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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취와 별하
윤미경
북멘토 2026.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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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비취
102호
별하
목소리
미래
소원 팔찌
귀신 새
물구나무서기
보헤미안 랩소디
안녕
이 또한, 지나가리
웰컴 투 헬
에필로그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

동화와 동시를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2012년 황금펜 문학상에 동화 「고슴도치, 가시를 말다」가 당선되어 등단했습니다. 무등일보 신춘문예, 푸른문학상, 한국아동문학인협회 우수동화상을 수상했고, 2019년에는 「시간거북이의 어제안경」으로 MBC창작동화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지은 책으로 동화 『거울아바타 소환 작전』, 『우리 학교 마순경』, 동시집 『반짝반짝 별찌』, 그림책 『커다랗고 작은』, 청소년 소설 『얼룩말 무늬를 신은 아이』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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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4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340g | 135*210*14mm
ISBN13
9788963196855

책 속으로

“죽여 버리고 싶었어요.”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니었다. 닥터 김의 술수에 넘어가 비취는 무심결에 진심을 말해 버리고 말았다.
“죽일 수 없다면 나를 죽여 버리겠어요.”
되짚어 확인 사살까지 하는 실수를 했다. 하긴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 줘 버렸으니 후회해 봐야 소용없는 일이었다. 옥상에 올라가 서 있던 비취가 끌려 내려오고 며칠 후, 붙잡혀 온 곳은 바로 이곳 더 하얀 정신 병원이었다.
중증의 우울증, 환청, 환각에 의한 망상, 공황 장애, 자살 충동, 공격적 방어.
소견서에 적힌 무시무시한 단어들을 보고 비취의 엄마는 주르륵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그동안 왜 엄마한테 말하지 않은 거니? 이렇게 되는 동안 왜 그걸 혼자 견딘 거니…….”
비취 엄마는 비취를 붙들고 울었다.
“말했으면…… 그랬다면 뭐가 달라졌을까?”
나직하게 내뱉은 비취의 말에 엄마는 얼어붙었다.
--- p.22

죽어 버려!
놈의 목소리가 어느 순간 자신의 목소리로 바뀌어 들릴 때는 비취는 정말 귀를 떼어내고 싶었다. 수제비 조각 같다는 귀, 비취의 모든 불행의 시작은 귀에서 시작됐는지도 몰랐다.
병신같이 굴지 말고 그냥 죽어 버려. 벌레만도 못하게 살아서 뭐 할래?
다른 이가 아닌 비취 자신이, 자신을 향해 퍼붓는 저주는 상상 이상의 고통이었다. 온종일 욕을 해 댔고 그 욕을 비취도 모르게 입으로 내뱉을 때도 있었다. 비취는 욕이 튀어나올까 봐 입을 꼭 다물고 살았다. 밥도 물도 최소한의 양만 아무도 없을 때 먹었다.
--- p.45

별하가 가장 후회하는 것은 자신의 비범함을 너무 일찍 드러내 버렸다는 것이었다. 사실 완벽하게 감춘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그래도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
별하는 어릴 적부터 남다른 재능으로 주목을 받았다. 어리석은 지구인들에 비해 자신의 능력은 감히 지구인들이 따라갈 수 없는 수준이라는 걸 간과한 것이다. 별하는 공부는 물론 예체능 분야까지 너무 탁월했다.
영재, 천재 소리를 듣고 자란 별하에게 부모가 거는 기대는 높았다. 많은 선생님을 붙이며 욕심을 부렸다.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여 검사, 판사가 돼 주는 것쯤은 일도 아니었지만 별하의 영혼은 전혀 다른 곳을 떠돌고 있었다.
음악은 별하의 영혼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반려자를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도 음악 덕분이었다. 지구별에 도착해 인간의 몸을 빌려 태어나는 과정에서 잊어 버린 반려자의 전파를 음악을 통해 기억해 낸 것이다.
--- p.82

