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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기로7
페르소나10 버릴 수 있을까 ‘용량 부족’14 한때의 열정을 보관 중입니다16 특별한 흔적20 반복 그리고 반복24 힘이 들 땐 하늘을 봐29 사랑은 끝나도 물건은 남는다34 흐르는 강물에 사랑을 담다37 다시 대답해 주고 싶어43 고마워요 스무살의 마니토46 엄마 냄새49 돌려보는 시간53 To. 많이 보고 싶은 엄마에게59 터널64 이상한 힘을 가진 책69 장인은 도구를 더 가린다72 아깝다 아깝다 미련 가득한 냉장고79 다 큰 어른의 소꿉놀이81 괌옥84 더 이상 나에게 플레이 버튼은 없다88 목걸이는 나를 멋있게 하지 않아91 고질병97 작가의 말1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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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미루면 이틀이 되고, 한 달이 비어버리면 그다음 장을 채우는 건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숙제가 된다. 쓰지 못한 날들이 쌓일수록 죄책감의 두께는 두꺼워졌고, 다이어리는 어느새 내 삶을 기록하는 도구가 아니라 나의 게으름과 망설임을 매일 증명하는 차가운 감시자가 되어 책장에 머물렀다.
---p.9 시간의 흐름에 따라 차곡차곡 쌓여가는 기록들은 나의 유일한 부지런함이었다. 상자를 가득 채운 영수증과 티켓들이 그것을 말해줬다. ---p.22 한때는 젊고 예쁜 커플의 사랑 넘치는 징표는 그렇게 여러 사람을 거치는 동안 점점 의미가 변색되어 갔고 이제 이 세상에서 쓸모를 다해 폐기물로 사라져가기 직전이다. 그날 밤 나는 인형을 한참 바라보다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떠나보내지 못한 것이 아니라, 아직은 그대로 두기로 했다. ---p.36 가족이 보고 싶고 그 시절의 내가 보고 싶을 때, 또는 그때가 무척 그리울 땐 녹화된 영상이나 음성을 찾곤 한다. 그 시절의 나와 가족이 그립다. 특히 활기차고 젊었던 아빠가 그립다. ---p.57 봄 햇볕에 복숭아꽃이 다시 한번 만발해 세상을 아름답게 수놓으면 우리 그때 만나. 그땐 못다 한 이야기 나누며 긴 시간을 함께해. 이 편지를 당장 받아 보지 못하겠지만, 내 마음이 엄마에게 전해질 거라 믿어. 엄마 많이 보고 싶어. “엄마, 사랑해.” 다시 만날 때까지 이 편지 간직하고 있을게. ---p.63 가끔 답답하거나 일이 풀리지 않을 때 펜이 잔뜩 전시된 문구점에 간다. 새로운 디자인으로 나온 그 펜을 하나 산다. 계산을 마치며 바란다. 이 펜을 끝까지 쓸 수 있게 해 달라고. ---p.77 우리 집 냉장고에는 버리지 못한 미련이 가득하다. 건강을 위해 샐러드로도 먹고, 삼삼하게 볶아서 밥이랑 함께 먹을 양배추, 빵에도 발라 먹고 군것질이 당길 때 한 숟가락 퍼먹을 땅콩버터, 아들이랑 함께 먹을 요구르트, 아침에 든든하게 뱃속을 채울 순두부 계란찜을 만들기 위한 순두부. ---p.79 환경이 바뀌면 사람도 조금은 달라질 수 있으리라 믿으며, 정돈된 집과 단단해진 마음을 상상해 본다. 새 생명을 맞이하고 좋은 엄마가 되려면 이 고질병 같은 습관부터 끊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몸은 여전히 무겁다. ---p.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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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나는 왜 버릴 수 없을까.
사실 버리고 싶지 않은 것일까. 결국 버리지 못한 것일까. 한때 필요했지만 쓸모 없어진 것들과 지나고 나서 소중함이 생긴 것들 사이에, 남겨둔 이유를 책으로 엮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