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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5
가장자리 11 경계에서 자라는 나무들 37 변방 55 달콤함 79 조수 95 차를 가리키는 말 125 흩어짐 145 쌉싸름한 녹색 채소 167 콩 185 새콤한 과일 203 물방울의 규모로 223 씨앗 241 소나무를 품은 장소 261 연자주색의 유의어들 283 옮긴이의 말 332 주 338 |
Jessica J.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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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두 환경이 맞닿는 가장자리에서 자라나는 식물은 기민해질 것을 요구받는다. 단지 물의 세계에만 속하는 것이 아니라 메마른 땅에도 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기민함을 지닌 존재들이 또 있다. 우리가 뿌리째 뽑은 다음 전 세계의 흐름을 따라 옮겨온 존재들. 자신이 있는 장소에서 타자로 분류되는 존재들.
--- p.14~15 종들 가운데서 세계 시민이 된다는 건 뭘까? 솔잎가래는 점점 더 경계로 구획되어가는 세계에서 자유로운 이동이라는 기치 아래 살아간다. 하지만 자연 세계는 우리가 제멋대로 지정학적 경계선을 그으려는 데 저항하고, 우리 또한 비슷하게 우리의 움직임을 통해 우리가 만든 경계를 넘나든다. --- p.29 미국 농무부의 창립 사명 가운데 하나는 “새롭고 가치 있는 씨앗과 식물을 입수하고, 번식시키고, 국민들에게 분배하는” 것이었다. 미국의 풍경을 이루는 다양한 생태계를 가꾸고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외국 식물에 대한 지식이 꼭 필요했다고, 현대의 역사학자 티아구 사라이바는 지적한다. 그 일이 가능했던 건 부분적으로는 이 탐험가들 덕분이다. 그들이 가지고 돌아온 식물들은 미국 농무부의 용어로 ‘식물 이주자들’이라고 불렸다. --- p.65 재배되는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소중히 여겨지고 숭배의 대상이 되는 망고는 이주하는 과일이다. 나는 이 말을 가장 직접적인 의미에서 하고 있다. 망고의 역사는 인도, 미얀마, 말레이반도에서 인간의 이주를 통해 퍼져나간 식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식물들은 아마도 4세기나 5세기에 불교 승려들이 중국으로, 10세기 무렵에는 페르시아 상인들이 동아프리카로, 그리고 15세기 무렵에는 필리핀까지 퍼뜨렸을 것이다. 그 이후 망고의 이동 경로는 식민주의의 확산 과정과 그대로 맞물린다. --- p.85~86 해초는 인간이 세워놓은 경계를 넘나들 수 있지만, 동시에 우리가 미래를 상상하는 방식에 긴밀히 연결되어 있기도 하다. 해초는 우리의 가장 큰 두려움과 가장 위대한 야망의 저장소다. 기후변화와 생태계 붕괴, 탄소 포집과 양식업이 그것이다. 잡초이기에 해초는 과학적 패러다임, 정치, 민족주의 같은 것을 해체한다. 환경과 종과 사람들을 향해 제자리에 머물러 있으라고 요구하는 모든 것을 해체한다. --- p.123 수 세기에 걸친 전 지구적 변화를 되돌릴 수 없고 되돌려서도 안 되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이 불완전한 지대에 머무를 수 있을까? 어떤 종은 관리하고 또 어떤 종은 수용하면서, 그리고 그와 똑같은 작용을 하는 언어를 사용하면서 말이다. --- p.162 우리가 작물이라 부르는 식물은 항상 문화와 엮여 있다. 이는 땅뿐만 아니라 그 식물을 만들어내고, 소중히 여기고, 후대에 물려준 언어, 정체성, 국가와의 연결고리이기도 하다. 그리고 식물은 문화를 상징하게 될수록 한자리에 머무르지 않게 된다. 우리가 문화와 작물 사이에 그어놓는 경계선들은 항상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더 유동적이었다. --- p.181 오렌지와 같은 작물들이 그동안 어떻게 이동하고 재배되고 번성하고 쇠퇴해왔는지 이해함으로써, 우리는 그저 한 식물종의 역사뿐 아니라 우리 자신의 사회적 정치적 과학적 역사까지 돌아보게 된다. --- p.219 히스별이끼는 내가 지금껏 마주쳐온 어떤 종보다도 그 움직임을 저지할 수 없는 종이다. 