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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
유교 문명의 새로운 구상과 실천
백민정 편저
창비 2026.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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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창비 한국사상선 간행의 말

서문
유교문명의 새로운 설계자

핵심저작
1장 삶의 이력과 관료 활동
2장 지적 교류와 학문의 배경
3장 서학의 충격과 문제의식
4장 유교 인간학의 체계화
5장 정치사상과 국정운영론

정약용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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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

편저백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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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 철학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동아시아 유학과 한국사상을 연구해왔으며, 서양 학문과 만난 조선 후기 유학의 성격 및 근현대 한국사상의 맥과 흐름에 관심을 두고 있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철학과 교수이자 『창작과비평』 편집위원으로 있다. 저서로 『맹자: 유학을 위한 철학적 변론』 『정약용의 철학』 『정약용의 정치사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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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9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48쪽 | 153*224*20mm
ISBN13
9788936481742

출판사 리뷰

전근대 시기 최후의 종합적 지식인이자 사상가

정약용은 1762년(영조 38) 경기도 광주의 명문가에서 태어나 4세 때 천자문을 배우며 한학 공부를 시작했다. 아버지와 둘째 형 정약전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정약용은 당시 남인 계열의 젊은 선비들이 그랬듯 성호 이익의 학문을 계승할 뜻을 품었다. 23세(1784)에 성균관에 입소해 공부하던 중 정조가 낸 과제에서 일등을 차지하는 영예를 누렸고, 28세(1789)에는 정조의 경전 공부에 함께하는 직책으로 첫 벼슬을 시작했다. 국가적 엘리트로 사회에 첫발을 디딘 정약용은 주자학 연구에 몰두하는 한편 『천주실의』 등 서학 문헌을 접하며 조선을 넘어 세계를 바라보는 세계관을 키운다. 다만 이때 서학에 연루되었던 이력은 생애 내내 정약용의 발목을 잡았고, 정조가 승하한 직후 39세의 나이로 18년이 넘는 긴 유배길을 떠나게 되었다.

‘천주교도 죄인’으로 유배 길에 올랐을 때 누구도 정약용을 반기지 않았다. 첫 유배지인 강진에서는 주막의 뒷골방을 겨우 얻었고 그곳에서 4년 넘게 머물며 유학 경전 공부에 매진했다. 그렇게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지내다 1808년 외가 친척의 별장으로 거처를 옮기는데, 정약용은 그곳에 다산초당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10년간 머문다. 다산초당에서 그는 지역의 선비들을 모아 경학을 가르치고 유교와 불교의 경계를 오가며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펼쳤다. 그렇게 18년간의 유배를 마친 뒤 그는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분량의 학문적 성과를 이뤘다. 『경세유표』 『목민심서』 『흠흠신서』 등 현대에도 여전히 읽히는 조선 대표의 고전을 그 시기에 모두 집필했던 것이다. 그가 유배지에서 쓴 글을 요약하면 경학 관련 저술이 232권에 이르고, 시문집과 여타의 저술을 포함한 문집이 260여권에 이른다. “500여권이라는 방대한 규모의 저술 구성과 체제를 갖춤으로써 그는 유교의 전체 학문 세계, 즉 경학과 경세학의 체계를 집대성한 전근대 시기 최후의 종합적 지식인이자 사상가로서 자신의 위상을 굳건히 할 수 있었다”(19면)고 편저자 백민정은 말한다.

유교 경전과 서학 성서를 두루 섭렵한 경험

정약용의 생애에서 20대 시절 서학을 공부한 것은 중요한 사실이지만, 정약용의 서학에 대한 관심은 그보다 더 깊이 자리한 유교 경전에 대한 열정을 토대로 살펴야 한다. 편저자는 “유교의 심성론과 의례를 정약용이 어떻게 해석하고 재구성했는지 면밀하게 살펴봄으로써 서양 학문과 대면한 다산 사유의 미묘한 변화를 잘 이해할 수 있을 것”(14면)이라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정약용은 주자학을 천착하며 무엇을 최우선으로 사유했는가. 그는 유교 경전에서 말하는 덕목들은 그것을 읽은 이들이 직접 그 덕을 실천함으로써 비로소 성립된다고 보았다. 다수의 유교 사상가들이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덕을 타고난다고 말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덕을 행동으로 실천하고 몸에 배도록 끊임없이 행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정약용은 기존 유학의 심성론이 인간의 판단과 선택, 책임의 문제를 온전히 설명하지 못함을 아쉬워하며, 그에 대한 해답을 서학에서 찾았다. 서학에서는 인간의 선함을 하느님이 주었으므로 인간들은 그 타고난 선을 배워 익혀서 각자의 습관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보았던 것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자유의지와 책임의식은 정약용의 생애 내내 그가 유교 경전을 재해석하는 데 중요한 기준점이 되었다.

