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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의 글 이야기꾼의 서울 · 4
들어가며 새 세상을 꿈꾸는 이들의 스핀오프 · 10 단체 소개 · 14 제1부 조선공산당 창당 100주년 1925년 4월 17일: 아서원 · 21 여성 민중 전문병원: 보구녀관 · 35 정동의 붉은 깃발: 소련 총영사관 · 45 이상향을 꿈꾸며: 딜쿠샤 · 63 조선의 아나키스트: 이회영 · 75 죽음의 땅: 서대문형무소 · 86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윤동주 · 97 경복궁역 1번 출구: 한성임시정부 · 107 제2부 스러진 좌우합작의 꿈 코민테른 전권대표: 조동호 · 121 무장한 엘리트들: 북풍회 · 133 인터내셔널리스트: 조선노동당 · 145 고려총국 국내부: 김재봉과 김찬 · 154 반제통일전선: 신간회 · 165 뜨개질하는 사회주의자: 《별건곤》 · 173 붉은 점의 꼬리표: 형평사 · 185 좌우합작의 꿈: 여운형 · 200 제3부 최초의 6월 민중항쟁 코민테른을 넘어: 서울청년회 · 215 사회주의 전국 결사체: 조선노농총동맹 · 225 민중항쟁의 숨은 주역: 조선학생과학연구회 · 236 사회주의자들의 은신처: 《조선일보》 · 247 당 건설을 향하여: 화요회 · 256 제4부 붉은 낙화, 그리고 사람들 자본주의를 향한 도전: 무산자동맹회 · 269 적화공작의 수괴: 미야케 시카노스케 · 279 비밀결사의 산실: 경성제국대학 · 291 아나키스트 정당: 독립노농당 · 304 붉은 낙화: 조선여성동우회 · 315 참고 자료 · 328 |
최백순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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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식사가 한창인 시각, 경성의 중국요릿집 황금정黃金町에 둘러앉은 사내들은 식사를 뒤로한 채 회의를 시작했다. 사회를 맡은 사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참석자들이 모두 그의 입을 주시할 때 드디어 말을 꺼냈다. “당명을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잠시 정적이 흐른 뒤 한 사내가 ‘조선공산당’을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그러나 곧바로 이견에 부딪혔다. 당명이 조선왕조를 연상시키므로 부적절하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로 제안된 당명은 ‘고려공산당’이었다. 이번에도 반대 의견이 등장했다. 해외에서 반목을 거듭한 고려공산당의 명칭을 다시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었다.
--- p.21 정변에 참여했던 홍영식 집안의 재산과 토지는 며칠 만에 몰수되었다. 당대 실력자였지만 반역자로 낙인찍힌 홍영식의 넓은 집터는 폐허가 되어가고 있었다.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나온 민영익에게 알렌은 한 가지 요청을 했다. 기존의 혜민서와 활인서를 통합해 홍영식의 집터에 최초의 서양식 병원, 제중원을 설립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세워진 제중원에는 몰려드는 환자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그러나 의사가 모두 남자인 탓에 여성들이 문턱을 넘지 못하고 회피하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 p.37 실로 대담한 기획이었다. 1919년 3월 17일, 3·1운동의 여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일제 경찰의 눈을 피한 무리가 종로구 내자동의 한 집에 비밀리에 속속 모여들었다. 