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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화·김수영·신동엽
문학이라는 사상과 시적 창조
창비 2026.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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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창비 한국사상선 간행의 말

서문
사상의 리얼리즘, 개벽의 문학

핵심저작
[ 임화 ]
1장 사상으로서의 리얼리즘
2장 이식의 역사, 창조의 과제
3장 비평적 실천으로 본 문학의 정신

[ 김수영 ]
1장 ‘4월의 재산’과 시
2장 자유와 참여
3장 문학과 현실, 그리고 현대성
4장 ‘온몸’의 시를 향하여

[ 신동엽 ]
1장 대지의 문명론과 시인정신
2장 시와 현실
3장 ‘인간’으로 가는 길

임화 연보
김수영 연보
신동엽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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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

편저창비담론 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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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한림대학교 교수, 『창작과비평』 편집위원. 저서로 『개념비평의 인문학』 『다시 소설이론을 읽는다』(편저) 『개벽의 사상사』 『문명전환의 한국사상』 『빛과 사랑의 언어』(이상 공저), 역서로 『왜 마르크스가 옳았는가』 『도둑맞은 세계화』 『단일한 근대성』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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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9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440쪽 | 153*224*25mm
ISBN13
9788936481797

출판사 리뷰

현실과 맞붙는 사상으로서의 문학과 임화

임화는 1908년 태어나 1926년 카프(KAPF)에 가입한 뒤 중앙위원과 서기장으로 활동한 프로문학의 대표적 인물이다. 1935년 카프 해산 후에도 일제의 탄압 속에서 문학이 해야 할 일을 모색했고, 해방 이후에는 민족문학 건설의 과제를 제시했다. 이 책에 실린 그의 글은 대부분 카프 해산 이후에 쓰인 것이다. 조직이 무너지고 기존의 이론만으로 현실에 대응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임화는 프로문학의 지향을 버리는 대신 그 한계를 성찰하고 더 깊은 사유로 나아가고자 했다.

임화편 1장의 「주체의 재건과 문학의 세계」는 그 모색을 잘 보여준다. 여기서 임화가 묻는 것은 문학의 기법에 앞서, 한 인간이 엄혹한 현실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라는 문제다. 머리로 이해한 세계관이 실제의 시련 앞에서 무력해지는 경험을 돌아보며 그는 사상이 인간의 몸과 삶 전체에 스며들어야 한다고 보았다. 이때의 리얼리즘은 눈앞의 풍경을 사실적으로 옮기는 방법에 그치지 않는다. 현실의 모순을 직시하되 그 안에서 변화의 힘까지 발견하려는 태도에 가깝다. 현실이 어둡다는 이유로 물러서기보다 그 어둠과 끝까지 맞붙는 일을 문학의 출발점으로 삼은 것이다.

이 같은 사유는 한국 근대문학의 역사를 정리하는 작업으로 이어졌다. 2장의 「개설 신문학사」에서 임화는 조선의 근대문학이 서구문학의 이식에서 시작되었다는 문제를 제기한다. 이른바 ‘이식문학론’이다. 그러나 그의 논의를 한국문학이 서구문학의 모방에 불과하다는 평가로만 읽어서는 충분하지 않다. 임화가 절실히 물었던 것은 주체적으로 문화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창조에 이르는 길이었다. 그는 「농촌과 문화」에서 “문화의 이식은 창조의 한 계기가 되지 아니하면 아니 된다”(135면)고 강조한다. 이식한 문화를 우리 전통과 만나게 하는 동시에, 서구 근대문화 자체의 한계도 넘어서야 한다는 이중의 과제가 여기에 담겨 있다.

편저자는 임화가 제시한 과제의 의의를 살피면서도 그가 전통을 이해하는 데 보인 한계를 함께 짚는다. 유학의 경세적 사유나 동학의 변혁적 역량을 충분히 알아보지 못한 점은 그가 넘어야 했던 사상적 공백이었다. 그럼에도 임화는 자신이 받아들인 이론에 안주하지 않고 현실과 작품을 거듭 읽으며 판단을 가다듬었다. 3장에 모인 실제 비평들은 그 사유가 구체적인 문학작품 앞에서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보여준다. 동료 문인들의 작품에 개입하고 논쟁을 벌인 일 자체가 문학과 현실을 연결하는 그의 실천이었다.

