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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 나 홀로 탐방을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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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에 머무는 방식, 그 공간을 보는 시선에 따라 경험의 깊이는 달라진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조금의 지식과 관심만으로도 목욕탕이라는 공간은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 오래된 욕조와 타일, 세월의 흔적이 남은 벽에는 주인과 단골손님들이 남긴 수많은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 「머리말 '나 홀로 탐방을 시작하며'」 중에서 목욕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연 물이다. 물이 좋아야 손님들이 다시 찾고, 자연스레 단골도 생긴다. 그래서 예전부터 목욕탕들은 자기네 물이 얼마나 좋은지 알리는 데 공을 들였다. 아예 목욕탕 이름에 물이 좋다는 뜻을 담아 약수탕이라 짓는 경우도 많았다. 전국에 ‘약수탕’이라는 이름을 가진 목욕탕이 유난히 많은 것도 그런 이유다. --- 「약수탕: 물 좋은 동네, 목욕탕 이름도 ‘약수탕’ 」 중에서 어릴 적엔 동네마다 목욕탕이 한두 개 정도는 있었다. 집에서 몇 걸음만 가면 목욕탕이 있었고, 바로 길 하나를 두고 두 개의 목욕탕이 마주하고 있는 동네도 있었다. 세월이 흘러 대부분의 목욕탕이 문을 닫았지만, 부산에는 아직도 많은 목욕탕이 남아 있고, 이웃하며 영업하는 목욕탕들도 아직 있다. 하남탕과 한솔탕도 그런 곳이다. --- 「하남탕: 앙증맞은 바가지탕과 노란색 타일 벽」 중에서 오래된 동네에 가면 그 동네 분위기에 어울리는 목욕탕이 하나쯤은 남아 있다. 목포근대역사관 1관(구목포일본영사관)과 2관(구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지점) 등 근대 목포의 모습이 많이 남아 있는 목포의 구시가지에도 그런 목욕탕이 하나 있다. 이름은 금천목욕탕. 지나가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큼 멋진 벽돌 파사드와 간판이 돋보이는 2층 건물이 목욕탕 건물이다. --- 「금천목욕탕: 나이아가라 폭포가 있는 오래된 목욕탕 중에서」 중에서 강화도 조약 이후 우리나라는 부산, 원산, 인천 등 주요 항구 도시들을 차례로 개항하였다. 이들 도시에는 일본인 거류지가 형성되었고, 일본인들에 의해 목욕탕도 만들어졌다. 이른 시기에 개항한 마산도 예외는 아니어서 1915년에 발행된 『마산안내』라는 책자에 따르면 마산 지역에는 6개의 목욕탕이 있었다고 한다. 이 6개의 목욕탕 가운데 하나가 지금까지도 운영되고 있다. --- 「앵화탕: 한국 목욕탕의 역사 그 자체 중에서」 중에서 물 좋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었지만, 실제로 눈을 감고 냉탕에 들어가 있으니 정말 계곡물 속에 있 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마도 목욕탕에 오기 전 칠갑산 등산을 해서 더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른다. 아무도 없는 욕실, 맑고 차가운 물, 고요한 분위기가 어우러진 공간에 가만히 눈을 감고 앉아 계곡의 목욕을 즐겼다. --- 「정산농협목욕탕: 농협이 만든 목욕탕, 좋다! 」 중에서 바위사우나는 쉬는 날이 없다. 매일 새벽 ‘목욕합니다’라는 입간판이 어김없이 입구에 세워진다. 목욕탕의 단골인 동네 어르신들이 언제든지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주인장은 이 목욕탕을 작은 병원이라고 생각하며 운영한다. 규모가 크거나 최신식 시설은 아니지만, 지팡이를 짚고 삭신이 쑤신다며 찾아온 동네 어르신들이 나가면서 몸이 개운하고 행복해진다고 말할 때, 주인장은 이 일이 참 뿌듯하게 여겨진다고 한다. --- 「바위사우나: 50년 넘게 연중무휴인 마을 병원」 중에서 블로그나 페이스북 같은 SNS를 통해 영업시간, 정기 휴일, 여름휴가 일정까지 알리는 대중목욕탕은 드물다. 경기도 오산시에 있는 갈곶목욕탕은 운영자가 직접 블로그를 통해 소통하고 있는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다. 