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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3 4 5 6 7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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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은 완벽한 모습보다는 파손돼 조각들로 발견되고 조각들도 흩어져 있는 경우가 많아. 조각들은 주변에서 함께 발견되기도 하지만 멀리 떨어진 곳에서 각자 발견되기도 하지.”
--- p.23 유물 발굴에는 기대감과 즐거움만이 있었지만 내 기억, 특히 엄마에 대한 기억 발굴에는 왠지 두려움만 있는 것 같다. 눈썹 위 상처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생겼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지금은 꿰맨 자국도 흐릿하다. 진짜 가려운 것인지 가렵다고 느낄 뿐인지도 모르겠다. 보통은 손가락으로 살살 긁는 정도로도 가려움은 사라지지만 어떤 때는 아무리 손가락을 움직여도 남의 살을 긁어대는 느낌이 든다. 그럴 땐 피를 보고서야 긁는 것을 멈출 수 있다. 가끔은 멈출 수 없을까 봐 겁이 나기도 한다. --- p.38 "알고 싶으면서도 알고 싶지 않을 땐 조금 더 미루는 것도 괜찮은 방법인 것 같아.” “회피한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잖아?” “회피 아니고 익숙해지는 과정. 그리고 꼭 모든 걸 해결해야만 하는 걸까?” “필요 없는 일도 있겠지만 어떤 일에는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 p.71 우리가 겪은 죽음을 떠올릴 때, 미안한 마음보다는 슬퍼하는 마음이 더 커야 한다고 해요. 그 슬픔을 말해도 되고 그 사람을 맘껏 그리워해도 되고 함께 기억해도 돼요. --- p.156 “슬프잖아. 나까지 엄마를 잊어버리는 건. 내가 기억하지 못하면, 엄마는 없었던 사람이 되고 말잖아.” --- p.163 엄마가 땀에 젖은 내 머리칼을 위로 쓸어 올려 줄 때의 눈빛과 겨울날 장갑을 끼지 않아 빨갛게 변한 내 손을 감싸 쥐었던 순간. 하얗고 거대한 토르를 안겨 주며 했던 말들. 마음껏 웃다가 엄마 눈 속에서 웃는 나를 발견했을 때의 기쁨을 그동안 잊고 있었다. --- p.1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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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발굴한 우리의 마음과 기억을 안고
새로운 기쁨을 향해 걸어갈 용기 가나, 시훈, 민주는 모둠 현장 답사를 위해 가뭄으로 30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고인돌 ‘배 바위’를 찾아간다. 그곳에서 배 바위가 수장되기 전에 한 소녀가 숨겨 둔, 오래된 비밀 일기장과 이니셜 ‘L’이 적힌 국제 우편 편지들을 발견한다. 감춰야만 했던 두 남자의 사랑과 시간을 연결하는 오래된 우체통에 얽힌 미스터리. 이후 가나는 친구들과 함께 신비롭고 애틋한 이야기들을 발견한 배 바위에 이모와 다시 방문한다. 배 바위에서 가나는 이모와의 대화를 통해 혼자 품고 있던 의문들의 답을, 이모가 숨겼던 엄마의 죽음에 관한 사실을, 잊었던 엄마와의 추억을 마주한다. 아프지만, 꼭 해야 하는 일이 있다는 것과 소중한 사람을 잊지 않고 기억할 방법을 가나는 분명히 깨닫는다. 몰랐던 ‘너’를, 모른 척했던 ‘나’를, 서로가 맞닿으며 ‘우리’가 되는 순간을 온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마침내 엄마의 눈빛과 말 그리고‘엄마 눈 속에서 웃는 나를 발견했을 때의 기쁨을’기억해 낸다. 이제 가나는 달려 나간다.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엄마를 향해. 새롭게 만들어 나갈 기억과 내일을 향해. 두려움 없이, 고고하게. ‘나’를 받아들일 때 이루어지는 ‘성장’ 그 길을 함께하는 모두에게 전하는 응원 《고고하게 걷길》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까지, 모든 인물이 각자의 아픔을 바탕으로 성장하는 소설이다. 아팠기 때문에 성장을 할 수 있었다거나, 아프지 않았다면 성장할 수 없었다는 뻔한 이야기는 아니다. 김한아 작가는 청소년의 성장은 어른들의 도움으로 시작된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성장은 스스로의 발견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을 청소년 인물들의 ‘내면 발굴’ 행위를 통해 전한다. 고통을 극복하려면 이렇게 행동해야 한다고 말하며, 자신이 했던 생각과 행동을 쥐여 주는 것이 아니라 그저 보여 주는 어른들. 그리고 청소년이 자신들만의 생각과 행동을 표현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어른들을 《고고하게 걷길》에서 만나볼 수 있다. 김한아 작가는 편견의 시선에 위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 낸다. 하지만 단지 ‘극복’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내가 ‘나’를 받아들일 때 이루어지는 ‘성장’을 소설의 중심으로 가져온다. 타인에게는 회피로 보이기도 하는 시간이 어쩌면 ‘나’에게는 회복의 과정일 수도 있다는 것, 용기와 희망을 꿈꾸는 순간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인물들의 기억 발굴 과정으로 표현한다. 이러한 인물들이 마침내 지은 웃음을 우리 각자의 얼굴에 비쳐 보면 어떨까. ‘시간’, ‘인간’, ‘공감’의 흐름을 ‘공간’ 속에서 바라보며, 나와 우리를 믿는 힘. 함께 ‘고고하게 걷길’바랄 때, 우리는 바로 이 힘과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오롯한 ‘나’로 존재하는 여러분에게 여러 계절을 지나며 오래도록 인사를 건네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무사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시간이 멈춤 없이 흐르기를 바랍니다. 흐르는 시간 속을 여러분이 고고하게 걷기를 바라요. - 작가의 말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