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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세계
카인 십자가에 매달린 도둑 베아트리체 새는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야곱의 투쟁 에바 부인 종말의 서막 옮긴이의 말 작가 연보 |
Hermann Hes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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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이란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길이며, 그 길을 찾아가는 시도이자 하나의 암시다. 그 누구도 온전히 자기 자신이었던 적은 없지만 누구나 자기 자신이 되려고 애쓴다. 아둔한 자든 영리한 자든 각자 나름의 최선을 다하면서 말이다.
--- p.9 “… 넌 지금 겁에 질려 있어. 그렇다면 네가 두려워하는 일이나 사람이 있다는 뜻이겠지. 그 두려움은 어디서 오는 걸까? 사람은 그 누구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 누군가를 두려워한다는 건, 그 사람에게 자신을 지배할 권한을 넘겨주었다는 뜻이야. 예를 들어 네가 뭔가 나쁜 일을 저질렀는데 다른 사람이 그걸 알고 있다면, 그는 너를 통제할 권한을 갖게 되는 거지. 이해하겠어? 아주 자명한 일이지, 안 그래?” --- pp.64-65 모든 인간은 이러한 시련을 겪는다. 평범한 이들에게 이 시기는 삶에 대한 내적인 갈망이 외부 세계와 가장 격렬하게 충돌하는 지점이며,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가장 고통스러운 투쟁을 치러야 하는 시점이다. 많은 이들이 죽음과 재탄생이라는 운명을 경험하지만, 그것은 대개 일생에 단 한 번뿐이다. --- p.82 하지만 누군가를 면밀히 관찰하면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꽤 정확하게 알아맞힐 수 있지. 대개는 다음 순간 그가 무엇을 할지도 예상할 수 있어. 아주 간단한 일인데 사람들이 모를 뿐이야. --- p.93 “… 나는 사람들이 여호와라는 신을 숭배하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야. 다만 우리가 인위적으로 분리해 놓은 공식적인 절반만이 아니라, 세상 전체를 숭배하고 신성하게 여겨야 한다고 믿을 뿐이야. 다시 말해, 우리는 하느님을 위한 예배뿐 아니라 악마를 위한 예배도 드려야 한다는 거지. 그것이 옳다고 봐. 아니면 악마까지도 그 안에 포함하는 새로운 신을 만들어야겠지. 그래야 세상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일들이 벌어질 때 우리가 애써 눈을 감지 않아도 될 테니까.” --- p.104 물론 너는 사람을 죽여서도, 소녀를 강간해서도 안 돼. 절대로. 하지만 너는 아직 ‘허용된’ 것과 ‘금지된’ 것이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닫지 못했어. 넌 이제 막 진실의 조각 하나를 느꼈을 뿐이야. 나머지는 분명 앞으로 알게 될 거야. 예를 들어, 네 안에는 대략 일 년 전부터 다른 무엇보다 강렬한 충동 하나가 살아 움직이고 있지. 그리고 그 충동은 지금 ‘금지된’ 것으로 취급받고 있어. 하지만 과거 그리스인이나 다른 민족들은 오히려 이 충동을 신성시하며 거대한 축제에서 숭배하기도 했어. 그러니 ‘금지된’ 것이란 영원불변한 게 아니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 거야. --- p.107 “… 우리 안에 존재하는 것 외에 ‘진짜 현실’이란 없소.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은 비현실적인 삶을 살아가는 겁니다. 외부 의 형상들만이 진짜라고 믿으며 제 안의 세계는 아예 목 소리를 내지 못하게 입을 막아 버리죠. 그렇게 살아도 충 분히 행복할 수는 있소. 하지만 그 너머의 진실을 한 번이 라도 알게 된다면, 더 이상 평범한 길을 택할 수는 없게 됩니다. 싱클레어, 대중의 길은 쉽지만 우리의 길은 험난 하오. 그래도 우리는 그 길을 가는 거요.” --- p.188 그 순간, 내 안에서 날카로운 불꽃 같은 깨달음이 일었다. 누구에게나 ‘사명’은 부여되지만, 그 누구도 사명을 스스로 선택하거나 마음대로 관리할 수는 없었다. 새로운 신을 갈구하는 것도, 세상에 무언가를 베풀려 하는 것도 본질에서 벗어난 일이었다! 깨어난 인간에게 허락된 단 하나의 의무는 오직 자신을 찾는 것, 내면에서 굳건해지는 것, 그리고 그 길이 어디로 향하든 상관없이 자신의 길을 더듬어 나아가는 것뿐이었다. 이 자각은 나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고, 이것이야말로 내가 겪은 시련이 맺어 준 가장 값진 열매였다. --- pp.211-212 우리가 유일한 의무이자 운명으로 느꼈던 것은 단 하나뿐이었다. 우리 각자가 완전히 자기 자신이 되는 것, 내면에서 작용하는 자연의 씨앗에 온전히 충실하며 그 의지에 따라 살아가는 것. 그리하여 불확실한 미래가 그 무엇을 몰고 오더라도, 우리가 어떤 상황에서든 준비된 상태로 그 운명을 마주하게 하는 것뿐이었다. --- p.2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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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데미안》, 나에게로 가는 길은 결코 끝나지 않는다!