그것을 막으려면 우리는 우리에게 익숙한 것을 넘어선 규모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우리는 이끼 조각의 규모로 살아가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포자 규모로는 말할 것도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히스별이끼와 함께 사는 법을 배울 수 있을까? --- p.238 환경인문학자 케이트 샌딜랜즈는 토론토에 있는 자신의 집 뒤뜰로 제주왕나비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 정원 만드는 일을 성찰하면서 희망의 본질에 대해, 그리고 지금 우리의 희망이 잘못된 대상을 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묻는다. 씨앗을 사거나 다음 계절의 정원을 가꿀 계획을 세우면서, 혹은 지속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일에 관해 생각하면서, 나는 가끔씩 이 질문들을 떠올린다. --- p.2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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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있는 장소에서 타자로 분류되는 존재들을 향한
환경역사학자의 기민하고 감각적인 헤아림 번식력이 너무 왕성하고 위험해서 “영국에서 가장 위험한 식물”로 불리는 큰멧돼지풀은 현재 문제로 여겨지는 거의 모든 외래종과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관상용으로 서유럽에 들어왔다. 침입생물학자들 사이에서 미역은 “세계 최악의 침입종 가운데 하나”로 분류된다. 산성화되거나 불에 타거나 침식된 땅에서도 풍성하게 자라며 퍼져나가는 히스별이끼 또한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침입종”으로 불린다. 오직 적응을 통해서 긴 역사를 살아낸 소나무 또한 침입종을 이해하는 데 없어선 안 될 식물이다. 자생종은 선량하고 외래 침입종은 은연중에 나쁘다고 암시하는 개념이 더 많은 대중의 의식 속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어떤 종을 자생종으로 또 어떤 종은 외래 침입종으로 분류하려는 시도의 밑바탕에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가 깔려 있는 건 아닌지에 관한 격한 논쟁 또한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어떤 식물을 ‘잡초’로, 혹은 생태학이나 보존생태학 분야에서 더 자주 쓰이는 용어를 빌리자면 ‘침입종’이나 ‘외래종’으로 분류할 때, 우리는 그저 그 식물만을 분류하고 있는 게 아니다. 그와 동시에 세계 전체에 어떤 질서가 바람직한지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_〈흩어짐〉에서, p.152 한때는 가치 있고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되어 들여왔으나 이제는 ‘유해종’ ‘비자생종’ ‘침입종’으로 분류되어 낙인찍힌 식물들은 거의 모두 인간에 의해 퍼져나간 식물들이다. 그토록 아름답고 섬세해 보이는 식물을 설명하기에 적절해 보이지 않는 단어를 인간은 거리낌 없이 갖다 붙인다. 마치 국경을 넘는 인간을 나누듯이 말이다. 거기엔 제국주의의 탐욕과 폭력이, 더 많은 이익을 보려는 자본주의의 욕망이, 순수와 위험이라는 개념 아래 차별과 혐오를 양산하는 세계의 민낯이 선명한 흔적처럼 남아 있다. 제자리를 벗어난 식물이 된다는 건 무슨 뜻일까? 제 땅을 떠나 다른 곳에 뿌리를 내리고 적응한 식물은 그 새로운 장소에 속할 수 있을까? 마찬가지로 그것이 상징하는 아름다움도 그곳에 속할 수 있을까? 이처럼 불편하지만 마땅히 짚어보아야 할 첨예한 질문들이 이 책 곳곳에 흩뿌려져 있다. 저자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품고 “서로 다른 두 환경이 맞닿는 가장자리”에서 성장한 자신의 개인적 경험, 이민자라는 가족의 역사를 ‘침입종’ ‘외래종’ ‘잡초’라는 명명 아래 현재 “자신이 있는 장소에서 타자로 분류되는” 식물들의 이야기와 나란히 두고 그 유사성의 의미를 세밀하게 헤아린다. 그는 벚나무, 망고, 차나무, 조류(藻類), 녹색 채소, 감귤류, 이끼, 씨앗, 소나무, 헤더 등 수 세기에 걸쳐 세상을 가로질러 이동해온 식물들의 여정을 들여다봄으로써 제국의 역사를 재해석하고 재평가하는 행위의 필요성을 발견할 뿐 아니라, 인간의 편의와 필요에 의해 상징화되고 이상화된 식물들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일이 우리 공동의 미래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고찰한다. 