현실에 뿌리내린 자유와 김수영의 온몸의 시

김수영은 1921년 태어나 식민지와 한국전쟁을 겪고, 4·19혁명과 5·16군사쿠데타를 통과하며 시와 산문을 썼다. 그에게 서구의 현대문학은 배움의 원천이면서도 스스로 맞서고 넘어서야 할 대상이었다. 한국의 현실을 뒤떨어진 것으로만 여기고 서구의 세련된 기법을 좇는다면, 정작 자신이 살아가는 세계를 외면하게 되기 때문이다. 김수영편 3장의 「모더니티의 문제」는 이 딜레마를 정면으로 다룬다. “시인의 스승은 현실이다”(331면)라는 선언에 이어, 그는 현실의 뒤떨어짐보다 그것을 직시하지 못하는 시인의 태도를 더 부끄러운 것으로 지적한다.

김수영에게 현대적인 시를 쓴다는 것은 유행하는 형식을 가져오는 일이 아니었다. 자신의 현실에 정직하게 뿌리내리고 그 현실을 예민하게 자각하는 일이 먼저였다. 편저자는 김수영이 이 과정을 통해 ‘세계적’이라는 평가의 기준 자체를 새로 묻고 있다고 해석한다. 서구의 기준에서 앞서고 뒤처지는 데만 매달리지 않고, 한국의 구체적인 삶에서 세계에 말할 수 있는 가치를 만들어내려 했다는 것이다. 이는 임화가 제기한 자주와 창조의 과제를 다른 시대의 조건 속에서 다시 붙잡은 시도이기도 하다.

그러한 변화의 중요한 계기는 4·19였다. 1장에 수록된 글들에서 김수영은 혁명을 거치며 현실과 문학을 대하는 감각이 달라졌음을 토로한다. 민중이 역사를 바꾸는 경험은 한국의 현실 자체가 세계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음을 깨닫게 했다. 이후 혁명이 좌절되었어도 그 경험까지 사라지지는 않았다. 그는 현실의 비참함을 외면하거나 문학 속으로 피신하는 대신 자유와 참여의 문제를 더욱 치열하게 묻는다. 2장에 모인 「실험적인 문학과 정치적 자유」 「‘불온성’에 대한 비과학적인 억측」은 문학의 실험과 정치적 자유가 서로 분리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글들이다.

4장의 「시여, 침을 뱉어라」에서 제시하는 ‘온몸’의 시는 이러한 사유가 응축된 표현이다. 김수영은 시를 머리로 이해한 사상이나 언어의 기교에 한정하지 않고, 시인 자신의 존재 전체가 움직이는 행위로 설명한다. 현실을 향한 참여와 시적 창조가 시인의 몸과 삶 안에서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모더니스트 혹은 참여시인이라는 분류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김수영의 사유를, 현실에 대한 충실함과 새로운 세계성을 향한 열망 속에서 다시 읽게 한다.

대지의 문명론과 신동엽의 개벽적 상상력

1930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난 신동엽은 1959년 등단한 뒤 짧은 생애 동안 한국문학에 굵은 자취를 남겼다. 그에게 4·19는 불현듯 나타난 사건이 아니라 동학과 3·1운동으로 이어진 역사적 흐름이 분출한 사건이었다. 편저자는 서문에서 「금강」 「껍데기는 가라」 등 그의 대표시를 함께 읽으며, 신동엽의 사유에 담긴 개벽의 지향을 조명한다. 그가 꿈꾼 변화는 정치권력의 교체에 머무르지 않고 인간의 마음과 삶의 방식, 문명 전체를 새롭게 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신동엽편 1장에 실린 「시인정신론」은 이 같은 문명론을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신동엽은 철학과 예술, 과학 등이 제각기 분화하여 목적을 잃은 채 움직이는 현대문명을 대지에서 떨어져나간 삶으로 묘사했다. 대지 위에 선 고목을 세계의 전부로 착각한 사람들이 그 가지 끝으로만 올라가는 모습이다. 기술이 발전하고 활동의 범위가 넓어져도 삶의 근본을 잃는다면 인간의 불안은 해소되지 않는다. 여기서 대지는 경작하고 살아가는 실제의 땅이면서, 인간다운 삶과 문명다운 문명을 판단하는 가치의 바탕이기도 하다.

