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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
경제 어디에서 어떤 목적으로 살았는가 독서 소리 고독 손님들 콩밭 마을 호수들 베이커 농장 더 높은 법칙들 동물 이웃들 난방 전에 살던 이들과 겨울 손님들 겨울 동물들 겨울 호수 봄 맺는말 시민 불복종 역자 해설 작가 연보 |
Henry David Thore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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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홀로 보내는 편이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아무리 좋은 사람들이라고 해도 우리는 금세 지루하고 산만해진다. 나는 혼자 있는 것이 참 좋다. 고독만큼 붙임성 있는 벗을 본 적이 없다. 우리는 대개 방에 혼자 있을 때보다 밖으로 나가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닐 때 더 고독하다. 생각하거나 일할 때면 사람은 늘 혼자다. 그러니 그가 있고자 하는 곳에 있도록 내버려 두자. 고독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는 거리로 측정되는 것이 아니다. 북새통 같은 케임브리지의 대학 기숙사에서 정말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 있다면 사막에 있는 수도승만큼이나 혼자인 것이다. 농부는 밭을 갈거나 나무를 베며 온종일을 들과 숲에서 혼자 일하더라도 거기 몰두해 있다면 외로움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 pp.179-1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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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길을 완전히 잃거나 한 바퀴 돌게 되면―인간은 눈을 감고 한 바퀴만 돌아도 이 세상에서 길을 잃을 수 있다.― 비로소 자연의 광활함과 기묘함을 깨닫게 된다. 잠에서 깨어나든 몽상에서 깨어나든, 우리는 깨어날 때마다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길을 잃고 나서야, 다시 말해 세상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며 우리가 어디에 있으며 우리의 관계가 얼마나 무한한지를 깨닫기 시작한다.
--- p.2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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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때로 우리 마을의 가난한 사람들이 가장 독립적인 삶을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들이 의심 없이 도움을 받아들일 만큼 마음이 넓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을의 지원을 받아 생활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부정한 방법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할 때가 많은데, 그 편이 더욱 수치스러운 일이다. 뜰에서 샐비어 같은 약초를 가꾸듯이 가난을 가꾸자. 옷이든 친구든 새 것을 얻으려고 지나치게 애쓰지 말자. 낡은 옷은 뒤집어 입고 옛 친구를 다시 찾아가면 될 일이다.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변하는 것은 우리다. 옷은 팔아 버리고 생각은 그대로 간직하자. 우리에게 사람들과의 교제가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신은 아실 것이다. 며칠 동안 다락방 구석에 거미처럼 틀어박혀 있더라도 생각을 간직하고 있다면 세상은 나에게 변함없이 넓어 보일 것이다.
--- pp.428-4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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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가 국민이기보다 먼저 인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법에 대한 존경심보다는 먼저 정의에 대한 존경심을 함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가 마땅히 맡아야 할 유일한 의무는 어느 때건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는 것이다. 집단에 양심이 없다는 말은 옳지만, 양심 있는 사람들이 모인 집단은 양심이 있는 집단이다. 법이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더 정의롭게 만든 적은 없다. 오히려 법에 호의적인 사람들은 법을 존중하다가 매일 불의의 앞잡이가 되어 버린다. 법에 대한 과도한 존경심이 초래한 일반적이고 당연한 결과를 일련의 병사들에게서 볼 수 있다. 놀랄 만큼 질서 정연하게 언덕과 골짜기를 넘어 전쟁터로 행군하는 대령, 대위, 하사, 사병, 소년 폭약 운반수 등 온갖 병사들 말이다. 그들은 자신의 의지를, 아니 자신의 상식과 양심을 거슬러 행군하기 때문에 행군해 갈수록 실로 버거워지며 심장 박동마저 위험할 정도로 빨라진다.
--- p.4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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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지금, 160년이 넘은 낡은 책장에서 이 책을 새로이 꺼내 들어야 하는가?
-비범한 사상가이자 실천적 지식인 소로의 역작 『월든』 출간 흔히 ‘인간’을 ‘존엄’하다거나 ‘신성’하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우리는 외적 조건으로 나를 평가하고 타인을 판단한다. 그 조건이란 얼마나 큰 집에서 살고 있으며 어떤 브랜드의 옷을 입고, 얼마나 고급스러운 음식을 먹느냐와 같은 것들이다. 그리고 그 외적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때 사람들은 주눅 들거나 자기 자신을 비하한다. 더욱 사치스러운 물건이 더욱 가치 있다고 여기듯 인간 또한 그 실용성이나 효용성에 의해 가치가 매겨지는 세상을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런 우리가 무슨 자격으로 인간의 존엄과 신성을 말할 수 있을까? 미국의 비범한 초월주의 사상가이자 실천적 지식인이었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역작 『월든』은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이자, 인간에게 깃든 신성을 찾아간 지도라고 할 수 있다. 