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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테러리스트를 위한 만사
철학적 살인 삐에로와 국화 8월의 사상 박사상회 바둑이 천재들의 합창 (김인환) 작가연보 |
李炳注, 호: 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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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주 자신이 학병 시절의 상처를 평생토록 지니고 살면서 기회가 닿는 대로 독립지사들을 찾아가 그분들의 사적을 기록하고 힘자라는 대로 그분들을 보살펴드렸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독립지사들을 만나본 경험에서 나온 작품이 바로 이병주의 대표작들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는 「그 테러리스트를 위한 만사」이다.
소설을 쓰는 1인칭 작중화자는 하경산의 방 세 칸짜리 무허가 판자집에 찾아가 학처럼 살고 있는 노투사에게서 풍겨 나오는 지조의 향기를 맡는다. 경산에게는 하고자 하는 것, 욕심내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가난과 병을 견디는 경산의 부드러운 태도에 감명을 받는다. 경산의 삶은 가식이 전혀 없는 피간노담披肝露膽 바로 그것이었다. 경산은 일본에 대해서도 나쁘게 말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일본인을 훌륭한 민족이라고 평가한다. 항일은 생존과 인권의 문제로 불가피한 행동이었으나 적에 대해서도 평가는 바르게 해야 한다는 것이 경산의 생각이다. 훌륭한 민족이지만 훌륭하다고 하여 그들의 노예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경산을 통하여 동정람이란 인물을 알게 된다. 그는 동물과 식물, 신화와 문학에 대한 정람의 엄청난 박람강기에 경탄한다. 고아로서 러시아에서 정교회 신부의 손에 성장한 정람은 러시아 문학에 대하여 상상을 초월하는 식견을 가지고 있다. 정람은 또 곰과 범에 대하여 생물학적, 언어학적, 신화학적 지식을 아주 자연스럽게 펼쳐 보인다. 정람의 관심은 온통 자연과 문학에 가 있는 것 같다. 경산의 말에 의하면 정람은 젊을 적부터 가장 위험한 일을 동료들을 앞장서서 처리하고 일이 끝나면 밤새워 신화와 소설과 박물책을 읽었다고 한다. 정람은 항일투사이지만 오랫동안 공산주의에 대항하여 투쟁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한때 경산이 사랑한 폴란드 출신의 테러리스트 에스토라야는 다친 몸이 낫기도 전에 다시 러시아로 들어가면서 만류하는 정람에게 “제 목숨을 구하려는 이는 그것을 잃을 것이요, 나와 복음 때문에 제 목숨을 잃는 이는 그것을 구할 것이다”(마가복음 8:35)라는 성경의 한 구절을 읽어주었다. 요한복음(12:25)에는 “제 목숨을 좋아하는 이는 그것을 잃을 것이요, 이 세상에서 제 목숨을 미워하는 이는 영원한 생명에 이르기까지 그것을 지킬 것이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테러리스트는 단독성과 특이성을 억압하는 맑스주의의 국가사회주의에 반대하지만 계급 없는 사회라는 현실비판의 척도를 맑스주의와 공유한다. 그러나 테러리스트에게는 세계를 개조하여 행복하게 살겠다는 욕망이 없다. 신이 죽은 세계에서 테러리스트는 우주의 원한을 집행하는 영혼의 시인이 되고자 할 뿐이다. 악질적인 관동군 밀정 세 사람이 있었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은 교통사고로 죽었고 다른 한 사람은 강도를 만나 죽었다. 작가는 그들의 죽음이 정람의 치밀한 계획에 의한 것이었음을 암시한다. 아직 살아있는 임두생은 하경산의 아내를 폭행하여 자살하게 한 자였다. 정람이 끝내 그를 찾아낸다. 그는 젊은 처에게 구박을 받으며 살고 있었고 고아가 된 소녀 하나를 키우고 있었다. 소녀를 두 번 고아로 만드는 것이 될까 두려워 정람은 거사를 망설인다. 그가 소녀를 이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해 보지만 단언하지 못한다. 경산이 소녀에 대한 그의 애정이 진실이라는 증명을 조작하여 늙은 친구의 마지막 테러를 막는다. 용서와 화해라는 막연한 휴머니즘의 목적인目的因을 가리킨다기보다는 석연한 점이 조금도 없어야 하는 테러리즘의 작용인作用因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 작품해설 가운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