미래가 첫 임신을 경험한 건 중학생 때였다. 그래도 다행히 애 아빠는 한 명이었고 누군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외할머니 식당에 채소를 배달하던 총각이었다.
“당근이 아주 달고 맛있어서 당근이 아니라 사과 같아. 너처럼 예쁘기도 예쁘지.”
오빠가 내민 길쭉한 당근을 아작거리며 씹다가 미래는 그만 사랑을 느꼈다. 그동안 숱하게 맞아 온 채찍으로 인해 외로웠던 미래에게 고작 당근 하나가 너무 달았다. 사랑에 빠져 버린 미래는 너무나 쉽게 당근 오빠의 품에 안기고 말았다.
자꾸 헛구역질을 해 대는 미래가 수상쩍었던 외할머니는 미래를 다그쳤다.
“염병할 이년의 팔자는 어쩌면 이렇게 지지리도 복이 터졌을까. 혹이 혹을 달고, 혹이 또 혹을 달고, 주렁주렁.”
할머니는 곧 당근 오빠를 불러들였다. 미래를 책임지라고 멱살을 잡고 몇 번 흔들자, 오빠는 그날 밤 바로 줄행랑을 놨다.
미래는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유산이었다. 칼로 팔을 긋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였다.
--- p.103

“새 쫓아다니는데 정신이 팔려서 밥 대신 술로 때우기를 몇 년 했더니 나중엔 밥이 안 들어가더라고. 이젠 술을 안 마시면 온 내장들이 들고 일어나. 몸이 달라고 아우성치면 마시고, 길에 쓰러지면 누군가 이리로 실어다 주고. 그 지경이 됐지.”
“이 병동 중독자 중엔 직업이 의사도 있고 변호사도 있대요. 나처럼 가난하고 힘든 사람만 중독에 빠지는 줄 알았는데 깜놀이었어요.”
미래가 처음 병동에 입원했을 때는 신부님도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중독은 만인 앞에서 공평한 거야.”
미스 최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근데 캐리어는 왜 저렇게 큰 걸 끌고 다니세요?”
“중독 치유의 첫걸음은 자신이 중독자라는 걸 인정하는 거라는데 그런 점에서 난 깔끔하게 인정해. 하지만 치유를 위한 인정은 아니야.”
“그럼요?”
“중독이 무서운 건 중간이 없다는 거야. 끊던가 죽던가. 둘 중 하나지. 중독이 됐다는 건 이미 절제력을 잃은 건데 적당히 즐기며 살기는 불가능이라는 거지. 몇 번 시도는 해 봤지만 단주는 실패야. 그렇게 독하게 살아남아서 뭐 하나 싶어서 포기했지. 아쉬워할 인연도 많지 않고. 그저 새와 함께 떠돌다가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가진 거 모두 정리하고 저 캐리어에 밀어 넣었어. 이렇게 돌아다니다 쓰러져 죽으면 저거 하나 태우면 끝나.”
“그렇게 말하시니까 무섭잖아요.”
미래가 울상을 지었다.
“그러니 너희들은 그러지 마. 남은 생이 너무 길잖아. 평생을 지옥 속에서 보낼 셈은 아니지?”
남은 생을 캐리어 하나에 담고 죽음을 기다리며 떠도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자 미래는 슬퍼졌다.
--- pp.108-109

비취는 효정을 볼 때마다 여기서 어떻게 화장을 하는지 궁금했다. 입원할 때 유리병이나 펜 종류는 다 압수된다. 화장품들은 병에 담긴 게 많고 아이펜슬도 있는데 어떻게 가지고 들어온 걸까.
“효정이 요구한 입원 조건은 딱 하나였대. 화장하게 해주는 거. 그래서 간호사실에 화장품을 두고 아침마다 가서 화장하고 와.”
별하가 간단하게 궁금증을 풀어 줬다.
“효정이 처음 들어왔을 때는 굉장했어요. 금단 현상으로 사흘 동안 잠도 안 자고 날뛰었대요.”
미래가 속삭였다.
“화장 중독도 금단 현상이 생겨?”
“나비 때문이에요. 누구든 만나게 되면 하늘을 날게 하는 마법의 나비 말이에요.”
“마법의 나비?”
미래는 대답하지 않았다.

--- p.115

출판사 리뷰

이게 진짜 10대들의 소설이다!

