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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한국사상선 간행의 말
서문 K민주주의의 선구적 탐색과 실천 핵심저작 1장 시대인식과 정당노선(~1987) 2장 시대인식과 정당노선(1988~) 3장 민주주의 4장 경제와 복지 5장 외교 6장 통일 김대중 연보 찾아보기 |
Lee, Nam-ju,李南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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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과 한국 민주주의가 걸어온 변혁적 중도의 길
김대중은 1924년 전남 무안에서 태어나 1943년 목포상고를 졸업하고 1945년 해방 이후부터 정치 활동을 시작한다. 6·25 전후로는 해운업에 종사하고 전쟁이 끝난 직후인 1954년 목포 국회의원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하며 본격적으로 중앙 정치계에 발을 디딘다. 이 책 1장의 첫번째 글은 그즈음 발표한 「한국노동운동의 진로」로 당시 김대중의 정치적 입장을 선명히 드러내는 글인데, 노동운동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 좌와 우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식견 등이 무척 인상적이다. 1970년에 발표한 「70년대의 비전」은 그 시기 정치 현실에 적합한 중도주의를 체계화하여 선보이는 글로서 앞으로 좀 더 과감히 군사정권에 맞서 싸우기 위한 이론적 토대를 세운, 김대중 사상의 기초가 되는 글이라고 볼 수 있다. 1장과 2장에서는 이처럼 김대중이 참여하거나 주도한 정당의 노선을 각각의 시대에 맞춰 그가 내놓은 시대인식을 통해 보여준다. 김대중 사상의 핵심은 “변혁적 지향을 한국의 현실에 맞게 실현시킬 수 있는 길의 모색”(22면)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3장에서는 김대중이 말하는 민주주의가 한국 현대사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고 서구 민주주의의 발전에 발맞춰 그것을 종종 뛰어넘는 혁신적 면모를 보여줬음에 주목한다. 박정희 유신정권 치하였던 1975년에 발표한 「우리 민족의 역사적 특성에 입각한 ‘한국적 민주주의’에 대한 사설」은 박정희가 운운한 한국적 민주주의의 맹점을 지적하며 한반도 역사에서 민주주의 전통을 풍부히 갖고 있음을 역설한다. 특히 이 글에서 김대중은 동학혁명을 재조명하며, 그것이 비록 실패로 끝맺었더라도 한반도 역사를 통틀어 가장 모범적 사례이며 한국 민주주의의 무한한 가능성의 단초임을 강조한다. 이는 한국 민주주의 담론에서 흔히 무시되어온 유교·불교 등의 전통사상, 조선조 왕도 정치 등에서도 민주주의 자원을 찾을 수 있다고 보는, 현재 학술계에서 깊이 있게 논의를 전개 중인 ‘K민주주의’론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새삼 반가운 주장이 아닐 수 없다. 김대중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매우 긴밀히 연관지었고 이를 ‘대중경제론’으로 체계화했다. 대중경제론은 국가경제를 운영할 때에 민주주의를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지를 모색한 이론으로 정부의 경제개발계획에 범국민적인 대중 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경제 각 부문의 입체적인 ‘결합적 진보’의 방향”(226면)을 가리킨다. 하지만 당시 박정희정부는 이 같은 방향과는 정반대로 대기업 주도, 수출산업 중심의 발전을 주도했고 이는 현대 한국의 기형적 경제성장의 근본 원인이 되었다. 이 책의 4장에서는 대중경제론이 1960~80년대에는 불평등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1990년대에 들어서 IMF를 전후해서는 경제성장에 강조점을 두면서 균형성장을 병행 추진하는 것으로 변화해가는 면모를 보여준다. K민주주의의 선구적 탐색과 실천 외교와 남북관계는 김대중의 정치 인생에서 가장 첫번째로 꼽을 키워드라 할 수 있다. 외교와 통일 분야에서 김대중이 열의를 보인 것은, 이 두 가지에서의 성취가 한국 민주주의의 저변을 넓히는 것과 직결되었기 때문이다. 1950년대 이후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대통령과 집권당은 한반도 분단을 이유로 반공정책을 펴면서 민주주의를 지속적으로 억압해왔다. 