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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십자성을 만나러 ****** 005
스바루라는 별 ****** 049 모형 정원에 내리는 별 ****** 101 목성장의 비너스 ****** 153 외로운 배여, 별의 바다를 나아가라 ****** 205 별의 아이 ****** 257 발사! ****** 311 |
Tomoko Kano,かのう ともこ,加納 朋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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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아빠가 느닷없이 말했다.
“나나세, 남쪽 섬으로 여행 가자.” 아빠는 늘 갑작스럽다. 마음 내키는 대로 움직였다가 실패하기도 한다. 그래서 엄마에게 자주 혼나곤 했다. 나는 작게 한숨을 쉬고 나서, “갑자기 왜?”라고 물었다. 말투가 좀 퉁명스러웠을지도 모른다. 아빠는 대놓고 뚱한 표정을 지었다. “뭐야, 모처럼 가족 여행 가자고 제안하는 건데 ‘와! 아빠 최고!’ 이 정도도 못 해주냐?” “와아, 아빠 최고오!” 영혼 없이 말했더니 더 삐쳤다. --- p.7 ‘학생회실’. 출입구 위쪽에 해서체로 적힌 표지판이 걸려 있다. 학생회 임원 말고는 좀처럼 드나들지 않는 곳이다. 생활지도실, 교무실 다음으로 일반 학생에게는 몹시 들어가기 어려운 방이리라. 그 자리에 있는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똑같이 호출당한 듯한 여러 명이 나처럼 침울한 얼굴로 서 있었다. 서로 힐끔힐끔, 말없이 눈빛만 주고받으며. 실내화 색깔을 보니 모두 같은 1학년이었다. 그들의 마음이야 손바닥 보듯 뻔했다. 나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 ‘나 말고 다른 누군가가 나서서 이 문을 열어주면 좋을 텐데.’ 불린 이유야 대충 짐작이 간다. 지금 우리는 염라대왕의 심판을 기다리는 망자 같은 신세다. 서로 견제하면서도 아무도 움직이려 하지 않는 사이, 갑자기 미닫이문이 열려서 우리는 일제히 어깨를 움찔했다. --- p.103~104 “뭐랄까, 그 애는 특별한 아이야.” 할머니 말에 나는 좀 놀랐다. 지금까지도 입주한 학생들에 대해 “예의 바르고 좋은 애다”라든가 “야무지네” 같은 말을 했지만, 이번 건 뉘앙스가 좀 달랐다. “그러고 보니 가나에 언니를 처음부터 마음에 들어했던 것 같은데, 무슨 일 있었어요?” 내 말에 할머니는 갑자기 안절부절못하며 몸을 배배 꼬기 시작했다. 어라, 이 분위기 뭐지. 말하고 싶은데 부끄럽고, 숨기고 싶은데 말하고 싶은…… 딱 그거다. 친구들한테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잔뜩 추궁당하는 여자아이 같은. “할아버지가 쓴 편지를 찾아줬단다.” 할머니는 생각보다 금방 털어놓았다. “돌아가시기 얼마 전에 내 앞으로 쓴 편지.” “어? 어디에 있었는데요?” 집 안에 있었다면 가나에 언니가 찾을 수 있을 리 없는데. 할머니 설명에 따르면, 가나에 언니가 입주한 첫날에 우편함에 대해 설명하던 때의 일이었다. 대문 쪽에 설치된 우편함에는 총 열 개의 칸이 있다. 사실 2층짜리 목성장 여덟 세대 몫과 우리 집 몫을 합쳐 아홉 개면 충분하지만, 설치 구조상 열 개가 예쁘게 딱 들어맞는다. 그리고 남는 하나는 ‘열리지 않는 우편함’이었다. 숫자 네 개를 돌려서 여는 타입인데, 그 비밀번호를 알고 있던 할아버지가 그만 돌아가신 것이다. --- p.175~176 문을 열자 우주가 펼쳐졌다. 자세히 보면 발밑에는 반짝반짝 작은 빛을 내는 카펫이 깔려 있다. 돔 형태의 천장이 완만한 아치를 그리며 바닥까지 이어져 있는 것도 보인다. 하지만 그런 건 한순간에 잊어버릴 만큼 이 라운지는 우주 그 자체였다. 아이들이 제각각 뛰쳐나가며 “와앗!” 하고 환성을 지른다. “이 녀석들, 뛰면 안 돼”라는 어른의 목소리를 흘려듣고 라운지 가장 안쪽까지 달려간다. 쿵쿵 발소리가 울리고, 아래를 내려다보면 그곳 역시 별의 바다다. 마치 우주 공간에 부유하는 것만 같아서 제일 좋아하는 곳이다. “……뭔가 무섭다.” --- p.2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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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 추리 + SF
일곱 개의 이야기가 하나로 이어지는 놀라운 경험 〈남십자성을 만나러〉: 중학교 입학을 앞둔 나나세에게 아빠가 느닷없이 여행을 가자고 한다. 엄마 없이 떠나는 첫 가족여행이라 마음이 유쾌하지만은 않다. 그렇게 도착한 이시가키섬에서 이어지는 뜻밖의 만남들. 아빠가 미처 말하지 못한 사연은 무엇일까? 〈스바루라는 별〉: 교실에서 벌어진 사고로 한쪽 눈의 시력을 잃은 미호시. 사고에 책임이 있는 고타는 그날부터 미호시의 눈이 되어주겠다고 다짐하지만, 미호시의 마음은 복잡하기만 하다. 죄책감으로 이어진 두 사람의 관계는 어디로 향할까? 〈모형 정원에 내리는 별〉: 부원이 줄어 폐지될 위기에 놓인 문화부. 동아리의 운명을 쥔 학생회 부회장은 뜻밖의 제안을 내놓는데…. 폐지를 막으려면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할까? 학생들의 작은 분투가 오래된 수수께끼와 맞닿기 시작한다. 