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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옥설권지오(詩人玉屑卷之五)
1. 구결口訣 ······································································································· 41 2. 초학자들의 지름길初學蹊徑 ··········································································· 52 시인옥설권지육(詩人玉屑卷之六) 1. 명의命意 ······································································································· 85 2. 조어造語 ···································································································· 122 3. 글자 놓기下字 ···························································································· 141 시인옥설권지칠(詩人玉屑卷之七) 1. 용사用事 ···································································································· 167 2. 압운壓韻 ···································································································· 225 3. 촉대屬對 ···································································································· 249 시인옥설권지팔(詩人玉屑卷之八) 1. 단련煆煉 ···································································································· 277 2. 연습沿襲 ···································································································· 301 3. 탈태환골奪胎換骨 ························································································ 346 4. 점화點化 ···································································································· 354 시인옥설권지구(詩人玉屑卷之九) 1. 사물에 탁흥하다托物 ·················································································· 365 2. 풍흥諷興 ···································································································· 382 3. 규계規誡 ······································································································403 4. 백전白戰 ······································································································407 시인옥설권지십(詩人玉屑卷之十) 1. 함축含蓄 ······································································································421 2. 시취詩趣 ···································································································· 429 3. 시사詩思 ···································································································· 435 4. 체용體用 ···································································································· 442 5. 풍조風調 ···································································································· 452 6. 평담平淡 ···································································································· 455 7. 한적閑寂 ···································································································· 459 8. 자득自得 ···································································································· 462 9. 변태變態 ···································································································· 463 10. 원숙圓熟 ·································································································· 467 11. 문사가 뛰어남詞勝 ··················································································· 469 12. 화려함綺麗 ······························································································· 472 13. 