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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두 시, 소제동, 딸기 향
정재은 저
문학동네 2026.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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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삑, 구식 로봇입니다 7
열네 살에 연락할게 31
나의 반려 별 57
착륙하는 법은 아직 81
너의 노래를 듣고 싶어 101
소제동에 과일 트럭이 오면 오후 두 시래 121
작가의 말 141

저자 소개 1

아톰, 요다, 고양이버스, 스머프, 반다비. 크기도 질감도 제각각인 것들과 함께 살아간다. 머릿속에도 세상을 돌아다니다가 자리잡은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동화집 『내 여자 친구의 다리』를 썼고, 앤솔러지 『슬이는 돌아올 거래』 『당첨되셨습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에서』에 참여했다. 어린이청소년SF매거진 『벙커K』 기획위원이며, ‘어린이청소년SF연구공동체 플러스알파’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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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9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240g | 140*205*10mm
ISBN13
9791141690946

출판사 리뷰

미래의 풍경을 통해 새롭게 감각하는
바로 지금, 우리가 있는 이곳

오후 두 시, 소제동. 개인 맞춤형 인공 지능 에이전트 ’마음벗‘ 마리는 의뢰인 하리와 함께 과일 트럭을 기다리고 있다. 온실공장 보편화로 제철 과일이라는 개념조차 없어진 시점, 대전역 뒤편의 고물상 옆에서 진지하게 농장 딸기를 기다리는 최첨단 인공 지능 프로그램의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표제작 「소제동에 과일 트럭이 오면 오후 두 시래」 속 이 수수하고도 엉뚱한 장면들은 어떤 ’마음‘들은 어느 때든 달콤한 향처럼 우리 사이를 감돌고 있을 거란 믿음을 준다. 복잡한 시내버스로 오가는 등하굣길에서 인간이 로봇을 돌보거나, 우주선이 많이 모인 행성 궤도에서 온라인 게임의 동시 접속자 수를 기대하는 다른 단편 속 장면들도 그렇다. 일상과 내일의 풍경이 겹치며 SF적 상상력은 현실에 발 디딘 채 뻗어 나가고, 딸기 향, 맞잡은 손의 피부 질감, 우주를 채우는 피아노 멜로디가 이야기 사이를 흐르며 독자의 직관을 더욱 생생히 깨운다.

최첨단 AI지만 거의 시계로만 쓰이는 마리가 그렇듯 책 속 주인공들은 ’쓸모‘와는 거리가 멀다. 산이는 별 기능이 없는 구식 로봇 아나투를 돌봐야 하고(「삑, 구식 로봇입니다」), 시라는 성공해도 포기해야 하는 티켓팅에 몇 차례고 도전하며(「열네 살에 연락할게」), 우주 진출 시대의 주랑은 중력 변화를 견디지 못해 지구를 떠날 수 없다(「나의 반려 별」). 효율을 바탕으로 움직이는 기술과학의 시대. 그럼에도 이들은 유용해지려 애쓰지 않는다. 대신 계산을 멈추고, 손을 잡고, 약속을 기억하고, 발붙인 곳을 다시 바라본다. 그렇게 사부작사부작 움직이는 동안 아이들은 타자에 대한, 넘어서서는 자아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다진다. 일상과 닿은 수수한 풍경들, 소소한 감각들과 함께 우리는 미래의 시공간 틈을 온몸으로 통과해 지금 이곳의 우리를 새로이 지각하게 된다.

앗, 망하겠다. 이렇게 높이 날아 보는 건 처음이다.
그래도 괜찮다. 아직 보고 듣고 느끼고 싶은 게 많으니까.

‘알 수 없음’과 ‘할 수 없음’ 앞에서도 인물들은 멈추지 않고 다른 선택의 길을 연다. 미지하기에 남아 있는 가능성, 그 ‘모름’이야 말로 지금 이곳을 새롭게 바꾸는 유일한 카드가 된다. 라라두는 사전에서만 보았던 진짜 나비를 찾으러 망했다고 알려진 행성으로 향하고(「착륙하는 법은 아직」), 서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나’와 모래는 그럼에도 함께 노래 부른다(「너의 노래를 듣고 싶어」). 끝났다고 불리는 세계에도 아직 보고 듣고 느끼고 싶은 것이 남아 있고, 서로의 감각이 완전히 맞닿지 않아도 함께 부르고 싶은 노래는 생겨난다.
그들의 출발하게 만드는 건 굳센 결의가 아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무슨 일이든 일어날지 모른다는 희망, 완전히 이해할 수 없더라도 조금 더 함께 있어 보자는 관용. 그 작은 마음들을 품은 채 아이들은 언제 지켜질지 모르는 약속을 기억하고, 망했다고 여겨진 행성으로 향하고,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과일 트럭을 기다린다. 『오후 두 시, 소제동, 딸기 향』의 낙관은 그렇게 은근하고 씩씩한 움직임 속에 스며, 각자의 속도와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들의 가치와 가능성을 지금 이곳의 청소년들에게 전한다.


