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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나눠주는 동화
--- 고현진 (nica924@yes24.com)
행복이란 무엇일까요? 좋은 옷 입고 맛있는 음식 먹고, 하고 싶은 일 하는 것? 또는 자신의 꿈을 이루는 것? 마음껏 쓸 수 있는 돈과 남부럽지 않은 권력?
한 사회 단체에서 "현재의 생활이 행복하냐?"고 묻자 삼사십 대 남자의 62%가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10명 중에 6명이 넘는 이들이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꼽았다고 하지요? 그러고 보면 돈이 사람의 행복을 꽤 좌우하는 듯한데...... 정말 그럴까요? 『행복한 청소부』는 과연 행복의 조건이 무엇일까를 한 번쯤 생각해 보게 하는 동화책입니다. 동그란 얼굴에 동그란 코, 동그란 눈을 한, 마치 어린 아이처럼 귀여운 표정을 한 청소부 아저씨가 주인공이지요. 푸른 빛이 도는 표지에서 동그란 눈으로 웃고 있는 아저씨의 표정이 무척 따뜻하고 편안해 보이는, 정말 아름다운 동화입니다. 청소부 아저씨는 날마다 음악가와 시인들의 거리 표지판을 닦았어요. 닦아 놓으면 어느새 금세 더러워지는 표지판을 아저씨는 정성을 다해 닦아서 늘 새 것처럼 보였어요. 표지판 닦는 일만큼은 최고였지요. 자기가 맡은 일이 지겨웠다면, 또는 돈벌이의 수단으로만 여겼다면 그처럼 정성과 사랑을 기울이기 힘들었겠지요. 아마도 아저씨는 그 상태로도 충분히 '행복'했겠다고 짐작해 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길을 지나던 한 아이와 엄마가 주고받는 말을 듣고 나서야 자기가 열심히 닦곤 하던 표지판의 주인공들에 대해 아무 것도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답니다. 그 날부터 아저씨는 하루 일이 끝나면 음악가들을 만나러 떠났어요. 책으로, 신문으로, 때로는 가장 좋은 양복을 쫙 빼입고 음악회장으로. 음악회에서 아저씨가 느낀 '음악'을 표현한 글이 마치 한 편의 시인듯 아주 아름답습니다. "음악 소리가 솟아오르기 시작했어. 조심조심 커지다가, 둥글둥글 맞물리다, 산산이 흩어지고, 다시 만나 서로 녹아들고, 바르르 떨며, 움츠러들고, 마지막으로 갑자기 우뚝 솟아오르고는, 스르르 잦아들었어." 어떤 음악을 이렇게 표현했을까요? 표현이 너무나 시적이고 생생해서 글에서 음악이 '퐁퐁' 솟아오르는 듯한 착각마저 줍니다. 음악가들과 친구가 된 아저씨가 이번에는 도서관을 드나들며 작가들과 영혼의 대화를 나눕니다. 그러다가 비밀 하나를 발견하지요. "아하! 말은 글로 쓰인 음악이구나. 아니면 음악이 그냥 말로 표현되지 않은 소리의 울림이거나." 이제 사람들은 베토벤의 「달빛소나타」를 흥얼거리고, "누가 이렇게 늦은 밤에 바람 속을 달리는가?"(괴테의 『마왕』에 나오는 한 구절)를 읊조리며 거리의 표지판을 닦는 아저씨를 봅니다. 바흐의 거리에서 바흐를 '들려 주고', 괴테의 표지판 앞에서 괴테를 이야기하는 아저씨에게 사람들이 차츰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아저씨는 이야기를 들으러 오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자 책을 더 많이 보고 음악을 더 듣게 됩니다. 아무런 사심 없이 열정을 다해, 그러나 조금은 쑥스러운 듯한 얼굴로 문학과 음악을 이야기하는 아저씨에게 마침내 대학에서 강연을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지만, 아저씨는 조금도 주저없이 그 요청을 거절하지요. "나는 하루종일 표지판을 닦는 청소부입니다. 강연을 하는 건 오로지 내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서랍니다"라고 말하면서요. 왜 그랬을까요? 세인의 눈으로 보면 '신분 상승'의 기회를 미련없이 놓아버리는 청소부 아저씨가 선뜻 이해되지 않겠지요. 만약 아저씨가 요즘 우리네에게 유행어처럼 되어버린 '기회는 다시 오지 않아. 꽉 잡아야지.' 하는 마음으로 대학 강단에 섰다면, 그래도 계속 행복했을까요? 선뜻 "그렇다."는 대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아마도 아저씨는 참 행복의 길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던 듯합니다. 어쩌면 바흐의 음악을 듣고, 괴테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부터 말이죠. 행복한 청소부 아저씨는 '행복'을 이렇게 보여주고 있는 듯해요. 무슨 일이건 즐거운 마음으로 대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 비로소 행복이 찾아온다는 아주 평범한 진리를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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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안타까운 일이야'