그가 제시한 ‘전경인’은 이 대지에 뿌리내려 삶의 전체성을 회복하는 인간이다. 전문화된 기능의 일부로만 살아가는 상태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성찰하고 이웃과 인류의 삶에 관심을 기울이는 존재를 가리킨다. 2장의 문학 비평과 3장의 「전환기와 인간성에 대한 소고」 등은 이러한 지향을 당대의 시와 현실에 연결한다. 김수영을 비롯한 동료 시인들의 작품을 읽고 시대의 언어를 비판하는 일도 그에게는 인간다움을 회복하는 실천의 일부였다.

편저자는 신동엽의 개벽적 상상력을 오늘날의 생태위기와 문명전환의 과제에 비추어 읽는다. 대지로 돌아간다는 것은 단순히 과거의 생활방식으로 되돌아가자는 뜻이 아니다. 무엇이 인간다운 삶인지를 다시 묻고, 마음의 변화와 세상의 변혁을 함께 이루려는 요청이다. 임화의 리얼리즘, 김수영의 온몸, 신동엽의 전경인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문학이 현실에 개입하고 새로운 삶을 창조하는 힘을 드러낸다. 『임화·김수영·신동엽: 문학이라는 사상과 시적 창조』는 익숙한 세 문인의 글에서 그간 충분히 읽어내지 못했던 사상적 깊이를 발견하게 하는 책이다.

문명전환의 과제에서 세계적 보편성을 획득하고자 하는
창비 한국사상선의 도전적 기획

지구기후와 자본주의가 불가분의 위기를 맞닥뜨리고 각종 갈등이 팽배한 지금 이 시대에 우리가 떠맡은 과제는 결코 가볍거나 단순하지 않다. 백낙청(서울대 명예교수)을 필두로 하는 창비 한국사상선 간행위원회는 이 모든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수행해야 할 과제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전환’이라는 강력하게 실천적인 과제는 우리 모두에게 다른 삶의 전망과 지침이 필요하며, 전망과 지침으로 살아 작동할 사상이 절실함을 뜻한다. 그런 사상을 향한 다급하고 간절한 요청에 공명하려는 기획으로서, 창비 한국사상선은 한국사상이라는 분야를 요령 있게 소개하거나 새롭게 정비하는 평시적 작업을 넘어 어떤 비상한 대책이기를 열망하며 구상되었다. (「창비 한국사상선 간행의 말」에서)

서구사상은 오랜 시간 세계 지성계에서 압도적 발언권을 유지하는 한편 오늘날의 위기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대응을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그 강력한 위상의 이면에 강고한 배타성과 편견이 작동하고 있음은 이제 주지의 사실이다. 사상적인 면에서도 서구가 가진 위상은 돌이킬 수 없이 상대화되었고 보편의 자리는 진실로 대안에 값하는 사상들의 분투에 열려 있다. 이 시점이야말로 유·불·선의 회통이나 개벽사상 등 한국사상 특유의 사상적 기획이 한국사상이 전지구적 과제를 향해 독자적인 목소리를 보태기에 더없이 적절한 때일 것이다.

창비 한국사상선 사상가들의 사유에는 역사와 현실을 탐문하며 새로운 삶의 보편적 전망을 구현하려 한 강인한 실천성, 그리고 사회를 변혁하는 일과 개개인의 마음을 닦는 일이 진리를 향한 단일한 도정에 있다는 깨달음이 깊이 새겨져 있다. 한반도의 경험과 지혜가 응축된 사상적 활력을 드러내는 창비 한국사상선이 문명전환의 개벽적인 사유와 실천의 지평을 열어가는 데 의미있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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