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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을 품어낸 삶의 흔적, 후회
마술적 스토리텔러 마이라 칼만의 가족 이야기. 예술가들의 사랑 이야기와 가족사를 엮어낸 51점의 그림에서, 저자는 지나온 삶의 회한을 껴안고, 맑은 슬픔을 노래한다. 저마다 인생의 흔적을 반추하는, 묵직한 감동을 전하는 책.
2026.09.29.
에세이 PD 이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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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와 소피아
츠비 벨라루스 페사흐 팔레스타인에서 죽은 모셸레 펄먼 부인의 아들 삼촌 키카 사라와 마이라 지금은 충분하지 않아. 나는 과거를 원해 그리고 브람스는 어떻게 되었나? 카프카와 말러 카프카와 가족 들라크루아 체호프 클레오파트라와 키케로 다시, 페사흐 시트 포도 한 송이 식탁보 창문 소를 가득 넣은 (슬픔으로 채운) 고추 요리 굴라쉬 프랑스 시인들 츤도쿠 온통 난장판이었다 심술쟁이들 무슨 나쁜 일이야 있겠어? 아버지와의 저녁식사 꿈 티보르 조지 부주의함 (양파와 의견들) 초록 의자 모든 것 전쟁, 여전히 S. B. 와 S. B. 팬시 굿즈 스토어 닭 기름 |
Maira Kal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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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가족.
불행한 가족. 다 똑같지, 그렇지? 아아. 아아. 아아. ---첫 문장 소피아 레브스는 레프 톨스토이 백작과 결혼했다. 시작은 미친 듯한 사랑이었고, 그들 사이에는 열세 명의 아이가 있었으나,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서로를 증오했다. (...) 고통에는 회한도 담겨있을까? 나는 톨스토이 부부의 속내까지는 알지 못한다. 인간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하려고 애쓸 때면, 안개가 내려앉는다. ---pp.16~18 「레프와 소피아」 중에서 카프카는 속이 뒤틀렸고, 메스꺼웠다. 말러도 그랬다. (...) 말러는 이런 가사에 음악을 입혔다. 삶은 어둡고. 봄이 여기 와 있고. 새들은 노래한다. ---p.53 「카프카와 말러」 중에서 내 사촌의 아버지는 아주 젊었을 때 우리 어머니를 사랑했다. 그의 가족이 홀로코스트로 몰살당한 후 그는 우리 가족에게 입양되었다. 그는 아주 온화하고 친절했다. 손가락 하나가 굽어 있었는데, 나는 그게 늘 신기했다. 그는 늘 웃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의 얼굴은 온통 주름져 있었다. 내 사촌은 그가 천사였다고 말했다. 천사가 되겠다고 마음먹는다고 천사가 되는 건 아니다. 그건 본성에 깃들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p.91 「츤도쿠」 중에서 이 방과 그리 다르지 않은 방에서, 나는 남편과 처절하게 싸웠다. 그 사람 없이 나는 숨도 쉴 수 없었는데. 분노와 실망이 미친 듯이 휘몰아쳤다. 뭣 때문에? 대단한 이유 때문이기도, 아무것도 아닌 이유 때문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그로부터 몇 년 지나지 않아 죽었다. 나는 슬퍼하고 울며 상실감에 빠졌다. 내 안의 일부는 지금까지도 그러하다. 하지만. 그가 만약 아직 여기 있다면, 아니면 그보다 더 좋게 그가 죽음에서 돌아온다면, 우리는 더 현명해져서 싸우지 않게 될까? 우리의 나날이 사랑의 꿀 속에서 유유히 흐르게 될까? ---p.109 「티보르」 중에서 집에 돌아온 아버지는 깨달았다. 처음에는 천천히, 그러다 벼락맞은 듯 갑자기, 어머니가 떠났다는 것을. (...) 나의 아버지는 요양원에서 돌아가셨다. 온순하고 치아도 다 빠진 채로. 어쩌면 아버지는 상상했으리라. 그의 침대 곁에 놓인 꽃들을. 신선한 과일을. 하지만 누가 그것들을 가져다주겠는가? ---p.68 「다시, 페사흐」 중에서 다시 우리가 사랑하는 책들로 돌아와서. 그들은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방 안을 당신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으로 채울 뿐. 그 곁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구원이 된다. ---p.93 「츤도쿠」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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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회한이 있다면 거기에도 끝이 있기를.