부귀富貴 ·································································································· 476 14. 한걸寒乞 ·································································································· 480 15. 지음知音 ·································································································· 48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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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은 주(周)에서 끝나고 《이소》는 초(楚)에서 끝난다. 이후로는 시의 종류가 24가지로 나눠진다. 즉 부(賦), 송(頌), 명(銘), 찬(贊), 문(文), 뇌(誄), 잠(箴), 시(詩), 행(行), 영(詠), 음(吟), 제(題), 원(怨), 탄(嘆), 편(篇), 장(章), 조(操), 인(引), 요(謠), 구(謳), 가(歌), 곡(曲), 사(詞), 조(調)이다. 조(操) 아래 여덟 종류는 모두 길흉고락(吉凶苦樂)을 노래하는 교제(郊祭)와 군빈(軍賓)에서 나왔다. 시(詩) 아래 아홉 종류는 모두 모종의 일을 엮어서 지은 것이니, 비록 명칭은 다르나 모두 시라 이를 수 있다.
--- p.51 시에는 역량이 있으니 마치 활을 잡아당기는 힘과 같다. 활을 당기기 전에는 얼마나 힘든지를 알지 못한다. 그러나 활을 당기게 될 때 자신의 힘이 미치지 못하면 조금도 당길 수 없게 된다. 예를 들면, 두보의 〈출새곡(出塞曲)〉 중 “지는 해는 큰 깃발 비추는데, 구슬픈 말 울음소리 바람에 퍼지네. 슬픈 피리 소리 몇 가락 들려오니, 장사는 서글픔에 기세 꺾이네.[落日照大旗, 馬鳴風蕭蕭. 悲笳數聲動, 壯士慘不驕.]”라는 구절과 〈팔애시(八哀詩)〉의 “여양왕은 양황제의 아들로, 아름다운 눈썹에 참으로 천재로 다. 규룡 수염은 태종을 닮았고, 풍모는 변새에 비추는 봄 풍경이네.[汝陽讓帝子, 眉宇眞天人. 虬鬚似太宗, 色映塞外春.]”라는 구절이 그러하다. 두보의 이 같은 역량은 다른 시인들이 미칠 수 없는 경지이다. --- p.80 당나라 시인의 시에 “스님은 갑자를 헤아릴 줄 몰라서, 잎 하나 지자 가을 옴을 안다오.[山僧不解數甲子, 一葉落知天下秋.]”라는 구절이 있다. 또 원량(元亮) 도잠의 〈도원(桃源)〉의 “비록 세월에 대한 기록은 없어도, 네 계절이 절로 한 해를 이루네.[雖無紀歷志, 四時自成歳.]”라는 구절을 보고서 당나라 시인들이 얼마나 힘을 쏟았는지 알게 되었다. 또한 〈도화원기(桃花源記)〉에서 “한(漢)나라가 있다는 것도 알지 못하는데, 위(魏)와 진(晉)은 말해 무엇하랴.[尙不知有漢, 無論魏晉.]”라는 구절이 있는데, 조어가 간략하면서도 오묘함을 볼 수 있다. 진나라 시인들은 조어가 공교로웠는데, 그중에서도 도잠이 더욱 뛰어났다. --- p.131~132 시에서 전고를 쓸 때 억지로 전고를 가져다 쓸 필요는 없다. 전고를 쓰지 않을 수 없는 경우에만 전고를 쓴다면, 자신의 일과 전고의 말이 하나가 되어 안배하고 맞춘 흔적이 보이지 않게 된다. 자첨(子瞻) 소식이 일찍이 〈공장원만사(孔長源挽詞)〉에서 “어찌 생각이나 했으랴, 경자일이 지난 뒤에, 뱀해 용해가 되는 것에 깜짝 놀랄 줄.[豈意日斜庚子後, 忽驚歳在巳辰年.]”이라 했는데, 이 구절은 자연스럽게 대구가 되었으니 인위적으로 한 것은 아니다. --- p.207~208 시를 짓는 것은 가장 어려운 일이다. 나는 다른 문장을 지을 때는 붓이 잘 나가지 않는 상태까지는 이르지 않지만, 오직 시를 지을 때는 매우 힘들다. 여러 날을 괴롭게 읊조려야 겨우 작품을 이룰 수 있는데, 처음 읽을 때는 부끄러운 곳이 어디인지 모르고 그대로 방치했다가 다음날 다시 읽어 보면 잘못된 곳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에 다시 며칠을 괴롭게 읊조리며 계속해서 고치면, 이전보다는 조금 낫다. 그러나 다시 며칠 뒤에 꺼내 읽어 보면 잘못된 곳이 다시 보인다. 이렇게 서너 번 하다가 바야흐로 사람에게 내보이지만 끝내 뛰어난 작품이 되지는 못한다. --- p.277 일찍이 양한(兩漢) 때에 《이소》를 모방한 작품에 대해 의아심을 품었었다. 애초부터 새로운 시어는 있지도 않고 구절마다 굴원과 송옥(宋玉)의 시구를 그대로 받아들여 같지 않게 글자 위치만을 바꾸었을 뿐이다. 진송(晉宋) 이후 시인들의 시어에 있어서 그 폐단 또한 그러하다. 이렇게 한다면 비록 공교로운 작품이 된다고 하더라도 어찌 족히 말할 가치가 있겠는가. 아마도 당시에 옛사람들의 시구를 도습하는 것을 모두 당연하다고 여겼기에, 이를 비난하는 사람이 없었을 뿐이다. --- p.340 시는 함축한 것이 드러나지 않아야 좋은 작품이 된다. 옛사람들이 웅심(雄深)하고 아건(雅健)하다고 평가하는 작품들은 함축한 것이 드러나지 않은 것들이다. 의장(意匠)이 십분(十分)인데 말로 드러낸 것이 삼분(三分)이면 《시경》의 풍아(風雅)에 가깝다 하겠다. 말로 드러낸 것이 육분(六分)이면 이백(李白)과 두보(杜甫)의 뒤를 이을 만하고, 말로 드러낸 것이 십분(十分)이면 만당(晚唐)의 작품이 된다. 의장을 정밀하고 깊이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하고 말로 드러낼 때는 평이하게 하는 것이 요구되니, 이러한 점이 시인으로서 어려운 부분이다. --- p.4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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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옥설》은 남송의 위경지가 중국 역대 시인들의 작품과 시에 관한 논의를 집대성한 시화총집이다. 시의 연원과 형식, 격률과 창작 방법은 물론, 여러 시인의 작품에 대한 비평까지 폭넓게 담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왜 지금, 오래전 중국의 시를 다시 읽어야 할까? 우리말로 쓰이지도 않았고 우리 조상이 지은 것도 아닌 시가 오늘날 우리에게 무슨 의미를 갖는다는 것일까? 이 질문의 실마리는 뜻밖에도 2,500여 년 전 공자의 말에서 찾을 수 있다.