업데이트가 잦지는 않지만 영업시간과 주차장, 내부 시설 등에 관한 정보를 비교적 상세히 적어 두었다. 소개글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오산에 하나뿐인 목욕탕입니다. 어릴 적 부모님 손을 잡고 찾던 친근하고 정감 있는 공간입니다.” --- 「갈곶목욕탕: 친근하고 정감 있는 공간」 중에서 대전에는 여러 형태의 목욕탕 굴뚝이 공존한다. 경인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늘고 높게 솟은 붉은 벽돌 사각 굴뚝이 있는가 하면, 경상권에서 보이는 콘크리트 원통형 굴뚝도 눈에 띈다. 여기에 더해 낮고 굵은 사각 형태의 콘크리트 굴뚝과 붉은 벽돌 굴뚝까지 있어 형태가 한층 다양하다. 서울과 부산에서 출발한 굴뚝 양식이 대전에서 만나 섞인 결과일까? --- 「화성모텔목욕탕: 마음마저 따스한 ‘저, 온탕’ 」 중에서 탈의실을 둘러보며 이 목욕탕에는 매일 찾는 단골이 많을 것이라 짐작했다. 보통 주민들이 애용하는 목욕탕은 옷장 위에 놓인 목욕 바구니로 알 수 있는데, 신일탕에는 대신 욕실 유리창 위에 칫솔걸이가 붙어 있었다. 목욕은 가끔 할 수 있지만 양치질은 매일 해야 한다. 매일 사용하는 칫솔을 목욕탕에 보관한다는 것은 곧 이곳을 생활의 일부로 삼는다는 뜻일 것이다. --- 「신일탕: 칫솔걸이가 늘어선 50년 넘은 목욕탕」 중에서 목욕탕의 연식을 가늠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바가지탕이다. 바가지탕은 열탕, 온탕, 냉탕처럼 몸을 담그는 탕이 아니다. 바가지로 물을 퍼서 몸의 때나 비누 거품을 씻어 내는 용도로 사용되는 탕이다. 예전에는 목욕탕에 샤워기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기 때문에 뜨거운 탕에 들어가 때를 불린 뒤 이 바가지탕으로 와서 때를 미는 사람이 많았다. 요즘은 때를 미는 사람도 거의 없고, 샤워 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서 그런지 새로 지은 목욕탕에서는 바가지탕을 거의 볼 수 없다. --- 「바가지탕: 오래된 목욕탕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 중에서 오랜 세월 동안 자리를 지켜 온 동네 목욕탕들은 명절이 가까워지면 입구에 “이번 설은 오전 5시부터 10시까지 영업합니다” 같은 안내문을 붙여 둔다. 그 문구를 볼 때마다 나로서는 주인장께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아직까지 목욕탕을 운영해 줘서 고맙다고, 명절 아침에도 영업을 해 줘서 고맙다고. 내년에도 그다음 해에도 잘 부탁드린다고 전하고 싶다. --- 「맺음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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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목욕탕들 가운데 58개를 선별해 수록한
국내 유일의 목욕탕 대도감 『전국 목욕탕 탐방』은 구석구석 발품을 팔아 전국 팔도의 목욕탕을 찾아 돌아다니며 샅샅이 사진으로 찍고 글로 남긴 근현대 목욕탕 문화 기록의 집합체이다. 경남 통영에서 서울 성동구까지 샅샅이 훑어 올린 200개 이상의 목욕탕 가운데 기록으로 남겨 보존할 가치가 있는 58개를 선별해 수록하였다. 여기 수록된 58개의 목욕탕에는 저마다 이야기와 역사가 있다. 그것은 공간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그 지역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전북 장수에는 번화가의 목욕탕까지 나가기 너무 먼 마을 주민들을 위해 설계한 작은 목욕탕이 있다. 인구가 줄어 민간이 목욕탕을 운영하기 어려워 지자체가 운영하는 곳이다. 마을 주민들은 이곳에서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묻고 올해 농사 계획이며 파종할 씨를 나누는 등 일상을 나눈다. 천안의 성환목욕탕은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오랜 기간 현역으로 영업 중인 목욕탕이다. 원래는 세 번째였는데 2024년 3월 대전 유성호텔 대온천탕이 문을 닫으며 두 번째가 되었다. 서울 마포구에는 한국에서 가장 작은 목욕탕인 제일목욕탕이 있다. 또한 목욕탕은 노동자들이 애환을 씻는 공간이다. 강원 태백의 그린목욕탕은 탄광업 관련자들이 하루의 피로를 풀던 곳이다. 경남 통영의 청수탕은 어떤가. 