〈목성장의 비너스〉: 할아버지가 남긴 오래된 연립주택 ‘목성장’. 대학생이 된 사촌오빠가 이곳에 입주하며 평온하던 일상에 작은 변화가 생긴다. 특히 위층에 사는 한 여자가 마음에 걸린다. 그리고 목성장이라는 기묘한 이름도. 〈외로운 배여, 별의 바다를 나아가라〉: 우주여행에 나선 아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신기하고 놀랍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사고로 우주선이 위험에 빠지고, 소년은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고립과 공포에 맞닥뜨린다. 광막한 우주에서 소년에게 남은 희망은 무엇일까? 〈별의 아이〉: 유명 배우의 딸 미즈키는 입학식 날부터 모든 사람의 관심을 독차지한다. 하지만 같은 학교에 다니게 된 나나세는 우연한 계기로 미즈키의 다른 얼굴을 알게 된다. 두 소녀는 서로의 비밀과 고민을 나누며 조금씩 가까워진다. 〈발사!〉: 마음속에 우주를 품고 살아온 한 사람의 꿈이 이뤄지는 날, 미국 휴스턴에 특별한 사람들이 모여든다. 마침내 일곱 개의 이야기가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빛나기 시작한다. 마지막 별 하나가 빛나는 순간, 미스터리의 별자리가 완성된다!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크고 작은 문제를 품고 살아간다. 누군가는 소중한 사람과의 거리를 좁히려 하고 누군가는 자신의 상처를 꼭꼭 감춘다. 꿈을 이루기 위해 나아가는 이도 있고, 그 뒤에서 묵묵히 지원하는 이들도 있다. 별과 우주라는 공통점이 있을 뿐, 이야기의 배경도 인물들의 나이와 처지도 제각각이다. 그러다 마지막 이야기 〈발사!〉에 이르러 이 책의 진정한 묘미가 드러난다. 앞서 등장했던 인물과 사건, 무심코 지나쳤던 대화와 이름들이 새로운 의미를 얻기 시작하고, 독자는 자신이 읽어온 세계가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고 정교하게 구성되어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이야기 곳곳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연결고리를 찾아내게 된다. 이 소설의 매력은 놀라운 구성에만 있지 않다. 작품 속에는 특별한 재능을 지닌 사람도 있고 자신의 평범함에 좌절하는 사람도 있다. 누군가의 빛이 눈부시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빛이 무색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하듯 작가는 별의 밝기와 거리, 별자리와 이름에 얽힌 이야기들을 인물들의 삶에 겹쳐놓는다. 모두가 저마다의 자리에서 빛나고 있으며,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을 뿐 이미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수수께끼를 푸는 즐거움 뒤에 사람을 향한 다정한 시선이 남는다는 것. 이것이 ‘따뜻한 미스터리’를 써온 가노 도모코의 작품 세계이자 이 책을 읽은 일본 독자들이 처음부터 다시 읽고 싶어진다고 말하는 이유일 것이다. 별을 볼 수 없던 소녀가 우주에 대한 이야기를 쓰기까지 가노 도모코는 평범한 일상에 숨어 있는 작은 수수께끼에서 인간의 복잡한 마음을 길어 올리는 ‘일상 미스터리의 명수’다.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운 통찰로 인간의 내면을 그려온 특유의 작품 세계는 『하늘 너머 반짝이는 일곱 개의 별』에서 한층 넓은 우주로 확장된다. 여기에는 작가의 개인적인 사연이 있다. 어린 시절부터 시력이 나빴던 가노 도모코는 다른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감탄하는 별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그 아쉬움이 오히려 별을 향한 동경으로 자라나 플라네타륨을 즐겨 찾기도 하고 별과 우주에 관한 사진집과 책도 찾아 읽었다. 그러다 급성백혈병으로 투병하던 2010년,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가 오랜 우주여행을 마치고 지구로 귀환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병원에 입원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던 작가에게 그 귀환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작가 자신이 밝혔듯 ‘평소 소중한 곳에 간직해두었다가 가끔 꺼내어 바라보는’ 우주를 향한 동경에서 쓰인 작품이 바로 2017년 발표한 단편 〈남십자성을 만나러〉다. 처음에는 우주를 주제로 한 독립적인 단편이었지만 막상 쓰고 나자 그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작가는 〈남십자성을 만나러〉를 바탕으로 새로운 이야기들을 구상했고, 독립된 일곱 편이 마지막에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로 완성되는 연작 미스터리 『하늘 너머 반짝이는 일곱 개의 별』은 그렇게 탄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