어느날 아저씨는 동료 청소부들에게 말햇어. '좀 더 일찍 책을 읽을걸 그랫어.하지만모든것을 다 놓친것은 아니야' 글은 아저씨의 마음을 차분하게도 했고 들뜨게도 했어.또 아저씨를 곰곰 생각에 잠기게도 했고 우쭐한 기분이 들게도 했어.기쁘게도 했고.슬프게도 했지.음악가들이 음을 대하듯 곡예사가 공과 고리를 마술사가 수건과 카드를 대하듯 작가들은 글을 대했던거야.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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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아저씨는 멜로디를 휘파람으로 불며, 시를 읊조리고, 가곡을 부르고, 읽은 소설을 다시 이야기하면서 표지판을 닦았어. 지나가던 사람들이 그것을 듣고는 걸음을 멈추었어. 파란색 사다리를 올려다보고는 깜짝 놀랐지. 그런 표지판 청소부는 한번도 만난 적이 없었거든. 대부분의 어른들은 표지판 청소하는 사람 따로 있고, 시와 음악을 아는 사람 따로 있다고 생각하잖니. 청소부가 시와 음악을 알 거라고는 상상도 못하지. 그런데 그렇지 않은 아저씨를 보자 그들의 고정관념이 와르르 무너진 거야. 그들의 고정관념은 수채통으로 들어가, 타버린 종이 조각처럼 산산이 부서졌어.
--- p. 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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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군데 대학에서 강연을 해달라는 부탁이 왔어. 그렇게 하면 아저씨는 훨씬 유명해질 수 있을거야. 하지만 아저씨는 거절하기로 결심하고 답장을 썼어.
'나는 하루종일 표지판을 닦는 청소부입니다. 강연을 하는건 오로지 내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서랍니다. 나는 교수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을 계속 하고 싶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그리고 아저씨는 지금까지 그랬듯이, 표지판 청소부로 머물렀단다. --- 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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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곳마다 아저씨의 사인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진을 쳤어. 편지들이 커다란 자루에 가득 찰 만큼 집으로 날아왔어. 표지판 청소부 반장과 표지판 청소국 국장은 아저씨에게 칭찬을 늘어놓으며 꽃다발을 건네주었어. 아저씨 때문에 표지판 청소국의 위신이 높아졌거든. 네군데 대학에서 강연을 해달라는 부탁이 왔어. 그렇게 하면 아저씨는 훨씬 유명해 질 수 있을 거야. 하지만 아저씨는 거절하기로 결심하고 답장을 했어.
'나는 하루 종일 표지판을 닦는 청소부입니다. 강연을 하는 건 오로지 내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서랍니다. 나는 교수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 p.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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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루종일 표지판을 닦는 청소부입니다. 강연을 하는 건 오로지 내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서랍니다."라는 아저씨의 마지막 말처럼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배움'이라는 것의 참뜻을 깨닫게 됩니다. 자라면서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자의든 타의든 많은 것들을 배우며 살고 있지만 아직도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자신이 진정 배우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조건에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힘들고 재미없는 공부를 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을 것입니다. 또한 출세나 남에게 보이기 위해 지식을 쌓는 경우도 많을 것입니다.
이 책에서 청소부 아저씨는 자신이 진정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가슴 깊이 깨닫고 그것을 알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공부를 합니다. 누가 시킨 것이 아닌 스스로가 일이 아닌 즐거움으로 그 배움을 즐기는 것입니다. 어쩜 진정한 배움이란 자신이 좋아서 즐기는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행복이란 것을 지금 같이 닫힌 교육 현실에선 모두가 한번쯤 생각하고 반성해 볼일 인 것 같습니다. 특히 모니카 페트의 표지판 청소부는 독일 폴카흐 아동 및 청소년 문학 아카데미에서 1995년 이 달의 책에 선정되었고, 일러스트레이터 보란스키는 오스트리아 아동 및 청소년 문학 일러스트레이션 부문에서 수상했습니다. 특히 유화풍의 안토니 보라틴스키의 그림은 삽화라기보다 하나의 미술 작품 같아 그림만으로도 이 책 속의 청소부 아저씨의 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