집주인은 현직 검사 한성오였다. 모임의 제안자이자 좌장을 맡은 이는 변호사 홍진(본명: 홍면희)이었다. 대한제국의 검사였던 홍진은 한일병탄이 된 후 일제에 저항하다 체포된 의병들의 처리 여부를 놓고 번민을 거듭하다 검사직을 사임한 인물이었다. 이날 회합에는 감리교의 이규갑과 현석칠, 천도교의 안상덕, 유림을 대표해 김규가 참석했다. --- p.107 한일병탄으로 연일 저항의 물결이 국내를 뒤덮었지만 장지필에게는 생계가 급선무였다. 당연히 메이지대학 법학부 중퇴라는 학력은 국내에서 보기 드문 엘리트에 속했다. 장지필이 취업을 위해 문을 두드린 곳은 조선총독부였다. 이제 막 자리 잡기 시작한 조선총독부는 많은 분야에 다양한 인력이 필요했다. 총독부에서 요구한 민적에는 백정을 의미하는 ‘도한屠漢’이라는 글자와 붉은 점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장지필은 자신이 백정의 자식이라는 것을 잠시 잊고 있었다. 메이지대학 출신 엘리트는 세상과 담을 쌓고 바람처럼 진주와 경상도를 떠돌았다. --- p.188 1947년 7월 19일, 한국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가입을 기념해 서울운동장(훗날 동대문운동장)에서 서울축구단과 영국함대팀의 친선 축구경기가 열렸다. 조선체육회장 겸 한국올림픽위원장이었던 여운형은 경기 참관 전에 옷을 갈아입기 위해 자동차를 타고 집으로 가고 있었다. 피신처로 머물던 명륜동 집에서 계동 자택으로 가던 중 혜화동 로터리의 파출소에서 트럭 한 대가 나와 여운형이 탄 자동차를 가로막았다. --- p.209 이재유는 극적으로 서대문경찰서를 탈출했으나, 자기 몸 하나 은신할 공간조차 없었다. 이재유를 검거하기 위해 경성 전역에 1급비상이 내려졌다. 고민 끝에 이재유는 미야케를 찾아갔다. 미야케는 자신의 관사 마루 밑에 이재유가 은신할 공간을 마련해주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미야케의 관사에서 한 달이 넘게 향후 방향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경성트로이카와 연결되어 있던 학생 책임자를 쫓던 일경에 정태식마저 검거되었다. 경성제국대학 학생들이 관련되어 있을 것이라고 직감한 일경은 배후를 캐기 위해 잔인한 고문을 계속했다. --- p.288 일제강점기 무더운 여름에 세 명의 여인이 청계천에 발을 담그고 있는 사진이 한 장 남아 있다. 세 여인은 주세죽, 고명자, 허정숙이다. 이들은 각각 조선공산당의 트로이카 박헌영, 김단야, 임원근의 아내다. 트로이카만큼은 아니지만 세 여인의 삶과 사회주의 활동은 어느 정도 세상에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 여인들과 활동했던 박원희, 정종명, 정칠성, 김필애 등의 사회주의 활동은 상대적으로 세상에 덜 알려져 있다. 트로이카의 아내들은 어떤 활동을 했고, 다른 여인들은 어떤 삶을 살았으며, 어떤 해방된 조국을 꿈꾸며 활동했을까? --- p.3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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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걷는 서울에는 지워진 혁명의 지도가 있다!
아서원에서 서대문형무소까지, 경성의 붉은 발자취를 따라 걷다 《조선공산당 평전》의 저자 최백순이 되살려낸 해방과 혁명의 역사 100년 전 경성, 해방과 혁명을 꿈꾼 사람들의 이야기 1925년 4월 17일, 경성의 중국요릿집 아서원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비밀리에 모여 당의 이름을 놓고 논쟁을 벌였다. ‘조선공산당’이냐 ‘고려공산당’이냐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고, 치열한 논의 끝에 조선공산당이 창당되었다. 