과장 없는 솔직한 시선으로, 지역 특유의 구수하고 담백한 언어로 ‘능청스럽게’ 들려준다. 이는 공주 토박이로서 시인이 지니고 있는 독특한 ‘향토성’이자 ‘지역색’으로, 도시적 감수성을 내세우는 도식화된 날선 이미지 중심의 시적 세계와 크게 구별된다. 물론 그러한 구별은 어느 한쪽의 우열을 나누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동안 잊고 지내왔던 ‘주변’과 본래의 것에 대한 새로운 회복이자 발견이다. 『마실 가는 길』을 통해 우리가 놓쳐버렸던 나의 주변과 일상과 자연을 회복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시편을 관통하는 하나의 궤적 흐르고 머물며 더불어 가는 ‘길’ ‘마실 가는 길’이라는 시집의 제목에서 보듯, 시인은 ‘길’을 통해 자신의 눈으로 들어오는 모든 것들과 연결된다. 나와 너를 연결하고 사물과 사물을 연결하고 개인과 공동체를, 지역과 중심을, 인간과 자연을 연결한다. 이전 시집인 『내 몸의 봄』, 『밥 꽃』이 ‘내 몸’과 가족과 일상을 중심으로 했다면, 신작인 『마실 가는 길』은 기존의 관심사로부터 마을공동체와 역사로 ‘길’을 내고 있다. 몸과 밥과 길은 류지남 시인의 관심이 어떻게 집중되고 확장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상징들이라 할 수 있다. 4부로 구성된 50편의 많지 않은 시편들의 시적 소재는 참으로 다양하다. 어릴 적 엄마처럼 자신을 돌봐준 ‘누나’과 친구 같고 때로는 선생님 같은 동반자인 ‘아내’를 비롯해 오랜 우정을 쌓아온 ‘친구’, 길을 오며 가며 만나는 ‘아이’와 시렁에 매달아놓은 ‘메주’와 시골 동네에 들어선 대리석 건물의 ‘무인텔’까지. 시인은 자신의 일상은 물론 눈에 비치는 주변 풍경과 물적 대상까지 시편 속에 담아내고 있다. 마실 가는 길은 동지섣달 밤마실이라야 제격이다 흙처럼 사는 사람들, 지푸라기같이 여린 마음들, 실없이 둥실둥실 이웃집에 정 붙이러 가는 길이다 배고프고 착한 사람들 이럭저럭 저녁 끼니 때우고 마실 나온 별들과 둥글둥글한 얼굴들 빙 둘러앉아 하하 호호 깔깔거리며 이야기꽃 피워내는 길이다 -「마실 가는 길」 중에서 누나 등에서 누나 노래 먹고 자라 자나 깨나 엄마 대신 누나만 찾고 누나 없인 먹지도 자지도 않아 시집갈 때 따라가라 놀림 받았네 그 아이 자라나서 소년이 되자 누나는 남자 따라 서울로 가고 누나 등 없어도 울지 않던 아이 어느 날 바닷가 국어 선생 되었네 - 「노래의 힘」 중에서 광범위하게 다루는 시적 소재와 그것에 대한 탐구는 시인과 세계를 연결하는 길을 통해 이어져 있으며, 그러한 길은 곧게 뻗은 신작로뿐만이 아니라 때로는 구부러지고 인적 드문 희미한 길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길을 통해 나와 물적 대상?세계가 시간과 공간을 넘어 하나로 이어질 수 있으며 나를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자연을 감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시인은 『마실 가는 길』을 통해 ‘길’이 지니고 있는 무한한 연결성과 확장성을 보여준다 하겠다. 나에게 시 쓰기란 여기저리 벌레 먹은, 생의 콩알 같은 것들 물에 퉁퉁 불려낸 다음 가마솥에 푹 삶아가지고 마당가 돌절구 통에 넣고 도굿대로 쿡쿡 찧는 일 시도 아니고 그렇다고 시가 아닌 것도 아닌, 메주 같은 말 덩어리 두덕두덕 빚어보는 일 - 「메주를 위한 시詩」 중에서 류지남 시인의 『마실 가는 길』이 보여주는 ‘로컬리제이션localization’은 ‘충청 지역’으로 제한되어 도시적인 것과 대비되고 구분되는 지역민의 삶을 말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시인은 공주라는 지역이 지니고 있는 ‘자연성’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본래本來 지니고 있는 순수성과 넉넉함, 자연과 어우러져서 조화로운 삶을 살아가는 우리의 진짜 모습을 말하고자 한다. 비록 현실이 그것과 다르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삶과 나의 모습이 전부가 아님을 인식하고 각자의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는 조화를 꿈꾸는 인간의 본성을 되살리는 게 중요하다. 이것이 시집을 통해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메시지라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