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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昇薰, 아호 : 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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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가을 햇살이 세계를 지탱한다
손님 없는 카페가 세계를 지탱한다 낙엽 하나가 세계를 지탱한다 한 조각 그리움이 세계를 지탱한다 바람 부는 가을 따뜻한 미소가 세계를 지탱한다...p.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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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와 인용의 기법을 과감하게 도입하여 언어와 삶의 새로운 정체성을 탐구하는 시집
중진시인 이승훈 교수의 11번째 시집 『너라는 햇빛』이 출간되었다. 1997년에 10번째 시집 『나는 사랑한다 』를 펴낸 후 3년 만에 간행된 신작시집이다.
이승훈의 시세계는 사물에 대한 인식론적 회의를 방법론적으로 표현하여 왔다. 시의 대상은 물론이고 대상을 파악하는 주체의 입장마저 회의하거나 부정하는 자리에서 표현될 수 있는 시의 모습, 이것이 그의 독특한 실험적 시세계였던 것이다. 고 김준오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논리상의로 대상과 주체를 제거하면 언어만이 남는다. 이런 순전히 사변적이고 논리적인 근거에서 내가 시를 쓰는 것이 아니라 언어가 시를 쓴다는 명제가 성립된다. 다시 말하면 시쓰기란 타자의 글쓰기다." '타자의 글쓰기'를 추구할 때, 이승훈 시인은 '타자'를 '너'라고 이름붙인다. '너'는 언어이고, 새롭게 파악되어야 할 '대상'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 시집에서 이승훈 시인은 '타자의 글쓰기'가 갖고 있는 무게를 버거워하는 심경을 토로하고 있어서 이채롭다. '그동안 난 너무 무거운 시만 /썼지/무거운 인생이었지'(『나를 닮은 의자 』)라고 고백하고 있으며, 다른 작품에서는 '모두가 꿈이고 환상이고 (솔직히 말하자)아직도 모든 게 어색하네 그 동안의 삶도 꿈이었고 당신을 만난 것도 추운 저녁 꿈속에서였네'(『잿더미 속에서의 미소』)라고 자신의 시쓰기 작업에 대한 회의를 피력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번 시집에서는 몇 가지 두드러지게 변화된 특징이 노출된다. 무엇보다도 '너'로 지칭되는 시적 대상들이 이전의 시집에 비하여 매우 구체적인 존재의 질감을 갖춘 모양으로 서술되거나 묘사되고 있는 특징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자체로 시인의 주체적인 삶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생활의 질감을 내포함으로써 시의 내용이 건조함을 떨치는 데 이바지하고 있는 것이다. 두번째 이번 시집의 새로운 특징으로 주목해야 할 사항은 패러디와 인용과 같은 표현기법을 고의로 자주 활용하고 있는 점이다. 이러한 기법의 사용은 다시 한번 주체성의 흔적과 경계를 지워버리려는 방법론적 시도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언어에 개입되어 있는 저자의 주체적 입장이라는 것이 무망하거나 새롭게 이해되어야 한다는 관점을 이러한 기법은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