· 수록 작품 소개

「삑, 구식 로봇입니다」

‘반려체 컨설턴트’가 직업인 산이는 같은 학교 찬비에게 의뢰를 받는다.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에 출전하는 동안 자신의 반려 로봇 아나투를 돌봐 달라는 의뢰다. 손을 ‘꼬옥’ 잡으면 따라오는 아나투를 그만 따라오게 하는 방법을 몰라 산이는 컨설팅 기간 내내 아나투와 함께 다닌다. 버스에 탈 때마다 “삑, 구식 로봇입니다.”라는 소리가 나고, 엄청나게 무거운 데다가, 말도 할 줄 모르는 아나투와 동행하며 산이는 찬비와 아나투에 대한 궁금증을 키워 간다.

「열네 살에 연락할게」

티켓팅의 달인인 ‘금손’ 시라는 여태 당첨된 콘서트에 가거나 이벤트 상품을 가져 본 적이 없다. 시라가 아직 어리다는 이유로 부모님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시라가 드디어 투 플러스원으로 로봇을 구입해 우주로 보내는 이벤트에 참여하게 되고, 열네 번째 생일날 명왕성으로 떠나는 로봇 도, 레, 미를 배웅하러 간다. 로봇들이 우주로 떠나면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시라는 그들이 열네 살이 되는 날 꼭 연락하겠다고 약속한다.

「나의 반려 별」

주랑은 학교를 그만두고 학생들의 미래를 우주 콘셉트로 꾸며 주는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선천적 중력 장애 때문에 우주여행을 꿈도 꾸지 못한다. 우주 비행사인 아빠의 세계, 우주 진출을 꿈꾸는 학교 친구들의 세계가 주랑에게는 멀게만 느껴진다. 어느 날 중학교 동창 영지가 우주 정거장에서 찍은 사진을 주랑에게 보내오고, 주랑은 자신이 떠나지 못해서 직접 바라볼 수 없던 행성 지구를 새롭게 보기 시작한다.

「착륙하는 법은 아직」

우주돛단배 두부호에서 태어나 살아 온 라라두는 게임 ‘행성 너머’에 푹 빠져 있다. 게임 속에서 자신이 개척한 훌훌행성이 망하기 직전, 플라플라 우주선 소속의 샤플과 코플이 찾아온다. 둘은 라라두에게 함께 ‘멸망의 이유’를 찾기 위해 실제 행성에 가 보자고 제안한다. 망하는 이유라면 수백 가지도 넘게 알고 있는 라라두지만 ‘진짜’ 나비가 있다는 행성 블루스에 샤플, 코플과 함께 착륙해 보기로 한다.

「너의 노래를 듣고 싶어」

사람들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나’는 전쟁과 기후변화 등으로 폐허가 된 지구를 떠나 우주 난민 신세로 은하평화선에 올라탄다. 그 안에서 모래와 서로 듣지 못하는 노래를 함께 부르며 어느 행성에 정착해도 별 상관없다고 생각하지만, 누아 행성에서 자신의 노래와 어우러지는 낯선 화음을 느끼고 보라색 눈동자를 가진 누아인과 마주친 뒤 마음이 흔들린다.

「소제동에 과일 트럭이 오면 오후 두 시래」

하리의 개인 맞춤형 인공 지능 에이전트 ‘마음벗’ 마리는 무뚝뚝한 하리의 마음을 계산하기가 어렵다. 어느 날 마리는 소제동에 사는 하리 할머니가 예전 과일 트럭의 딸기를 떠올리며 혼잣말한 이야기를 하리에게 전해 주고, 마리는 오후 두 시, 하리의 가방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 과일 트럭이 온다는 소제동으로 향한다.
리뷰 총점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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