그 무거운 짐을 떨쳐낼 방법이 있기를. 어떻게 하면 될까?” 누구나의 인생과 회한에 관하여 철학적 대중을 위한 스탠드업 코미디 같은 책 그때는 몰랐던 사람의 마음, 지나온 뒤에야 보이는 한 시절의 의미. 그렇게 시간이 흐른 뒤에야 깨닫는 것들이 있기에, 우리는 후회와 그리움을 품고 살아간다. 『우리가 가진 슬프고 아름다운 것들』은 바로 이 마음에서 시작한다. 곁에 있거나 더 이상 세상에 없는 가족, 연인, 한때의 소중했던 친구. 그들과 함께한 시간에 쌓인 슬픔과 행복, 분노와 연민, 그리고 용서와 사랑을 한데 불러낸다. 『우리가 가진 슬프고 아름다운 것들』은 칼만의 책 중 가장 자전적이고 사적인 작품이다. 칼만은 이 책에서 아무리 슬픈 이야기를 해도 유머를 잃지 않는, 독자를 웃기다 울리는 스토리텔링의 정수를 보여준다. 치매를 앓다 요양원에서 혼자 고독하게 돌아가신 아버지. 깊이 사랑했으나 너무 이르게 세상을 떠난 남편과의 기억. 말년의 어머니와 치킨 샌드위치를 나눠 먹으며 친구가 되었던 외로운 옆집 여자. 여기에 톨스토이 부부, 체호프, 브람스의 순애보 같은 예술가들의 일화가 교차한다. 노년에 이른 작가가 삶을 반추하며 훌륭한 솜씨로 증류해낸 맑은 슬픔을 마주하는 감동이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의 마술적인 힘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에 있다. 슬픔 없이는 아름다움도 없다는 삶의 아이러니, 예술이 지닌 위안의 힘을 느끼게 하는 이 책의 엔딩은 마음을 깊게 파고든다. “다시 우리가 사랑하는 책들로 돌아와서. 그 곁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구원이 된다.” 회한의 대척점에 놓인 51점의 정물화 일상의 쉴 틈이 되어주는 아름다운 그림의 위안 이 책의 주인공은 ‘회한’이라는 감정이다. 상처 주지 않고 다르게 말할 수 있었던 순간, 좀 더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었을 사람, 이미 지나가 버린 시간에 관한 죄책감. 그 이야기 곁으로 51점의 아름다운 정물화가 놓인다. 칼만은 회한을 이야기의 주제로 삼으면서 그 대척점에 놓일 예술로 정물화를 골랐다고 말한다. 책에 수록된 〈버지니아 울프의 책상〉, 〈시싱허스트의 꽃과 과일〉 같은 그림에는 고요한 슬픔과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 정물화의 꽃병과 책상, 의자와 식탁이 놓인 방은 그저 말없이 정지해 있는 듯하지만, 그곳을 지나온 사람들과 살아온 기억을 담고 있다. 그림 하나하나에 한 사람의 생애가 담긴다. 혼란한 일상에서 아름다운 그림을 바라보는 잠깐의 순간은 우리에게 쉴 틈이 되어준다. 그림 앞에서 우리는 잠시 멈춰 설 수 있다. 이 책은 그렇게 작은 해방구를 만들어준다. 먼저 손을 내밀어주는 다정한 사람처럼, 일흔여섯 해를 산 작가가 삶에서 길어올린 이야기 마이라 칼만은 서른 권이 넘는 책을 펴낸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다.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그의 디자인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을 만큼 독보적인 위상을 지닌 예술가이기도 하다. 『우리가 가진 슬프고 아름다운 것들』은 마이라 칼만이 “일흔여섯 살에야 쓸 수 있던 책”이라 말한 작품이다. 일흔 해를 넘게 산 작가가 자신의 삶을 가장 깊이 들여다보며 꺼내 놓은 이야기는 귀하다. 시처럼, 이야기처럼 흐르는 이 책의 문장들은 시인이자 산문집 『시와 산책』으로 큰 사랑을 받은 한정원 작가가 번역했다. 삶의 아이러니와 기쁨, 슬픔이 교차하는 칼만의 문장을 섬세하고 아름다운 우리말로 옮겼다. 마이라 칼만은 쾌활한 요정 같기도 하고, 지혜로운 노파 같기도 한 작가다. 마치 먼저 손을 내밀어주는 다정한 사람처럼, 그는 이 책에서 자기 인생의 회한을 솔직하게 꺼내 보인다. 그러나 거기에 오래 머물지는 않는다. 