《논어》에는 공자가 아들 공리에게 가르침을 준 일화가 나온다. 공자는 아들에게 시를 배웠느냐고 물었고, 아직 배우지 않았다는 대답을 듣자 이렇게 말했다. “시를 배우지 않으면 말을 할 수 없다.” 여기서 공자가 말한 시는 《시경》을 가리킨다. 물론 시를 배우지 않았다고 해서 실제로 말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공자가 강조한 것은 발화 행위 자체보다 자기 생각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능력이었을 것이다. 당시 시는 단순히 아름다운 문장을 감상하는 대상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익혀야 할 중요한 교양이었다. 시를 배운다는 것은 곧 언어를 배우는 일이었으며, 나아가 세상과 관계 맺는 법을 배우는 일이기도 했다. 이러한 생각은 후대에도 이어졌다. 시대가 흐르면서 시의 형식과 표현은 다양하게 발전했고, 시를 짓고 감상하는 방법을 둘러싼 논의도 풍부해졌다. 무엇이 좋은 시를 만드는가? 같은 대상을 노래하더라도 어떤 표현이 더 뛰어난가? 시의 아름다움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수많은 시인과 비평가들이 자신의 견해를 제시했다. 위경지의 《시인옥설》은 바로 그 논의를 모아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이다. 《시인옥설》에는 시를 창작할 때 경계해야 할 점부터 언어를 다듬는 방법, 시의 형식과 표현, 뛰어난 작품을 감상하는 안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논의가 담겨 있다. 위경지는 앞선 시인과 비평가들의 견해를 선별하고 분류하여 좋은 시를 이해하기 위한 길잡이를 마련했다. 특히 이 책은 추상적인 이론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시인들의 작품과 구절을 통해 시의 아름다움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여 준다. 가령 같은 풍경을 노래하더라도 어떤 시인은 꾸밈없는 언어로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어떤 시인은 치밀한 표현으로 장대한 세계를 펼쳐 보인다. 같은 뜻을 담은 시구라도 단어 하나, 표현 하나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상을 남기기도 한다. 《시인옥설》은 이러한 차이를 섬세하게 짚어 낸다. 그 과정에서 독자는 시를 읽는 즐거움뿐 아니라, 시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이해하는 즐거움까지 경험하게 된다. 이 책에는 이백과 두보를 비롯해 도연명, 소식 등 중국을 대표하는 시인들의 작품과 그에 대한 비평이 폭넓게 등장한다. 따라서 《시인옥설》은 중국 고전 시의 주요 작품을 접할 수 있는 책인 동시에, 옛 시인들이 어떤 표현을 높이 평가하고 무엇을 경계했는지 살펴볼 수 있는 문학비평서이기도 하다. 일반적인 시선집이 뛰어난 시를 골라 보여 준다면, 《시인옥설》은 그 시가 왜 뛰어난지를 생각하게 한다. 더욱이 《시인옥설》의 영향은 중국에만 머물지 않았다. 역자에 따르면 김장생, 허균, 차천로, 이유원, 김진수, 유몽인, 이수광, 심수경, 신위, 임전, 김방걸, 권구 등 수많은 조선 문인이 《시인옥설》을 인용하면서 자신의 논의를 펼쳤다고 한다. 이는 중국의 시학적 전통이 조선의 문학과 비평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음을 보여 준다. 오늘날 우리가 한국 고전문학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한시 역시 이러한 전통과 교류하며 발전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시인옥설》을 읽는 일은 중국의 옛 시를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조상들이 시를 짓고 감상할 때 어떤 문학적 전통을 참조했는지 살펴보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시인옥설》의 가치를 이러한 역사적·학술적 의의에만 한정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그 안에 담긴 시와 비평이 오늘날에도 충분한 감상의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자연을 바라보며 느끼는 감흥, 삶의 덧없음에 대한 탄식, 그리움과 기쁨을 표현하려는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리고 그러한 감정을 어떻게 언어로 표현할 것인가라는 문제 역시 여전히 유효하다. 공자가 시를 배우지 않으면 말을 할 수 없다고 했던 것은 어쩌면 시를 통해 우리가 언어의 가능성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시인옥설》은 단순히 옛 시인들의 작품과 비평을 모아 놓은 책이 아니다. 아름다운 시를 만나는 즐거움에 더해, 그 아름다움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깨닫게 하는 책이다. 오래된 시구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옛 시인들의 생각과 감정뿐 아니라,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언어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