소로는 일평생 인간이 욕망하는 돈과 물질, 사치품과 생활필수품이라고 믿는 불필요한 모든 것들을 집어 던져 버렸을 때 진정한 자아와 삶을 발견할 수 있다고 믿었다. 진정한 삶은 먼 나라로의 여행과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직 괭이 하나만 가지고 손과 발을 이용해 자급자족하는 극도로 간소한 생활 가운데 물질에서 해방된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었다. 또한 ‘삶의 골수’만을 빨아들이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본질적인 삶만을 추구했던 그는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누구보다 충만한 기쁨과 삶의 정수를 누릴 수 있었다. 그의 응접실은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소중한 하인이 잘 정돈해 둔 집 뒤편의 소나무 숲이었고, 이슬비와 땅의 생산력이 그의 농사를 돕는 조수였으며, 지빠귀의 노랫소리가 밭에 웃거름이 되어 주었다. 그래서 소로는 자신이 경작한 콩밭이 자신을 경작자로 여기지 않고 ‘밭에 물을 주고 푸르게 만들어 주는 다정한 힘을 좀 더 따른다’고 고백한다. 자연에 대한 소로의 이런 견해는 콩의 결실을 자신이 다 수확할 수 없으며 일부는 '우드척'을 위해서 자라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게 하고, 잡초의 씨앗이 새들의 풍성한 먹이라면 무성한 잡초를 보고도 기뻐할 수 있기에 수확량이 농부가 생산하는 전부가 아니라는 성찰에 이르게 한다. 그래서 소로는 농사에서 실패란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자연의 신비로운 질서 속에서 인간은 결코 가난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충만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2년 2개월간 숲 속에서 자유와 충만한 인생을 누린 소로의 실험은 실은 마을에서 멀지 않은 숲 속 호숫가 월든에서 이루어졌다. 물질적으로는 풍족하지만 정신적으로는 가난한 이 시대에 소로는 지금 우리가 찾아가야 할 ‘월든’이 그리 멀리 있지 않다고 말하는 셈이다. 즉, 물질주의적 가치관에서 벗어나거나, 또는 외적 조건으로 판단했던 내 이웃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이타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 내가 찾아가야 할 ‘월든’임을 깨닫게 한다. 그런 인생의 재설정 속에서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며, 지금 있는 절망과 실패의 사건이 인생의 결말이 아님을 경험하게 된다면 ‘무한’과 ‘영원’이라는 초월적인 삶의 가능성이 우리에게도 열리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지금, 160년이 넘은 낡은 책장에서 이 책을 새로이 꺼내 들어야 하는 이유이다. 《클래식 보물창고》 시리즈의 서른여섯 번째 책 『월든』은 『걸리버 여행기』 , 『크리스마스 캐럴』,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말괄량이와 철학자들』 등 영미문학의 주요한 작품들을 꾸준히 번역해 온 김율희 번역문학가가 『월든』 초판본을 원전으로 충실히 완역한 것이다. 더불어 반어법과 과장법, 말장난, 의인화 등 현란한 수사법이 많은 소로의 까다로운 문장을 공들여 번역하고, 꼼꼼한 주석을 달아 작품의 이해를 돕는 데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또한 간디와 마틴 루서 킹, 톨스토이 등 위대한 개혁가들과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 에세이 「시민 불복종」을 함께 수록하여 소로의 사상과 실천적 지식인으로서의 면모를 더욱 깊이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돈으로는 영혼의 필수품을 단 한 가지라도 살 수 없다!” -체념과 절망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소로가 보내는 도전과 격려의 메시지 불황 속에서도 한정판 상품이 인기다. 물질적으로 풍요를 넘어 포화 상태라고 할 수 있는 오늘날, 기업들의 한정판 마케팅 전략은 고가에도 불구하고 호황을 누리는 중이다. 독특한 디자인의 아이템이나 한정판으로 나오는 물건이 인기를 모으는 이유는 물건이 가진 희소성에 기대 자신의 희소한 개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욕망 때문이다. 바꿔 말하자면, 사람은 제각각 유일한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길 원하는 본성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제도화되고 획일화된 삶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자신만의 고유한 유일성을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이 ‘물질’이라는 현실은 소로가 보기에 단연코 ‘비극’이다. 소로는 ‘사람에게서 옷을 빼앗는다면 과연 각자의 상대적인 지위를 어느 정도까지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라고 묻는다. 그리고 ‘돈으로는 영혼의 필수품을 단 한 가지라도 살 수 없다’고 대답한다.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자신이라는 고유성의 가치, 본연의 존재로 살아갈 수 있는 길은 물질의 많고 적음에 있지 않다. 하지만 물질주의와 상업주의에 뼛속 깊이 물든 현대인들은 사치스러운 물건을 얻기 위해 자신을 성찰할 시간을 희생시키며 노동에 매몰된다. 소로가 보기에 사람들은 의식주를 과도하게 추구함으로써 과도한 노동을 하게 되고, 그로 인해 스스로 노예화된다. 맹목적으로 돈과 물질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심은 그래서 ‘비천’하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많은 물질을 얻지 못함으로 인해 체념하거나 절망적인 삶을 이어 간다. 소로는 지금, 그런 체념과 절망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횃대에 올라 위풍당당하게 외치는 새벽의 수탉처럼 말한다. 인간에게는 그런 비천한 욕망과 함께 영적인 삶을 추구하는 본능이 내재해 있으며, 그 비천한 욕망을 버림으로써 신성을 이루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실천에 삶의 본질이 있다고 말이다. 부를 추구하는 단 한 가지 삶이 아니라, ‘자발적 가난이라는 우월한 고지’에 올라서 인간의 삶을 공정하고 현명하게 관찰하며 삶의 문제들을 실제적으로 해결해 가는 진정한 삶을 살자고 말이다. 소로는 자신의 지적 능력과 사업적 성공의 길을 모두 버리고, 숲 속으로 들어가 자급자족하는 생활 가운데 물질적으로는 가난했을지 모르나 ‘우주의 건축가와 함께 거니는’ 정신적으로 충만한 삶을 누렸다. 세상을 역행하는 도전적인 삶을 먼저 실천한 소로는 『월든』으로 그 비법을 전하며 이제 우리 차례라고 격려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