이토록 위태롭고 적대적인 세계 속에서 아름다움을 믿고 갈망하기를 멈추지 않는 일의 의미 이 책의 마지막에 실린 〈연자주색의 유의어들〉은 식물과 인간, 기억과 역사의 얽힘에 관한 연구를 저자 개인의 서사로 응축하여 풀어낸 매우 아름다운 글이다. 그는 자신이 “아름다움을 보는 법”을 처음으로 배웠던 때를 회상하며 “연자주색(mauve)”에 매혹되었던 기억을 이제 막 태어난 자신의 아이에게 들려준다. 그건 어렸을 때 영국인 친할머니가 보여준 그림책 속 풍경에 있었다. 그는 성장하는 내내 그 색의 아름다움에 매혹되었음을 길게 고백한다. 그 색은 브론테 자매의 소설에서 바위투성이 황야를 아름다움으로 물들였던 헤더의 색이고, 소설 속 여성들은 헤더로 뒤덮인 그 땅 위에서 자유롭고 야성적으로 살기를 갈망한다. 저자는 제국의 정점에서 전 세계 영토의 4분의 1을 차지했던 영국의 풍경들이 낭만을, 아름다움의 이상을 상징한다고 교육받은 자신의 미적 경험을 집요하게 돌아보며 세계에 품었던 환상을 직시하려고 한다. “신이 내린 선물”이라 불리는 그 색이 “멍”의 색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곱씹으면서, 인간에 의해 이주를 당했지만 주어진 땅에 적응하여 널리 퍼져나가는 식물들의 다채로운 아름다움에, 그 힘에 연민을 느끼면서 말이다. 저자는 문화와 국가라는 틀을 벗어나, 해악을 먼저 떠올리지 않을 수 있는 자연의 아름다움, 세상의 아름다움을 우리가 발견할 수 있을지 묻는다. 한 알의 씨앗이 품고 있는 희망의 본질에 대해서도. 《흩어짐》은 불확실성과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 그리고 적대와 혐오의 세계 속에서 아름다움을 믿고 갈망하기를 멈추지 않는 일의 의미에 대해 섬세하고 정교한 언어로 이야기한다. 저자는 한 알의 씨앗이 품고 있는 미세한 규모의 희망을, 그 희망의 가능성을 손바닥 위에 조심스레 올려놓고 바라본다. 그 희망이 모순으로 가득한 땅에서도 아름다움의 싹을 틔우길 바라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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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카 J. 리는 말들이 과거의 장소에 단단히 연결되는 방식에 매혹을 느끼는 작가다. 또한 물과 장소에 관한 우리의 많은 생각 중 일부가 어떻게 틀이 잡혀왔는지 깊이 생각하는 역사학자다. 그는 식물이 이주해 흩어져 살아가는 것처럼 질문을 흩어놓는 방식으로 글을 썼다. - 임승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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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카 J. 리의 서정적인 산문은 치밀한 연구와 친밀한 기억이라는 비옥한 토양에서 싹튼다. - 더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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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성찰을 자연사와 정치사에 탁월하게 엮어낸다. 맑고 투명한 산문이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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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카 J. 리는 인간과 식물이 경계를 넘어 이동해온 수 세기의 역사를 불러내 진정으로 어딘가에 속한다는 것, 사랑하고 보호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이 행성에서 우리 공동의 미래가 무엇일지 묻는다. - 리터러리 허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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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자신의 이야기 속에 조용하고도 개인적인 낙관을 담아낸다. 먼 곳으로 옮겨진 식물이 다시 뿌리를 내리듯, 우리 역시 변화하고 흩어지고 다시 기억하는 과정에 적응할 수 있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세계 속에서 자연과 정체성에 대한 뛰어난 통찰이다. - 커커스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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