특히 정약용은 중국에 최초로 천주교를 전파한 선교사이자 철학자인 마떼오 리치로부터 적지 않은 영감을 받는다. 20대 초반에 마떼오 리치의 『천주실의』를 접한 뒤, 정조를 알현하는 자리에서 이기론을 논하며 과감하게 당대에 최고로 꼽히던 퇴계 이황의 이기론에 맞서 이(理)란 스스로 성립할 수 없고 기(氣)가 그것에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 그 일례다. 정약용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유일무이한 존재로서의 상제(하느님)’을 언급한다. 다만 여기서 상제란 천주교 성경에 등장하는 하느님이 아니라 “조상의 신명과 연결된 존재”이며 “무수한 산천의 귀신과 혼령을 거느리며 이 세상의 군주와 만민을 돌보는 존재”(28면)다. 그에게 하느님이란 한반도 백성의 선조들과 함께하며 조선 왕조 치하 만민의 삶을 살피는 존재였고, 공정한 기준을 바탕으로 인간의 공과 덕을 판가름하는 “가장 공적인 귀신”(29면)이었다. 또한 개별 인간이 지닌 영명, 영성과 호응하고 아우르며 전체의 인간 삶을 살피는 존재였다. 정약용은 상제가 가진 이 같은 공공성을 조선의 왕도정치에 접목하여 나라 전체에 공적인 인륜 질서를 세우고자 했다. 그가 평생 갈고 닦은 경세론의 배경에는 이처럼 유교 경전과 서학 성경을 두루 섭렵한 경험이 자리하고 있다.

정약용은 기존 유학이 내적인 심성을 수양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현실의 실용과 실사를 등한시하는 풍토를 비판했다. 그리고 국가의 위정자들이 반드시 실천을 통해 덕을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인간관계의 가장 기초에 해당하는 부모와 자식 관계부터 재정립해야 한다고 보았고, 이것을 사적인 유대 관계가 아니라 공적인 관계라고 해석했다. 이처럼 공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둔 정약용은 그 사유를 넓혀 목민관과 백성의 관계 또한 공적인 인륜 관계로 보았고, 이를 위해 하나의 마을부터 지역 전체까지를 아우르는 공적 의례를 정하자고 제안했다. 가족이 조상의 제사를 지내고 마을이 하늘에 의례를 올리는 행위는 모두 조선 왕도정치의 공공성을 높이는 행위였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의 군주가 강렬한 개혁 열망을 품고 덕을 실천으로 옮겨야 했다. 그리고 군주 아래의 관료들은 국정 전반을 관리할 체계를 갖춰야 했고, 인재를 선발하고 임용하는 데서 공공성을 발휘해야 했다. 정약용의 『경세유표』 등 각종 경세서에는 이와 같은 국정 설계가 빼곡히 담겨 있다.

유교 문명의 새로운 설계자, 정약용

정약용은 평생 중국 고전을 읽고 그에 대한 주석서를 펴냈다. 그가 이렇게까지 경전을 탐독하고 당대의 시각으로 재해석하고자 했던 것은, 그가 유교 학문체계 안에서 심성론과 경세학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는 왕도정치를 구현할 윤리적인 공동체의 형성 방법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고, 이를 위해 가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경세서, 통치철학서를 집필하여 세상에 선보였다. 정약용의 이 같은 방대한 학문 세계는 위기와 난관에 처한 조선을 개혁하는 데 맞춰져 있음과 동시에 인간 개개인이 처한 불안을 해소할 방도에도 중점을 두었다. 조선 후기 실학을 집대성하며 그가 남긴 지적 자산 중에서 현대적으로 재해석할 것은 비단 국정 통치의 세세한 방안만이 아닐 것이다. 선조 유학자들의 심성론을 보완한 ‘영성’ 개념, 왕도정치의 한계를 극복할 공공성의 정치 등 정약용의 또다른 면모를 깊이 들여다보아야 한다.

문명전환의 과제에서 세계적 보편성을 획득하고자 하는
창비 한국사상선의 도전적 기획

지구기후와 자본주의가 불가분의 위기를 맞닥뜨리고 각종 갈등이 팽배한 지금 이 시대에 우리가 떠맡은 과제는 결코 가볍거나 단순하지 않다. 백낙청(서울대 명예교수)을 필두로 하는 창비 한국사상선 간행위원회는 이 모든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수행해야 할 과제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전환’이라는 강력하게 실천적인 과제는 우리 모두에게 다른 삶의 전망과 지침이 필요하며, 전망과 지침으로 살아 작동할 사상이 절실함을 뜻한다. 그런 사상을 향한 다급하고 간절한 요청에 공명하려는 기획으로서, 창비 한국사상선은 한국사상이라는 분야를 요령 있게 소개하거나 새롭게 정비하는 평시적 작업을 넘어 어떤 비상한 대책이기를 열망하며 구상되었다. (「창비 한국사상선 간행의 말」에서)

서구사상은 오랜 시간 세계 지성계에서 압도적 발언권을 유지하는 한편 오늘날의 위기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대응을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그 강력한 위상의 이면에 강고한 배타성과 편견이 작동하고 있음은 이제 주지의 사실이다. 사상적인 면에서도 서구가 가진 위상은 돌이킬 수 없이 상대화되었고 보편의 자리는 진실로 대안에 값하는 사상들의 분투에 열려 있다. 이 시점이야말로 유·불·선의 회통이나 개벽사상 등 한국사상 특유의 사상적 기획이 한국사상이 전지구적 과제를 향해 독자적인 목소리를 보태기에 더없이 적절한 때일 것이다.

창비 한국사상선 사상가들의 사유에는 역사와 현실을 탐문하며 새로운 삶의 보편적 전망을 구현하려 한 강인한 실천성, 그리고 사회를 변혁하는 일과 개개인의 마음을 닦는 일이 진리를 향한 단일한 도정에 있다는 깨달음이 깊이 새겨져 있다. 한반도의 경험과 지혜가 응축된 사상적 활력을 드러내는 창비 한국사상선이 문명전환의 개벽적인 사유와 실천의 지평을 열어가는 데 의미있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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