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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하게 죽었다 | 우설리
자연스러운 아이 | 김시은 최후의 진술 | 한정영 나의 반려로봇 | 안효경 마인드 업로딩 | 이소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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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의 관계를 코팅 썸으로 정의했다. 코티드로 가려진 만큼만 좋아하다 끝나는 썸.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욕심이 생긴다. 상대의 진짜 얼굴이 궁금해 죽겠다던 반 친구들의 대화가 내 이야기가 될 줄이야. 어제는 내가 먼저 얼굴에 상처가 있다는 말을 꺼냈다. 선호는 밴드를 붙이면 안 보이는 정도의 상처로 이해한 것 같았다. 얼굴에 관한 이야기는 늘 겉돌기만 하고 진짜 알맹이에 닿지 못했다. 선호의 얼굴이 어떻든 나는 변함없이 선호를 보면 설렐까. 선호가 내 짝짝이 얼굴을 보고도 우리의 썸이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나는 결말을 대략 알고 있다.
--- pp.38-39, 「우설리 〈달콤하게 죽었다〉」 중에서 “정말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은 비이성적이고 폭력적일까요? 언제 공격적으로 돌변할지 모르고, 누군가를 해칠 위험이 있을까요? 하지만 부정적인 감정만 있는 건 아닙니다. 기쁨이나 사랑 같은 감정도 있으니까요.” 나는 교실 왼편의 맨 뒷자리에 앉아서 미동 없는 다른 아이들의 뒤통수를 훑어보았다. 보나 마나 사랑이란 말에 입술이 바짝바짝 타는 건 나뿐이겠지. 이 중 누구도 감정을 느끼지 못하니까 말이다. 나는 그 애들처럼 최대한 감정 없는 표정을 지으려고 애썼다. --- p.56, 「김시은 〈자연스러운 아이〉」 중에서 존경하는 재판장님, 그리고 배심원 여러분. 곧 최후의 진술을 마치려고 합니다. 제가 최후의 진술을 남기려 했던 것은, 솔직히 말하면 진실을 알리고 싶은 욕심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에게 최선을 다했음을 인정받고 싶었을 뿐입니다. 배양 후에는 원체에 제 신체의 일부를 조건 없이 내주었고…. 물론 이건 제 의지에 의한 것이 아니긴 했지만요. 그 이후에도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려 애썼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은 책임과 의지 이상의 것이었습니다. 그것뿐입니다. 최후의 진술을 하는 동안, 여러분께서는 내내 야유하셨고, 그 어떤 말도 믿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 이유는 오로지 제가 당신들과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 아니었나요? 사랑은 여러분만이 가져야 하는 감정인가요? --- p.121, 「한정영 〈최후의 진술〉」 중에서 “인간이 지닌 감정 중 상대를 몹시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사랑이라고 한다. 사랑의 감정이 뭔지 알고 싶다.” 반짝이는 쿤의 눈동자가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제발 가르쳐 달라는 눈빛이다. “나, 나도 몰라. 추억과 함께 너무 많은 감정을 넘겨 버려서…. 내가 잃어버린 감정 중에 사랑이 있었나? 그것도 모르겠어. 아마도 내 감정의 방에는 구멍이 숭숭 나 있을 거야.” 나는 당황해서 마주쳐 오는 쿤의 눈을 피했다. “아직 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 비어 있으면 채우면 된다.” --- p.151, 「안효경 〈나의 반려로봇〉」 중에서 나와 J의 사랑을 재현해 낼 수 있다면, 그 기억은 내게 지옥과도 같을 것이다. 함께했던 시간을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아리고, 다시는 닿을 수 없는 순간들이 나를 끝없이 괴롭힐 테니까. 그럼에도 내게는 상실의 고통으로 남을 그 시간이, 그녀에게만큼은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잠시 기대어 쉴 수 있는 안식처가 되리라. 난 어느새 J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데이터가 사라져도 내가 지극히 사적인 기억들, 나와 그녀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면 사랑은 지워지지 않겠지. 우린 기억을 공유한 사이니까. --- p.191, 「이소희〈마인드 업로딩〉」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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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로봇에게 복종이라는 의무만을 주었다
사랑할 권리는 주지 않았다 “사랑은 여러분만이 가져야 하는 감정인가요?” 이 책은 과연 어떤 존재가 ‘사랑’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 질문한다. 각 소설의 주인공은 인간이지만 청소년인 인물 혹은 감성반려로봇, 클론처럼 인간이 아닌 인물이다. 청소년과 비인간. 이 두 존재는 지금껏 진실한 사랑을 아는, 깊은 사랑을 하는 주체로 대우받지 못했다. 청소년이 ‘사랑해서 그랬다’고 말하면 어른들은 방황이거나 반항이라고 여긴다. 로봇이 ‘사랑한다’고 말하면 인간들은 학습된 감정일 뿐이라고 판단한다. 하지만 정말 청소년은 어른보다 사랑을 모르고, 로봇은 사람보다 사랑을 할 수 없는 존재일까? 이들의 감정은 단지 ‘오류’일 뿐일까? 사랑은 정체성에 따라 주어지는 감정이 아니다. 상대의 말과 표정, 습관을 오래 기억하는 마음과 순간을 소중히 대하는 태도가 사랑을 만든다. 〈나의 반려로봇〉의 감성반려로봇 ‘쿤’이 더 이상 자신에게 남은 감정이 없다고 생각하던 ‘엘’에게 “방금 표정에는 사람들에게서 처음 보는 감정이 있습니다. 표정에 담긴 감정이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가르쳐 주십시오”라고 말했듯이, 〈마인드 업로딩〉의 ‘수’가 ‘J’의 아름다운 모습을 수없이 되새기면서도 가짜 세계에서 더는 존재하고 싶지 않다는 ‘J’를 위해 그녀의 데이터를 삭제하겠다고 약속했듯이. 그러니 어쩌면 청소년과 로봇은 사랑에 가장 가까운 존재일 수도 있다. 많은 이들이 청소년 시절의 첫 경험들을 마음에 간직한 채 살아가고, 로봇은 메모리에 기억을 저장하기 때문이다. 사랑으로 완성될 우리의 미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할 자격이 아니라 사랑을 표현할 용기다. 미래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다섯 편의 소설은 오늘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말한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부정하지 말 것. 그리고 그 마음을 품고 있는 자기 자신까지 사랑해 볼 것. 누군가를 사랑할 때, 나 자신을 사랑할 용기도 생겨난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너’를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이어진다는 이야기도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나 내가 변하더라도, 언젠가의 내가 품었던 감정은 결코 나라는 존재 안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이 감정, 삭제 불가입니다』의 인물들 역시 자신에게 오래도록 남아 있을 감정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갈 것이다. 사랑이 없는 가짜 세상이 아닌 진짜 세상으로 한 걸음 내딛는 그들과 함께 다양한 감정을 마주해 보자. 모든 청소년이 스스로를 알게 되고, 받아들이게 되고, 그래서 마침내 자신을 사랑할 수밖에 없게 되기를 바라고 또 응원합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어야 타인을, 세상을 사랑할 수 있을 테니까요. - 〈자연스러운 아이〉 작가의 말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