익숙한 이야기를 새롭게 마주하게 만드는 디자인과 번역의 힘. 어떤 책은, 시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제대로 읽힌다. 그래서 우리는 청춘의 문턱에서 《데미안》을 만나고, 시간이 지난 뒤 다시 펼치게 된다. 《데미안》은 오랫동안 전 세계 독자들에게 자기 성찰의 이정표가 되어 왔고, 불안한 영혼이 ‘나’를 찾아가는 여정에 조용한 동반자가 되어 준다. 그렇기에 이 책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젊은 날에는 막연히 스쳐 지나갔던 문장들이, 시간이 흐르며 다른 의미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문장은 그대로지만, 그것을 읽는 우리는 달라진다. 그래서 어떤 문장들은 뒤늦게야 비로소 제 자리를 찾는다. 이처럼 다시 읽힐 때마다 새로운 얼굴을 드러내는 작품이기에, 이번에 새롭게 선보이는 《데미안》은 원문의 철학적 무게를 충실히 살리면서도, 오늘의 독자가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는 호흡으로 옮겼다. 단정하고 밀도 있는 문장은 헤세의 치열한 사유를 고스란히 전하며 오래 남는 울림을 남긴다. 디자인 또한 그 결을 따른다. 고전의 품격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낸 일러스트, 깊이를 머금은 종이의 질감, 은은하게 빛나는 텍스트가 시선과 손끝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오래 곁에 두고 문장을 곱씹고 싶은 책, 소중한 이에게 가만히 건네고 싶은 책. 씨리얼 세계 문학 시리즈의 두 번째 책 《데미안》을 지금 다시 펼쳐 보자. 자아와 내면을 향한 고독한 비상 《데미안》 알을 깨고 나오는 고통을 지나, 마침내 온전한 '나'를 마주하는 이야기 《데미안》은 한 소년이 안온하게 주어진 세계를 넘어,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고독한 과정을 따라간다. 밝고 정결한 질서 속에서 살아가던 싱클레어는 신비로운 소년 데미안을 만나며 세계의 균열을 경험하고, 선과 악이 이분법으로 나뉘지 않는 복합적인 현실과 마주한다. 알을 깨고 나오는 새의 형상, 신적이면서도 악마적인 존재인 ‘아브락사스’는 기존의 도덕적 기준을 흔들며, 새로운 자아 인식의 가능성을 열어 보인다. 이 여정 속에서 싱클레어는 베아트리체를 향한 동경과 피스토리우스와의 만남을 거치며, 타인의 가르침이 아닌 자기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워 간다. 헤르만 헤세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한 인간이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길이 얼마나 고독하고도 치열한지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제1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 속으로 접어드는 후반부는, 기존 질서에 균열이 생기던 시대의 불안과 갈망을 함께 비춘다. 전쟁이라는 파국의 한가운데서도, 작가는 개인이 지켜야 할 존엄과 각성의 가능성을 놓지 않는다. 낡은 틀을 넘어 새로운 가치를 향해 나아가려는 의지는, 이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긴장이다. 이러한 통찰은 오늘의 독자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타인의 시선과 사회의 기준 속에서 흔들리는 우리에게 《데미안》은 묻는다. 우리는 과연 누구의 삶을 살고 있는가. 고통스러운 자기 부정을 지나 도달하는 깨닮음은, 스스로가 되려는 모든 이에게 오래 남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