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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만남
통변 아버지 유성 왈패 푸이 공범 망동 누명 살아 내거라! 사면 우린 친구잖아!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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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단은 꽤 오래전부터 어머니와 함께 유성의 집에서 행랑살이를 했다. 기억에 흐릿한 아버지는 나선(러시아)에서 온 상인이었다는데 그 피를 받은 하얀 얼굴빛과 옥색 눈, 그리고 날카로운 콧날 때문에 보단은 어디서나 놀림감이 되었다. 특히 유성은 누구보다 앞장서서 보단을 골탕 먹이는 일에 몰두했다. “천박한 코쟁이 놈”, “후레자식” 소리를 입에 달고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보단을 괴롭혔다. 이런 유성을 시중들어야 한다는 사실이 괴로웠지만, 보단에게 달리 피하거나 대들 방법은 없었다.
“아버지가 여기로 우리를 데리러 오실 것이야. 그때까지 조금만 더 참고 기다리자!” --- p.28 보단은 아이와 왈패들의 실랑이를 잠시 지켜보다가 왈패 중에서 망동을 발견하고, 그에게 다가갔다. “여기서 뭐 해?” “야, 마침 너 잘 왔다. 저놈이 도대체 뭔 소리 하는 거냐?” “길을 잃었나 보네. 태평관으로 가는 길을 묻고 있어.” “그럼 저놈도 사행단이란 말이야?” 보단이 고개를 끄덕이자, 망동의 찢어진 눈이 반짝였다. “거 잘됐다. 우리 저놈을 미끼 삼아 한밑천 당겨 볼까? 청나라 사신이면 돈도 많을 테니.” --- p.67 “그런데 네가 만주어를 할 줄 안다고? 왜 내색을 안 했어?” “뭐 별것도 아니었어요. 그냥 귀동냥해서 들은 것들이라.” 보단을 기특한 듯 바라보던 어머니가 혼잣말처럼 낮게 한마디 했다. “네가 아버지를 똑 닮은 모양이구나, 언어에 재주가 많으셨는데. 조선말도 쉽게 익히시고 만주어며 한어까지 능숙하셨단다.” ‘내가 아버지를 닮았다고?’ --- p.86 포졸들이 오랏줄에 묶은 보단을 집 밖으로 끌고 나가는데, 어머니가 소리 높여 울부짖으며 홍 역관에게 매달렸다. “나리, 보단이를 살려 주세요. 제발 이렇게 빕니다. 마님, 여기 이거 다 드리겠습니다. 부디 보단이를 놓아주세요.” 보단은 어머니의 울부짖음을 아득히 뒤로한 채 포도청으로 끌려갔다. --- p.132 ‘그래서 나를 각별하게 대해 주셨구나!’ 박연 대장은 잠시 보단의 눈을 바라보더니 힘을 주어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래도 나는 그 긴 세월을 살아 냈느니라. 너도 살아 내거라. 네가 심어진 곳에서 꽃피우고 열매도 맺거라.” --- p.1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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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통역 실력을 겸비한 역관 집 머슴, 보단
통역보다는 노름과 돈에만 관심 많은 역관 아들, 유성 시장 왈패들과 한탕을 노리는 불량소년, 망동 모든 게 서로 다른 세 소년에게 펼쳐질 운명은? 망동만큼은 아니지만, 보단에게 위험한 존재가 또 하나 있다. 주인집 홍 역관의 아들 유성. 아버지의 뒤를 이어 역관이 되어야 하는 유성은 사역원에서 생활하면서도 늘 마음은 딴 곳에 있다. 심지어 밤에 몰래 사역원에서 빠져나와 노름에 빠지기 일쑤고, 보단의 돈을 뺏기도 한다. 홍 역관의 부탁으로, 그런 유성을 찾아내 힘겹게 집으로 데려가는 일도 늘 보단의 몫이었다. 유성의 치다꺼리를 하면서도 유성보다 더 빨리 청나라 말을 익힌 보단은 우연히 시장에서 길을 잃은 청나라 아이, 푸이를 위험에서 구해 준다. 그리고 며칠 뒤 사역원으로 찾아온 푸이와 일행을 보고 보단은 깜짝 놀라고 만다. 그들은 바로 청나라 사신단이었던 것. 그 일을 계기로 보단은 청나라 사신들을 통역해 주기도 하고, 훈련대장 박연을 만나는 행운도 누린다. 그렇게 찾아온 행운으로 꿈을 이룰 줄 알았던 보단에게 일이 터지고 만다. 첫 만남 이후 피해 다녔던 망동에게 시장에서 만나자는 기별이 온 것이다. 그런데 아뿔싸, 그곳에는 유성도 있었다. 망동과 왈패들이 보단을 이용하기 위해 유성까지 끌어들인 것이었다. 유성과 보단이 서로 놀란 것도 잠시, 망동은 바로 이미 계획했던 인삼 밀거래를 하려 한다. 그 밀거래 대상은 다름 아닌 청나라 상인들이고, 그들의 말을 통역해야 하는 것이 보단에게 망동이 요구한 일이었다. 또한 유성은 이 일에 보단에게 뺏은 돈으로 투자를 한 것이었다. 그렇게 망동과 왈패들의 속임수에 완전히 넘어간 유성과 보단 앞에 순라군이 들이닥친다. 둘은 필사적으로 도망쳐 집으로 돌아가지만, 얼마 뒤 집으로 찾아온 포졸들에게 보단만 체포되어 포도청에 갇히는 신세가 되는데…. 바람에 날려서, 혹은 무심한 새 한 마리의 먹이가 되어 전혀 낯선 땅에 심어져 버린 씨앗처럼, 보단이는 사회의 약자로 모진 시간을 견뎌야 했다. 그러나 먼저 이 땅에 심어진 특별한 씨앗 박연, 보단이를 무조건 사랑해 준 어머니, 보호자가 되어 준 홍 역관이 있어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친구가 되어 준 또 다른 이방인 푸이 덕분에 보단은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먼 길을 씩씩하게 걸어갈 수 있었다. 이름처럼 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 ‘작가의 말’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