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뫼비우스의 띠-상대적 시공간 | 김소정
나에게 찍히면 | 황다솜 너의 모든 것 | 박성은 유의미한 존재 | 이지혜 수상한 중고 거래 | 홍미선 |
김소정의 다른 상품
황다솜의 다른 상품
박성은의 다른 상품
이지혜의 다른 상품
홍미선의 다른 상품
|
황무지에 홀로 남겨진 루디는 외로웠다. 게임에 신이 존재한다면, 신 역시 외로울 것 같았다.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세계가 지루하고 심심해서 신은 뭔가 만들고 싶지 않았을까. 그러나 지금 루디가 만들 수 있는 거라고는 불안뿐이었다.
--- 본문「김소정〈뫼비우스의 띠-상대적 시공간〉」중에서 이 계정은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나만의 공간이었다. 서운하고 속상한 마음을 위로 받을 수 있는, 내가 만든 나만의 세상이었다. 할머니와 싸운 날에는 더더욱 이 계정만을 바라보며 지냈는데. 결국 나의 조급한 마음이 소중한 공간을 망가뜨리고 말았다. --- 본문「황다솜〈나에게 찍히면〉」중에서 지안은 눈을 감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엄마가 울며 소리치는 소리도, 경찰이 나긋나긋 사실을 묻는 소리도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이상했다. 지안은 진짜 내가 잘못한 건가 생각했다. 사람을 죽이거나 물건을 훔친 것도 아니었다. 다만 민서와 단둘이 있고 싶었다. 그래서 방해되는 주희를 치운 것뿐이었다. 지안은 뭐가 문제인지 몰라 이 상황이 당황스러웠다. --- 본문「박성은〈너의 모든 것〉」중에서 내가 만들지도 않은 내 유튜브 활동이 시작되었다. 겨울 방학이 거의 끝나 갈 무렵이었다. 나는 하루아침에 구독자 수가 10만 명이 넘는 스타가 되었다. 신기해서 유튜브 영상들을 계속 들여다보았다. 딥 러닝으로 내 얼굴을 학습한 AI가 이렇게 생생한 화면을 만들어 내다니. 화면 속의 노래하는 목소리, 춤추는 몸짓이 진짜 내 것 같았다. 인기도 관심도 내 것이었다. 특히 가족들의 관심이 몸소 느껴졌다. 동생에게만 향하던 스포트라이트가 내게 옮겨진 것을 확신했다. --- 본문「이지혜〈유의미한 존재〉」중에서 아빠를 찾습니다. 지우의 새로운 중고 거래 제목이었다. 사진은 아빠가 엄마에게 준 마지막 선물인 무지개 샤프펜슬이었다. 그리고 설령 오르골 구매자가 아빠가 아닐지라도, 아빠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면 자신에게 먼저 연락을 할 것이라고, 그렇게 믿기로 했다. 새로운 중고 거래를 올린 후 몇 분이 지났다. 지우의 핸드폰 알림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 본문「홍미선〈수상한 중고 거래〉」중에서 |
|
진짜 같은 가짜가 가득한 디지털 세상 속
가짜가 되더라도 거짓으로라도 사랑받고 싶은 아이들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아도, 내가 나를 좋아할 수 있을까? 『좋아요 없어도 좋아』는 디지털 세상 속에서 청소년들이 겪는 갈등과 고민을 정면으로 다룬 소설집이다. 증강 현실 게임 속에서 승부를 내기로 한 ‘루’와 ‘빈’(뫼비우스의 띠-상대적 시공간), 좋아요를 많이 받기 위해 최애의 사생활 사진을 SNS에 올린 ‘윤아’(나에게 찍히면), ‘지누’와 ‘아니’라는 두 아이디로 자신을 구분해 메타버스에서 활동하는 ‘지안’(너의 모든 것), 딥페이크로 만든 영상을 유튜브 채널에 올려 1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갖게 된 ‘유민’(유의미한 존재), 중고 거래 앱에서 대화한 남자가 한 번도 만나 보지 못한 아빠라고 의심하는 ‘지우’(수상한 중고 거래)까지. 모두 이름이 아닌 아이디로 디지털 세상에 접속한다. 이들은 그곳에서, 현실에선 꿈도 꾸지 못할 일을 벌이거나, 자신을 감춘 채 욕망을 과감하게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좋아요 없어도 좋아』는 단지 청소년들이 디지털로 인해 부정적인 모습으로 변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은 아니다. 다섯 작가는 소설 속 아이들이 문제적 선택을 하게 된 이유를 ‘잘못된 욕망’이 아니라, 현실에서 이해받지 못하고 자기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한 ‘결핍과 맞닿은 욕망’에서 찾는다. 