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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햇빛 밝은 날
햇빛 밝은 날 새봄 봄비 아카시아 꽃 보름 밤 나무 마실 다니는 비 도깨비바늘 빈터 귀뚜라미 잘 어울린다 달은 눈 온 아침 1 눈 온 아침 2 겨울 2. 자전거 타는 내 그림자 아기 병아리 산 날 우리 집 밥상 친구 방 빗자루 덕환이네 집 자전거 타는 내 그림자 내가 모르게 내 연필이 숨바꼭질 손이 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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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다.
바라보기만 해도 졸졸졸 뒤따라가는 달은. 리어카 할아버지 뒤를 따라가고 길 잃은 강이지 뒤를 따라가고 금붕어 장수 뒤를 따라가고 하나뿐이면서 그러길 참 잘했다. 달은. 눈 들어 바라보는 누구에게건 이 세상 단 하나뿐인 친구인 듯 졸졸졸 뒤따라가는 달은. ---pp.30-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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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그럴 줄 알았지.
짝의 연필과 바뀐 내 연필. 짝이 집에선 어떤 책상, 어떤 의자에 앉아 공불 하는지, 심심할 땐 혼자 무얼 하며 노는지, 속으로 은근히 궁금했던 게다. 주인의 그런 마음을 연필은 또 진작 알았을 게다. 그래서 또르륵- 짝의 책상 위로 굴러가서 짝의 필통 속으로 몰래 숨어들었다. 내가 모르게 내 연필이. - '내가 모르게 내 연필이' 전문 --- p.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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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들아, 차례차례 천천히!" - 평범한 날들이, 시가 되고 대담한 상상력 넘치는 그림이 되었다
얘들아,/별들아./앞마당 말끔히/쓸어 두었다.
맨발로 와서/놀다 가거라./흙 한 알갱이 안 묻게/쓸어 두었다. -보름 밤, 본문 14pp- 이상교의 시는 세상 만물과의 교류에 거침이 없다. 누구에게건(생물이건 아니건) 다가가 말을 걸고 함께 놀자고 한다. 별이 초롱초롱 빛나는 밤에 앞마당을 말끔히 쓸어두고 별들에게 지상으로 내려와(그것도 맨발로!) 놀다 가라는 말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아주 어리디 어린 시절 세상 만물과 대화하는 법을 잊기 전의 어린 마음을 가진 이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또 그 말을 이처럼 시로 써 내는 것 역시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런 마음을 지닌 시인이니 할 수 있는 일이다. 모이 주고/마실 물 주고/기르다 죽어도 그만이다.//마음먹기 따라서는/죽은 병아리를/꽃밭 귀퉁이에 묻어 주는 것도/재미.//……//"그 병아리 얼마 주고 샀니?/잘 기를 수 있겠니?"// 우리 학교 교감 선생님 같은/아저씨가 내게 물었다.//"……이 백원이요."// 잘 기를 수 있겠냐에는/대답 못 하고. -병아리 산 날, 본문 42pp- 시를 세상에 내보내기 전 시인이 그 씨앗을 마음에 오래오래 품었다가 시를 낳듯이, 여기 실린 시들은 독자의 마음속에 들어가 씨앗이 된다. 단번에 확 퍼지는 향기나 눈을 시원케 하는 아름다움을 주지 않고 아주 조그만 씨앗이 되어 마음에 들었다가 싹이 트고 꽃이 피어 두고두고 마음을 다독이고 즐겁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