같은 해 가을, 정동의 소련 총영사관에는 망치와 낫이 그려진 붉은 깃발이 내걸렸다. 서대문형무소에는 독립운동가와 사회주의자들이 갇혔고, 경성의 골목과 건물에서는 일제의 감시를 피해 비밀결사를 조직하고 새로운 세상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일제강점기 경성은 일제의 통치 중심지인 동시에 그 지배에 맞서는 저항과 혁명의 무대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 역사는 오늘날 우리에게 얼마나 알려져 있을까.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이름난 독립운동가들의 활약은 비교적 익숙하지만, 같은 시대 사회주의자와 아나키스트들이 무엇을 꿈꾸고 어떻게 싸웠는지, 노동자와 농민, 학생과 여성들이 어떤 조직을 만들고 무엇을 요구했는지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그들이 남긴 흔적은 지금도 서울 곳곳에 있지만, 그 장소를 수없이 오가면서도 그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붉은 역사 답사기: 경성편》은 이렇게 우리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선 한국 근대사의 중요한 장면들을 되살리는 책이다. 《조선공산당 평전》을 통해 한국 사회주의 운동의 기원과 전개를 추적했던 저자 최백순은 이번 책을 전작의 ‘스핀오프’라고 설명한다. 2017년 출간된 《조선공산당 평전》에는 수많은 사회주의 단체와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그들이 구체적으로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까지 한 권에 담아내기는 어려웠다. 저자는 바로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100년 전 경성의 거리와 골목으로 눈을 돌렸다. 조국의 해방과 새로운 사회를 꿈꾸었던 사람들은 어디에 모여 어떤 계획을 세웠으며, 일제의 감시와 탄압 속에서 어떻게 싸우고 스러져 갔을까. 저자는 그들이 활동했던 장소와 남겨진 흔적을 따라가며, 전작에서 다룬 역사에 구체적인 공간과 인물들의 삶을 덧입힌다. 조선공산당의 창당과 분열, 민족주의 세력과의 협력과 갈등, 노동자·학생·여성들의 조직화, 해방 이후 좌우합작의 시도와 좌절까지, 식민지 시대부터 해방 정국에 이르는 역사가 경성이라는 도시를 무대로 생생하게 펼쳐진다. 이 책에서 ‘붉은 경성’은 단순히 공산주의자들이 활동했던 도시를 뜻하지 않는다. 그곳은 식민지 지배와 계급적 차별, 봉건적 인습에 맞서 독립과 평등, 인간의 해방을 꿈꾸었던 다양한 사람들의 활동 무대이자, 서로 다른 사상과 운동이 만나고 충돌했던 역사의 현장이다. 사회주의자와 아나키스트, 기생과 백정… 역사의 뒤편에 있던 사람들 이 책이 주목하는 것은 거대한 역사적 사건만이 아니다. 그 사건을 만들어낸 사람들의 선택과 갈등, 열망과 좌절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룬다. 조선공산당 창당을 주도했던 사회주의자들은 모두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었다. 해외에서 활동하던 세력과 국내 조직 사이에는 노선과 주도권을 둘러싼 대립이 있었고, 국내에서도 화요회와 북풍회, 서울청년회 등 여러 조직이 경쟁과 협력을 거듭했다. 조선공산당을 건설하고 코민테른의 승인을 얻으려는 과정은 치밀한 준비와 논쟁의 연속이었으며, 창당 이후에도 일제의 탄압과 내부 갈등 속에서 조직은 여러 차례 와해되고 재건되었다. 그러나 이들의 활동은 비밀결사와 정당 조직에만 머물지 않았다. 노동자와 농민을 조직하고 청년과 학생을 결집시켰으며, 민족주의 세력과 공동전선을 구축하려는 시도도 이어졌다. 1927년 창립된 신간회는 그 대표적인 사례였다. 책은 신간회를 둘러싼 협력과 갈등을 통해 식민지 조선에서 민족해방과 계급해방이라는 과제가 어떻게 맞물려 있었는지 보여준다. 