세계와 더 연결되기 위해, ‘나’를 가짜로 꾸며서라도 ‘우리’에 결속되고자 하는 청소년기의 마음을 바라보는 작가들의 섬세한 시선이 돋보인다. ‘가짜 세계’에서만 해소할 수 있다고 생각한 욕망에서 ‘진짜 이야기’를 찾아내는 순간과 그 안에 숨겨진 ‘나의 결핍’을 인지하는 힘의 중요성을 『좋아요 없어도 좋아』를 통해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진짜 같은 거짓이 우리를 대신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이런 시대에 우리는 얼마나 내 존재를 지키며 ‘유의미’하게 살 수 있을까요? - 〈유의미한 존재〉 작가의 말에서 내 감정에 이름 붙이기 내 마음을 가장 잘 아는 건 나니까 오늘날 청소년들에게 디지털 공간은 현실과 분리된 또 하나의 세계가 아니다. 하루 중 디지털을 통과하지 않는 시간은 거의 없다. 그렇기에 디지털이 ‘나쁘다’라고 말하기보다 왜 청소년들이 그곳에서 벗어나기 어려운지를 질문해야 한다. 디지털 공간은 현실보다 자유롭다. 책임은 덜하고, 제약도 적다. 현실에서는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없다고 느낄 때, 아이들은 디지털 세상으로 들어가‘나’를 내려놓고 가짜 모습을 만들어 낸다. 『좋아요 없어도 좋아』 속 아이들 역시 디지털 세상에 있기 때문에 욕망을 갖게 된 것이 아니라, 욕망을 실현할 수 있는 장소로서 디지털 세상을 선택했을 뿐이다. 경쟁에서 이기고 싶어서, 무리에 속하고 싶어서, 존재를 증명하고 싶어서, 외롭지 않고 싶어서, 만나 보지 못한 가족을 알고 싶어서. 이 모든 마음은 결국 사랑받고 싶고, 사랑하고 싶다는 가장 연약한 욕망에서 시작된 것이다. 이러한 감정에 이름을 붙여 보면 어떨까. 내가 나를 소외시키지 않으려면 나를 명확히 마주하는 순간이 필요하다. 디지털 세상에서 아이디를 만들 듯, 지금 내가 세상에 표현하고 싶은 감정에 나만의 이름을 붙여 보기. 『좋아요 없어도 좋아』의 작가들은 지금의 청소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이 경험의 중요성을 전한다. 욕망을 말할 수 있는 자리의 필요성 청소년과 욕망이 어울리지 않는 단어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그동안 청소년들에게 욕망을 올바르게 다루고 실현할 수 있는 자리가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욕망과 결핍은 서로 가까운 개념인데도, 청소년들에게는 욕망이 아닌 결핍만 존재하는 것처럼 여겨 왔다. 정해진 목표와 과제를 따라가느라 마음을 들여다볼 기회가 부족한 아이들. 어쩌면 지금의 청소년들에게 자율적인 공간으로 느껴지는 곳이 디지털 세상뿐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좋아요 없어도 좋아』는 이러한 청소년들의 마음에 주목한다. 아무도 내가 세상에 길어 올린 이야기에 ‘좋아요’를 눌러 주지 않는 순간에도, 나는 여전히 나를 좋아할 수 있을까. 아무도 나를 선택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나만은 나를 놓지 않을 수 있을까. 지금의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 질문들 앞에 서는 일이다. 또한, 『좋아요 없어도 좋아』는 독자에게 결말 이후의 시간을 상상하게 한다. 책을 덮고 난 뒤 청소년 독자들이 다시 디지털 세상으로 돌아가더라도, 작은 변화들은 여전히 곁에 남아 있을 것이다. 감정에 이름을 붙여 보려는 노력, ‘좋아요’가 없어도 계속해서 세상에 나를 표현할 용기, 내 안에서 나를 좋아할 이유를 다시 찾아보는 시간이 바로 그것이다. 자꾸 화면 안으로만 들어가고 있을 때는,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잠깐 걸어 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내 주변에 있는 것들을 한번 더 살펴보기도 합니다. 걷다 보면 화면 속에 머물렀던 마음이, 바깥 풍경이나 옆에 있는 사람에게 옮겨 가는 날도 있습니다. 마음이 머무는 자리가 늘 같을 수는 없으니까요. 윤아도 그런 시간을 천천히 지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흘러간 마음을 다시 돌아보면서요. - 〈나에게 찍히면〉 작가의 말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