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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 골목길에서 만난 자연과 사람, 그리고 삶의 온기
나정자 시인의 시선이 머무는 섬마을은 박제된 관광지가 아닙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쓸쓸해진 섬의 현실을 슬픔에 머무르게 두지 않고, 특유의 단단하고 다정한 생명력으로 채워 넣습니다. 정심이네 대철이네 삼순이네 만재도 세 집 겨울 되면 서울 사는 대철이한테 목포 사는 정심이네로 부산 사는 삼순이네로 다 떠나 빈집 봄이 되면 새싹 돋듯 빨랫줄에 옷 걸리는 만재도 세 집 -「만재도 세 집」전문 겨울철 텅 빈 집들을 '버려진 공간'이 아니라 봄이 되면 새싹이 돋아나듯 다시 사람이 찾아올 '기다림의 공간'으로 묘사한 표제작 「만재도 세 집」이 대표적입니다. 또한 우렁이와 갯벌 땅이 함께 벼를 키워내고(「갯벌에 여문 쌀」), 태풍이 불어오면 바다를 싹 청소해 주어 고맙다며 한숨 푹 쉬어가는 상생과 순응의 공간입니다. 휘리릭~ 휘리릭~ “휘몰아치면서 쳐들어온당께 저놈의 태풍 지긋지긋혀” “그렇게 말하면 안 되제” “바다를 뒤집어 싹 청소해 준께 우리가 사요안, 살어! 누가 저 넓은 바다를 해마다 청소하것소” “아따! 태풍이 쉬게까지 해준께 오늘 한 번 푹 쉬어봅시다” -「태풍」전문 시인은 섬에서 혼자 사는 할머니의 가장 큰 효자가 무릎에 바르는 파스나 효자손이 아니라, 세찬 바람을 막아주어 농사를 짓게 해주는 돌울타리 '우실'이라는 점을 따뜻하게 포착해 내며(「비금도의 효자」), 평생 갯벌로 출근하며 "내 몸이 곧 물때"라고 말하는 할머니들의 단단한 노동을 통해, 정년 없는 삶의 숭고함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쉽고 웅숭깊은 언어로 들려줍니다(「어찌 아요?」). 그리고 이 동시집의 가장 큰 문학적 성취는 구수한 남도 사투리가 만들어내는 입체적인 리듬감에 있습다. “비금댁, 아직까장 뭣허요?”(「땅거미 고것, 참」)와 같은 날것의 언어들은 세련된 표준어가 담지 못하는 섬사람들의 삶의 궤적을 생생하게 복원합니다. 여기에 채승연 작가의 유머러스하고 푸른 일러스트가 앙상블을 이루며 시의 해학을 극대화했습니다. 책을 덮고 나면 비릿하고 짭조름한 바닷바람이 마음속에 기분 좋게 머무는 것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시인의 말 여러분들도 동시를 읽으며 섬마을 골목, 골목길을 걸어보세요. 갯벌도 뛰어다니고, 바닷바람도 만나 보세요.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 섬사람들의 이야기도 오래 기억해 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도 언젠가 어느 섬에서 여러분만의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 그 이야기가 시가 되면 더더욱 좋고요. 섬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나정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