새벽만 되면 배를 타는 어업 노동자들로 가득 차 시끌벅적하다. 서울 중구의 매일온천은 블루컬러들의 오아시스다. 전국을 다니며 목욕탕 굴뚝의 모양이 지방마다 확연히 다른 특색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전국 목욕탕의 때밀이 기계는 삼성기계공업사와 대성등밀이 두 곳의 제품이 꽉 잡고 있는데 경상도와 전라도에서의 분포가 다르다는 것을 알아챈다. 충청도는 공공 목욕탕의 수가 다른 지역에 비해 현저히 적다는 것에 의아함을 품고, 이제 한국에는 제대로 된 전기탕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것에 아쉬움을 토로한다. 그런가 하면 한국 목욕탕만의 미학도 있다. 복도까지 점령한 색색의 목욕바구니들이 이룬 화려한 장관과 생기를 사진으로 담고, 오래된 목욕탕들에만 있는 전국의 바가지탕들을 싹싹 모아 그 재미있고 개성 있는 생김새를 한자리에서 보여준다. 각 목욕탕들만의 시그니처가 되는 타일 벽화들은 그 자체로 보존해야 할 예술품이다. 여기에 목욕탕 매점에서만 누릴 수 있는 즐거움과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는 목욕관리사분들과 이발사분들의 이야기는 공간의 기록 위에 사람 사는 맛의 깊이를 더한다. 진심으로 가장 한국적인 공간, 익숙하고 흥겹고 쓸쓸하고 낯선 아름다운 공간들 한때 활기찼던, 누구나 일주일에 한 번은 꼭 가던, 필수적이던 공간은 이제 뒤로 밀려나 축소되고 폐업하며 사라져 가고 있다. 이대로 소멸되도록 두기에는 너무나 한국적인 이 공간을 보존하고, 더하여 생명을 불어넣을 방법은 없을까. 매주 낯선 장소를 찾아 목욕탕을 탐험하며 만난 것은 사람들의 마음이다. 목욕탕은 가장 맨얼굴의 한국을 마주치는 공간이다. 거기에는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있다. 『전국 목욕탕 탐방』은 구석구석 발품을 팔아 전국 팔도의 목욕탕을 찾아 돌아다니며 이 근현대사의 증거들을 하나씩 꿰어 사진으로 찍고 글로 남기기로 하였다. 단순한 입욕 시설 소개를 넘어 한국인의 생활사와 지역 현황을 목욕탕 공간을 중심으로 풀어냈다. 사라져가는 문화의 기록인 동시에 한국의 맨얼굴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공간 탐방 기록물이다. 그리하여 지금 여기, 목욕탕에 대한 가장 진심 어린 기록이 탄생했다. 동네 골목의 풍경에 녹아 눈에 띄지 않았던 목욕탕을 이처럼 애정을 가지고 샅샅이 그리고 살뜰히 따뜻한 시선으로 전하는 이 책에는 자료적 가치를 뛰어넘는 재미있고 뭉클한 감동이 있다. 책을 읽고 나면 자주 방문하는 거리나 혹은 놀러 가서 들르게 되는 외따른 지역의 목욕탕의 존재를 새삼 강렬히 인식하게 될 것이다. 전국 목욕탕을 탐방하는 이 슴슴한 모험의 여정에 당신을 초대한다. 1) 기록으로서의 가치 - 사라져 가는 근현대 문화의 생생한 아카이브 『전국 목욕탕 탐방』은 목욕탕을 주제로 한 의미 있는 문화 기록물이다. 사라져 가는 공간과 문화의 모습을 기록하여 공동체의 기억을 아카이빙한다. 또한 관찰자적 시각만이 아니라 목욕탕 주인, 지역 이용자의 이야기를 담아낸 로컬 리포트이다. 시간이 조금 흐르면 생활사적 기록으로 자리하게 될 것이다. 2) 해외 여행객을 위한 새로운 제안 - 깊이 체험하는 한국 여행 가이드 최근 한국 방문객들의 지방 여행이 급증하고 있다는 기사가 심심치 않게 보인다. 『전국 목욕탕 탐방』은 일본, 대만, 중국 등 한국에 관심 있고 방문했던 외국인에게 여러 번의 재방문을 유인할 수 있는 훌륭한 여행 대안을 제공한다. 기존의 서울, 부산, 제주 같은 ‘정해진 코스’가 아닌, 한국의 진짜 로컬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루트의 지역 방문과 로컬 음식 여행을 ‘목욕’이라는 문화 키워드를 중심으로 새롭게 제안한다. 3) 전국 지방 관광 활성화에 기여 - 여행의 동선을 바꾸는 책 『전국 목욕탕 탐방』은 목욕탕을 매개로 지역의 카페, 음식점, 시장 등 주변 풍경 속에 녹아 느리게 머무는 짧은 여행을 제안한다. 이는 각 지역의 매력을 재발견하고 관광 동선을 다양화하는 데 기여한다. 이제 여행의 트렌드는 빠르게 인기 장소를 찍는 여행이 아니라 지친 몸과 마음을 쉬고 회복할 수 있도록 느리고 깊게 머무는 여행으로 변하고 있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낯선 곳에 머무는 것’은 그 자체로 큰 매력을 가진다. 국내 여행을 생각하고 있는 독자에게 기존 유명 관광지에서 벗어난 새로운 동선을 제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