이제껏 한국 사회가 터부시해 온
10대의 정신 건강과 중독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작가 윤미경의 “바로 거기 상처받은 당신”을 위한 소설

세상에 태어나 서로의 영혼이
가장 여리고 앙상해진 순간에 만난 비취와 별하의 이야기


가난 때문에 늘 외톨이였던 비취는 어느 날 엄청난 사건에 휘말리면서 ‘더 하얀’ 정신 병원 폐쇄 병동에 입원하게 된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병원에 갇힌 비취는 자신을 이런 처지로 만든 변시후에게 엄청난 분노와 증오를 느낀다. 휘몰아치는 감정 속에서 병원에 입소한 비취는 몇 번의 환청과 불안 발작을 경험하며, 처음 며칠간 스스로 영혼을 갉아먹는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병동에 입소한 다른 환자들의 사연을 듣기 시작하며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하는데…….

‘더 하얀’에는 틈만 나면 자해하는 버릇이 있는 미래, 다이어트약을 먹었다가 중독된 효정이, 한때 조류학 박사님이었지만 알코올 문제로 인해 망가진 일상을 사는 미스 최까지 하나같이 상처받은 사람들뿐이다. 비취는 그들과 교류하며 점차 자신의 상처를 돌아보며 안정을 찾아가는데, 한 번씩 떠오르는 사건의 트라우마가 계속해서 비취를 놓아 주지 않는다.

그런데 그런 비취 앞에 별하가 나타났다. 조현병을 앓고 있다는 별하는 항상 밝고 명랑했지만, 언제나 황당하고 터무니없는 얘기들을 늘어놓았고, 늘 아무에게나 반말을 했다. 머나먼 은하계 저편에서 부서진 반려자의 파편을 모으러 지구에 왔다는 별하를 비취도 처음엔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점점 별하를 이해하게 되었고, 둘은 무언가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과연 둘 사이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비취에게 일어난 사건이란 어떤 것일까? 비취와 별하는 상처를 회복하고 꿈꾸던 행복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까?

세상 끝에 세워진 아이들이 간절하게 전해 주는
치유와 회복의 빛나는 기록


최근에 보도된 기사에 따르면 SNS상에서의 불법적인 약물 거래가 급증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청소년의 마약 사용 경험 비율이 100명 중 3명에 육박하는 등, 중독은 이미 대한민국 청소년들에게 당면한 눈앞의 문제가 되었다. 믿기 어렵겠지만 어른들도, 청소년 자신들도, 아무도 모르는 새에 정말로 그렇게 되고 말았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청소년의 중독 문제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고, 중독 당사자가 자신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게 도울지 아무런 논의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기사의 논조를 살펴봐도, 기사의 댓글을 읽어 봐도 몹쓸 마약에 중독된 발칙한 청소년 놈들을 어떻게 처벌하면 좋을지에만 골몰하며 목에 핏대를 세우는 꼰대 어른들뿐이다.

이 책 《비취와 별하》는 우리 주변에 분명히 존재하지만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모두가 쉬쉬하는 문제인 청소년의 우울증과 중독, 의존증, 자해, 약물 오남용과 같은 주제를 정면으로 다룬 문제작이다. 윤미경 작가는 세상 사람들이 함부로 말하고 재단하는 ‘더 하얀 정신 병원’에 입원하게 된 아이들의 진짜 삶과 상처를 과장하지 않고 우리 앞에 펼쳐 보인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외면했던 요즘 청소년들의 소외된 삶이, 그들의 진짜 삶이 이 책에서는 외면당하지 않고 거기에 있다. 작가의 촘촘한 문장들을 통해 우리가 손쉽게 손가락질할 법한 ‘몹쓸 청소년’들의 삶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보면,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성폭력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던 비취와 부모의 기대와 억압 속에서 날마다 시들어 간 별하의 삶이 보인다.

이 책은 자칫 어둡고, 자극적으로 비춰질 수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책’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세상의 차가운 외면 앞에서 벼랑 끝까지 몰린 아이들이 서로를 부둥켜안고, 일으켜 세우고, 자신과 화해하고, 자유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속이 뜨겁고 뭉클해진다. 부디 더 많은 청소년이 이 책을 읽고, 비취와 별하의 삶을 공감해 보길 바라며, 더는 불행해지지 않을 용기와 지혜를 얻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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