또한 구소련의 해체와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의 몰락은 그동안 철의 장막으로 가려 있던 다양한 시장과의 접근 가능성을 열어주었고 한국사회 또한 국제정세의 이 같은 변화에 맞춰 더욱 개방적 사고를 펼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의 5장 ‘외교’와 6장 ‘통일’에는 김대중의 현실적이면서 냉철한 대외 외교 관점과 그에 따른 현실 대응의 방안들을 세세히 확인할 수 있는 글들을 모았다. 그의 현실감각이 얼마나 뛰어난지는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개설된 한반도 주변 6개국(남북한·미국·중국·일본·러시아)의 외교 협상의 틀을 그가 이미 1970년대 초에 미·중·일·러의 4대국이 한반도 평화를 보장하는 안전보장 선언을 하는 것으로 제안한 바 있었다는 데서 찾아볼 수 있다. 이 같은 획기적인 제안은 통일방안 논의에서도 고려되었고, 김대중은 ‘공화국연방제론’ ‘공화국연합제’ 등을 차례로 제안했다. 이후 남한과 북한 정부의 통일방안이 점차 김대중의 안으로 수렴되어가다가 결국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의 2항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이라는 표현으로 압축되는데, 이는 김대중의 혜안이 빛을 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살아생전 김대중만큼 비난과 고초에 시달린 정치인이 또 있을까. 그는 야당 지도자일 때에는 우파 정권으로부터 탄압받고 좌파 급진 운동권으로부터는 미온적이라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재벌과 보수언론의 시장 자율성 훼손이라는 공격과 노동조합의 비정규직 양산 주범이라는 비난을 고루 받아들여야 했다. 이 책의 편저자 이남주는 한국사회의 보수적 환경, 전지구적 경제 변동 등의 변수를 고려하여 김대중의 공과 과를 공정하게 평가해야 하며, 특히 현대사의 고비마다 김대중이 민주주의를 어떻게 진전시켰는지를 주목해야 한다고 일갈한다. 나아가 현실과 유리되지 않으면서 동시에 급진적 이상을 포용할 수 있는 ‘변혁적 중도’의 시각으로 김대중의 성취를 논한다면 그것이 ‘K민주주의’를 형성해온 소중한 자산임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역설한다. 문명전환의 과제에서 세계적 보편성을 획득하고자 하는 창비 한국사상선의 도전적 기획 지구기후와 자본주의가 불가분의 위기를 맞닥뜨리고 각종 갈등이 팽배한 지금 이 시대에 우리가 떠맡은 과제는 결코 가볍거나 단순하지 않다. 백낙청(서울대 명예교수)을 필두로 하는 창비 한국사상선 간행위원회는 이 모든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수행해야 할 과제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전환’이라는 강력하게 실천적인 과제는 우리 모두에게 다른 삶의 전망과 지침이 필요하며, 전망과 지침으로 살아 작동할 사상이 절실함을 뜻한다. 그런 사상을 향한 다급하고 간절한 요청에 공명하려는 기획으로서, 창비 한국사상선은 한국사상이라는 분야를 요령 있게 소개하거나 새롭게 정비하는 평시적 작업을 넘어 어떤 비상한 대책이기를 열망하며 구상되었다. (「창비 한국사상선 간행의 말」에서) 서구사상은 오랜 시간 세계 지성계에서 압도적 발언권을 유지하는 한편 오늘날의 위기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대응을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그 강력한 위상의 이면에 강고한 배타성과 편견이 작동하고 있음은 이제 주지의 사실이다. 사상적인 면에서도 서구가 가진 위상은 돌이킬 수 없이 상대화되었고 보편의 자리는 진실로 대안에 값하는 사상들의 분투에 열려 있다. 이 시점이야말로 유·불·선의 회통이나 개벽사상 등 한국사상 특유의 사상적 기획이 한국사상이 전지구적 과제를 향해 독자적인 목소리를 보태기에 더없이 적절한 때일 것이다. 창비 한국사상선 사상가들의 사유에는 역사와 현실을 탐문하며 새로운 삶의 보편적 전망을 구현하려 한 강인한 실천성, 그리고 사회를 변혁하는 일과 개개인의 마음을 닦는 일이 진리를 향한 단일한 도정에 있다는 깨달음이 깊이 새겨져 있다. 한반도의 경험과 지혜가 응축된 사상적 활력을 드러내는 창비 한국사상선이 문명전환의 개벽적인 사유와 실천의 지평을 열어가는 데 의미있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