슬픔 안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다시 오늘의 즐거움을 노래한다. 특유의 유머와 절묘한 타이밍으로 우리를 웃고 울리는 이 책은, 무거운 삶의 한가운데에서 다시 살아갈 힘을 북돋는다. 당신의 가족. 나의 가족.당신의 회한. 나의 회한. 다 똑같지, 그렇지?회한으로 가득 찬 광활한 하늘.후회의 바다. 하지만 이제 충분하다.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그리고 기분 좋은 활기. 기쁜 소식. 축복 인사.음식이 가득 차려진 식탁. 뛰노는 아이들. 친지들의 모임.최선의 모습을 봐주는 것. 최악의 모습을 용서하는 것. 어떻게 하면 될까? (132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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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것들을 보면 슬퍼진다. 언젠가 모든 것이 사라진다는 걸 깨닫게 하니까. 정물화는 오래전부터 이것을 알고 있었다. 만개한 꽃과 농익은 과일, 깨끗한 식탁보와 반짝이는 식기가 놓여 있던 방은 이제 없다. 그림은 생생히 보여줌으로써 그 방이, 그 빛이, 지금 여기 없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증언한다. 그러나 사라짐의 이치만이 이 슬픔의 전부는 아니다. 어떤 아름다움은 뒤늦게 당도한다. 바니타스의 허무가 소멸을 예감하며 응시하는 슬픔이라면, 칼만의 회한은 잃고 나서야 무엇을 잃었는지 뒤늦게 깨닫는 슬픔이다.
모른 채로 잃어가는 일, 돌이킬 수 없어 후회하는 일, 그것이 삶이라 말하는 이 책에는 꽃과 노래가 있다. 대담한 색과 자유분방한 선이 있다. 책을 읽으며 나는 웃는 사람을 상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는 사람. 불안과 절망과 고독 속에서도 등을 곧게 세우는 사람. 그리고 되돌릴 수 없음을 견디기 위해 노래를 부르는 사람. 사라져버릴 것들을, 뒤돌아 후회할 순간들을, 그럼에도 우리가 왜 사랑하고 살아내야 하는지 이보다 더 아름답게 설득할 수 있을까. - 무루 (작가, 『우리가 모르는 낙원』 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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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이 능력이 인간만의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밝혀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인간만이 느끼는 단 하나의 감정이 있는 듯하다. 그것은 바로 후회할 줄 아는 능력, 회한이 현재를 송곳니로 물어뜯을 때 영혼이 저리는 통증을 느끼는 능력이다. 철학자이자 예술가인 마이라 칼만이 이 빛나는 책에서 탐구하는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회한과 함께 살아가야 할까. 어떻게 후회를 창조를 일으키는 힘으로 바꿀 수 있을까.
책장을 넘기며 독자는 이해하게 된다. 기억이 삶의 정물화라는 것. 그리고 비록 그 기억에 후회가 썰물처럼 밀려들지라도, 우리는 그 안에서 아름다움과 창조적 활력, 그리고 기쁨을 길어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책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은 결국 하나의 보편적인 시선으로 모인다. 고통과 후회, 그리고 구원을 향한 시선으로. 이 책에는 우리 삶을 조용히 고동치게 하는 선율이 흐른다. 그리고 비스듬한 빛으로 우리가 끝내 살아갈 만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조용히 비춘다. - 마리아 포포바 (작가, 『진리의 발견』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