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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1부 오늘 여자 친구와 헤어졌다 내 얼굴 14 | 성의 없는 독후감 15 | 쐐기문자 16 | 반가사유상 18 | 또래 19 | 오늘 여자 친구와 헤어졌다 20 | 슈퍼문 21 | 귀에 감긴 말 22 | 사춘기 24 | 케이크 왕국 26 2부 선인장 낮잠 일기 펜슬타워 31 | 돌의 입 32 | 말꼬투리 34 | 잠옷 35 | 곰돌이 마을 36 | 그리스 로마 신화에 빠진 나 37 | 선인장 낮잠 일기 38 | 화분 앞에서 40 | 업데이트 41 | 호두 42 3부 나무에 달린 입술 나라도 잘해 보려고 46 | 나무에 달린 입술 47 | 브라더 48 | 달뿌리풀 50 | 옥수수밭 52 | 여우고개 53 | 개똥벌레 54 | 뱀의 도전 56 | 코끼리 58 | 올빼미네 동네 60 4부 누구일까요? 당근칼 64 | 귀뚜라미 65 | 누구일까요? 66 | 반대로 68 | 맨발 70 | 단수 71 | 어쩌면 72 | 연기의 무게 73 | 괴산 할매체 74 | 놀부 76 5부 귀신 없애는 법 청자 투각 칠보무늬 향로 80 | 학교 앞 도로 81 | 석양 82 | 하늘나라 안경점 84 | 다시 쓰는 여우와 두루미 86 | 비스듬히 87 | 귀신 없애는 법 88 | 아빠가 나를 낳았어 90 | 꽃 한 송이를 보고도 91 | 오늘은 내가 참는다 9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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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사소한 날숨을 문학적 들숨으로 쉬어가다
봉윤숙 시인의 동시집 『오늘은 내가 참는다』는 아이들의 일상 언어와 사소한 행동 속에 숨겨진 날카로운 관찰력과 다정한 시선을 담아낸 작품들이 많습니다. 시인은 아이들의 세계를 멀리서 관조하거나 가르치려 들지 않습니다. 대신 아이들의 눈높이와 나란히 서서 그들이 마주하는 기쁨, 슬픔, 억울함, 그리고 사춘기의 혼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받아적습니다. 다른 남자 친구가 생겼다며 그만 만나자고 한다 키는 작아도 태권도 하는 모습이 멋지다고 사귀자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젠 키 작아서 싫단다 - 「오늘 여자 친구와 헤어졌다」 전문 시인은 동심을 무조건적인 순수함이나 아름다움으로만 포장하지 않습니다. 「오늘 여자 친구와 헤어졌다」에서 이별의 원인을 태권도 실력에서 키 문제로 바꾸어 버리는 아이들의 변덕스러운 연애관을 유쾌하게 짚어내는가 하면, 「사춘기」를 예습과 복습이 불가능하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가장 힘든 과목’으로 정의하는 대목은 요즘 어린이들이 마주한 현실적인 스트레스를 날카롭고도 위트 있게 관통합니다. 또한 동시집 『오늘은 내가 참는다』 전반에 흐르는 시각적, 청각적 이미지는 독자의 감각을 끊임없이 자극합니다. 드디어 말문이 터졌다 조르르 주르르 좌르르 샤아아 샤샤아 샤샤샤 참았던 말을 담고 있던 말을 한꺼번에 쏟아낸다 물뿌리개가 -「화분 앞에서」 전문 물뿌리개가 물을 쏟아내는 소리를 "조르르 주르르 좌르르 / 샤아아 샤샤아 샤샤샤"와 같이 말문이 터진 것에 비유한 「화분 앞에서」는 언어유희의 즐거움을 극대화합니다. 반면 반으로 자른 호두에서 "지도에 없는 길들이 / 가보지 못한 길들이 /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고 발견해 내는「호두」의 시선은 사소한 사물 속에서 거대한 우주를 찾아내는 시인의 뛰어난 관찰력과 깊은 사유의 깊이를 증명합니다. 한편 장사가 안돼 문을 닫았던 엄마의 마음을 직업 놀이를 통해 비로소 이해하게 되는 「나라도 잘해 보려고」, 택배 일을 하느라 갈라진 아빠의 발바닥과 까만 발톱을 처음 발견한 「맨발」의 순간은 코끝을 찡하게 만드는 묵직한 힘이 있습니다. 길가에 버려져 발길질을 당하는 쓰레기봉투들이 서로에게 등을 기대고 있다고 말하는 「비스듬히」 역시 우리 주변의 소외된 존재들을 향한 시인의 따뜻한 시선이 투영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동시집 『오늘은 내가 참는다』 는 아이의 시선에 머무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시선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마음까지 촉촉하게 적십니다. 시인의 말 아이들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들리지 않는 말을 듣고 어쩌면 학교 가는 길의 꽃들이 먼저 말을 걸어올지오 몰라요. 2026년 여름 봉윤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