동시에 기존의 역사 서술에서 충분히 조명받지 못했던 사람들의 삶을 복원한다. 메이지대학 법학부에서 공부한 장지필은 조선총독부에 취업하려다 자신의 민적에 찍힌 붉은 점 때문에 다시 한번 백정이라는 신분의 벽과 마주한다. 법적으로 신분제가 폐지된 뒤에도 백정의 자식은 학교에 다니기 어려웠고, 재산과 학력이 있어도 차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러한 현실에 맞서 등장한 형평사는 계급해방과 교육 기회의 평등을 요구했다. 여성들의 투쟁도 중요한 축을 이룬다. 주세죽과 허정숙을 비롯해 박원희, 정종명, 정칠성 등 사회주의 여성운동가들은 식민지 지배와 여성에 대한 차별에 동시에 맞섰다. 간호사와 기생 등 서로 다른 배경을 지닌 여성들은 여성해방과 새로운 사회 건설이라는 목표 아래 조직을 만들고 활동했다. 조선의 아나키스트 이회영, 좌우합작을 위해 분투한 여운형, 일제 경찰에 쫓기던 이재유를 자신의 관사 마루 밑에 숨겨준 일본인 교수 미야케 시카노스케의 이야기도 이어진다. 저자는 이들을 단순한 영웅이나 희생자로 그리지 않는다. 서로 다른 사상과 처지에서 출발한 사람들이 때로 연대하고 때로 대립하면서 자신의 신념을 실현하려 했던 과정을 따라간다. 그들이 겪은 실패와 분열, 뜻밖의 선택과 비극적인 결말까지 함께 보여주는 이 책에서 독자들은 역사적 사건 뒤에 가려진 인간의 얼굴을 만나게 된다. 그들이 싸웠던 바로 그곳, 사진과 기록으로 만나는 붉은 경성 《붉은 역사 답사기: 경성편》은 역사적 사건과 인물들의 행적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그 무대가 되었던 실제 장소를 함께 소개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역사서와 구별된다. 저자는 관련 기록과 자료를 바탕으로 사건의 배경과 전개 과정을 서술하고, 그 사건이 벌어진 공간이 오늘날 어디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사진과 간략한 답사 정보를 덧붙였다. 예컨대 조선공산당 창당이 이루어진 아서원의 옛터를 소개하면서 현재 을지로의 그 현장을 보여주고, 경복궁역 사거리에서는 1919년 국내에서 추진된 한성임시정부의 역사를 되짚고, 현재 그 자리에 세워진 표지석을 보여준다. 정동의 소련 총영사관과 딜쿠샤, 여성 전문병원 보구녀관, 서대문형무소와 그 주변의 골목, 경성제국대학이 자리했던 대학로 일대 역시 과거의 사건과 오늘의 풍경을 연결하는 장소들이다. 이 책에서 장소는 역사를 설명하기 위한 배경인 동시에, 그 역사가 실제로 존재했음을 일깨우는 구체적인 증거가 된다. 특히 책에는 당시의 인물 사진과 단체사진, 신문 기사, 역사적 건물과 거리의 옛 사진 등 다양한 시각자료가 수록되어 있다. 여기에 현재의 장소를 촬영한 사진과 위치 안내가 더해져, 독자가 서술 속 인물과 사건을 보다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오래전에 사라진 건물의 모습과 지금의 거리를 비교하거나, 이름만 전해지던 활동가의 얼굴을 확인하는 경험은 글로 읽는 역사에 또 다른 입체감을 부여한다. 그렇다고 이 책이 역사적 장소를 차례로 소개하는 데 치중한 일반적인 역사 답사서는 아니다. 중심에는 어디까지나 역사적 사건의 전개와 인물들의 삶을 따라가는 서사가 있다. 사진과 답사 정보는 그 이야기를 보완하고 확장하는 장치에 가깝다. 책을 읽으면서 당시의 경성을 상상하고, 실제 서울의 거리를 걷다가 책에서 만난 장소를 발견했을 때 역사적 사건을 다시 떠올릴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다. 역사책을 읽는 즐거움과 현장을 찾아보는 즐거움을 함께 제공하되, 무엇보다 이야기 자체의 흡인력을 놓치지 않으려는 시도가 돋보인다. 