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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백/채와 북 사이, 동백 진다/호암리/우포늪/6월/가시연꽃/늪의 달, 알/밤 늪/우포늪, 칠십만 평에 달한다/몰운대/동강/동강의 높은 새/동강에서 울다/동강, 저 정선 아라리/먼길/산 흐르는 강/어라연/조양강/창/유등연지/얼음새/갈대
2. 비의 뿌리/12월/욕지도/정선/정선 산다/정선 아리랑/만어사 가는 길/동해 일출/서해/서해 일몰/月下生家/무덤/3월/폭포/산행/억새/슬픔, 박쥐우산 같다/봄밤/탑/언어/야생의 염소떼를 본다/구름 3. 소리/빈집/다시 정선, 어떤 마을 앞에 서 있었네/다시 정선, 또 어떤 마을 앞에 서 있었네/다시 정선, 그리고 또 어떤 마을 앞에 서 있었네/넛재/정선선/정선1박/쇄재/싸릿재/1월/길을 수놓다/나무예수/9월/10월/11월, 춤/열병/5월/염소/뱀/구절리역 4. 산철쭉/산철쭉/정읍사, 화답/폭풍/정선, 오장폭포/정선, 아우라지의 처녀/구절리/저말/정선, 성마령/악수/이별/길이 길을 삼킨다/무화/청암사 걸어 들어간다/홍덕왕릉/매화나무/달뿌리풀/2월/애인/4월/상사화/묻힌 길/폐가, 시간이 많다/월은산엔 뒷문이 있다/갈대숲, 갈대 1/갈대숲, 갈대 2/갈대숲, 갈대 3/하늘수박/탑/유행가/겨울 월은산/나방/단청/탑/고백 |
文仁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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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앉고,
섬진강은 참 긴 소리다. 저녁노을 시뻘건 것 물에 씻고 나서 저 달, 소리북 하나 또 중천 높이 걸린다. 산이 무겁게, 발원의 사내가 다시 어둑어둑 고쳐 눌러앉는다. 이 미친 향기의 북채는 어디 숨어 춤추나 매화 폭발 자욱한 그 아래를 봐라 뚝, 뚝, 뚝, 듣는 동백의 대가리들. 선혈의 천둥 난타가 지나간다. --- p.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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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도 제11회 <김달진문학상> 수상시인인 문인수의 시집. 수상작 「채와 북 사이, 동백 진다」를 비롯한 신작시들이 수록되어 있는 이번 시집은 그야말로 여행의 풍경으로 그득하다. 섬진강과 영월의 동강, 강원도 정선과 경상도 우포늪을 포괄하는 여행의 풍경에서 시인은 <상호 대립적인 존재의 구도>를 눈여겨 본다. 순연한 생명의 구도와 섬뜩한 죽음의 구도가 하나로 버무려진 풍경이다. 그것은 <어리고 비린>(「동백」) 풍경이다.
섬진강 가 동백 진 거 본다. 조금도 시들지 않은 채 동백 져 비린 거 아, 마구 내다버린 거 본다. 대가리째 뚝 뚝 떨어져 낭자하구나. <어리고 비린> 풍경은 섬진강 변의 길에서 동백꽃의 풍경으로 다가온다. 그 동백꽃은 이미 땅에 떨어져 있다. 그것은 만개한 채로 낙화한 동백이다. 붉은빛을 머금고 꽃잎이 흐트러지지 않은 봉오리 상태로 떨어진 그 모습에서 시인의 마음은 섬뜩한 아름다움을 찾아내고 현기증을 느낀다. 떨어진 동백꽃은 갓 태어난 생명의 활력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순연한 생명력은 <어린>속서이다. 그런데 그 생명력은 동시에 <대가리째 뚝 뚝 떨어져/낭자>한 죽음의 형상을 껴입고 있다. 동백꽃은 삶과 죽음의 찰나지간을 동시에 구현하고 있는 셈이다. 그 섬뜩함, 그 느낌이 <비린> 현기증으로 시인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여행의 풍경은 대체로 고요한 자연의 모습을 보여줄 때가 많다. 그러나 그 고요함 속에는 터져 나오기 직전의 생동감이 감추어져 있다. 고요한 풍경은 그래서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게 표현된다. 그 긴장감을 살려내는 데 시인의 절제된 언어구사력이 제몫을 단단히 감당하고 있는 점을 특히 눈여겨볼 만하다. 삶과 죽음을 하나로 비끄러매는 절실한 여행의 풍경은 원숙한 묘사와 음악적 리듬감에 힘입어 서정시의 진경으로 부각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