과거의 흑백사진과 오늘의 컬러사진, 인물들의 얼굴과 당시 기록을 넘나들다 보면 독자는 익숙한 서울의 풍경 아래 또 다른 시대의 흔적이 겹쳐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독립과 해방, 혁명의 꿈은 왜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졌을까 이 책은 ‘조선공산당 창당 100주년’, ‘스러진 좌우합작의 꿈’, ‘최초의 6월 민중항쟁’, ‘붉은 낙화, 그리고 사람들’이라는 네 부로 구성된다. 1부에서는 조선공산당 창당을 중심으로 경성의 사회주의 운동과 독립운동의 다양한 현장을 살펴본다. 2부에서는 사회주의 세력의 조직화와 신간회, 형평사, 여운형의 좌우합작 노력 등을 통해 서로 다른 정치적 흐름이 협력하고 충돌했던 과정을 추적한다. 제3부에서는 6·10만세운동을 전후한 청년·학생·노동운동의 움직임에 주목한다. 3·1운동과 광주학생항일운동에 비해 덜 알려진 6·10만세운동의 배경에는 사회주의 계열 학생 조직과 다양한 청년단체의 활동이 있었다. 저자는 이러한 조직들의 형성과 관계, 일제의 탄압에 맞선 움직임을 따라가며 민중항쟁이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 오랜 준비와 연대의 결과였음을 보여준다. 4부에서는 무산자동맹회와 경성제국대학의 비밀결사, 독립노농당과 조선여성동우회 등으로 시선을 넓힌다. 그 과정에서 독립운동의 역사에 등장하는 이름들은 한층 다양해지고, 식민지 시대의 저항이 얼마나 복잡하고 다층적인 양상을 띠었는지 드러난다. 네 부의 구성에는 역사적 사건과 인물들의 관계뿐 아니라 그들이 활동했던 경성의 공간적 특성도 반영되어 있다. 1부는 정동·서대문·사직동 등 도심 서부 일대, 2부는 안국동·인사동 등 종로 북부 일대, 3부는 종각·견지동·종로3가 등 사회운동단체들이 밀집했던 종로 중심부 일대, 4부는 경성제국대학이 자리했던 동숭동·대학로를 비롯한 여러 지역을 무대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우리는 책 속의 이야기를 따라가다가 실제로 그 장소를 찾아 걸으며, 100년 전 경성의 역사가 오늘의 서울과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이 꿈꾸었던 미래는 하나가 아니었다. 어떤 이들은 사회주의 혁명을, 어떤 이들은 아나키즘에 기초한 새로운 사회를, 또 다른 이들은 민족주의와 사회주의의 연대를 통한 독립국가 건설을 추구했다. 때로는 공동의 적에 맞서 힘을 모았지만, 서로 다른 노선과 이해관계 때문에 대립하기도 했다. 해방 이후에는 좌우 대립과 분단이라는 비극 속에서 많은 이들의 꿈이 좌절되었고, 그들이 남긴 역사 역시 오랫동안 충분히 이야기되지 못했다. 《붉은 역사 답사기: 경성편》은 이념적 평가나 성공과 실패라는 결과만으로 그들의 삶을 재단하기보다, 당시의 현실 속에서 무엇을 바꾸려 했고 어떤 선택을 했는지를 되짚는다. 장석준 노회찬재단 비전포럼 운영위원장은 추천사에서 저자가 ‘서울의 낯익은 거리와 건물들을 통해, 그동안 망각을 강요받았던 역사의 한 자락을 되살린다’고 평가한다. 《조선공산당 평전》에서 출발한 최백순의 역사 탐구는 이 책에서 더욱 다양한 인물과 사건으로 확장된다. 사회주의 운동사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도 구체적인 일화와 인물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근현대사의 복잡한 흐름을 이해할 수 있고, 이미 그 역사를 알고 있는 독자라면 풍부한 사진과 현장 자료를 통해 새로운 맥락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이 되살려내는 것은 단지 잊힌 사회주의자들의 역사가 아니라, 독립과 평등, 인간의 존엄을 위해 서로 다른 길을 걸었던 사람들의 삶이자, 그들이 남긴 선택과 좌절의 기록이다. 오늘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서울의 거리에는 바로 그 역사가 겹겹이 쌓여 있다. 100년 전 경성의 사람들은 어떤 세상을 꿈꾸었고, 그 꿈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붉은 역사 답사기: 경성편》은 그 질문을 품고 과거의 경성과 오늘의 서울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