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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시오, 당신은 이미 죽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이야기 몬테네그로 남자 눈꺼풀 너머 추파 정상회담 마에스토소 종말 결혼식날, 남자 그리고 어처구니없는 그의 영혼 작가와 작품소개 |
Olga Tokarcz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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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의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인 올가 토카르축의 「눈을 뜨시오, 당신은 이미 죽었습니다」는 현실과 허구의 세계를 교묘히 중첩시키며 일상 속에서 좌절된 욕구가 허구적인 세계 속으로 침투하는 과정을 기발하게 묘사한다. 주인공 C는 ‘핏자국을 연상케 하는 기묘한 빛깔’의 표지에 매료되어 추리소설책을 구매한다. 이 추리소설은 플랑드르 지방의 고성에서 추리소설 작가들의 회합이 개최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C는 추리소설이 전개됨에 따라 충격적인 사건이 등장하기를 기대하지만, 추리소설은 마냥 권태롭고 안온하게 진행될 뿐이다. 결국 그녀는 스스로 소설 속으로 잠입해 등장인물들을 살해하기 시작한다.
마르셀로 비르마헤르의 「크리스마스 이야기」가 실려 있는 『새로운 유부남 이야기 』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유대인 구역인 온세 거리를 무대로 희극적인 동시에 비극적인 유대성의 다양한 모습을 열아홉 편의 이야기로 시트콤처럼 구성한 소설집이다. 유대인적 유머가 두드러진 「크리스마스 이야기」에는 40대 중반의 유부남 하비에르 모센이 등장한다. 그는 ‘늘씬하고 가슴이 풍만한 유대인’ 라켈이라는 유부녀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파티가 계속되는 크리스마스 밤, 그는 오늘 밤만은 라켈을 꼭 정복하고 말겠다는 생각으로 단티니스 씨 부부의 집에서 택시를 타고 그녀가 있는 페레레스 씨 부부의 집으로 급히 달려간다. 하지만 난폭하기 짝이 없는 택시를 타고, 아내에게 거짓말을 해가며 그녀 앞에 다다른 순간 라켈은 말한다. “전 단티니스 씨 집으로 갈 거예요. 당신은 거기서 왔지요, 그렇지 않나요?” 단티니스 씨의 집에는 라켈의 정부인 루에르가 있었던 것이다. 옛 유고연방에 속한 크로아티아 공화국의 풀라에서 태어난 블라디미르 아르세니예비치는 등단 때부터 줄곧 장편만을 발표해왔다. 그런 그가 한국 독자들을 위해 특별히 보내온 단편소설이 이 책에 실린 「몬테네그로 남자」다. 「몬테네그로 남자」에서 외동딸을 교통사고로 잃은 중년 부부는 심한 정신적 충격에 빠진다. 무기력과 허탈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을 무렵, 고통스런 일상에서 탈피하려는 아내의 시도는 마약과 비정상적인 섹스 행각으로 나타난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몬테네그로 출신의 20대 남자를 섹스 파트너로 찾아낸 아내는 지친 모습으로 직장에서 돌아온 남편을 무관심하게 맞는다. 아내가 무언가에 의지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안도하고 있는 남편은 그저 아무렇지 않게 저녁 끼니를 때우고 아내와 더불어 필립이라는 남자를 기다리지만, 몬테네그로 남자는 끝내 오지 않는다. 마리오 데지아티는 장편소설 『밤일 때조차 』로 일약 이탈리아 문단의 주목을 받게 된 신세대 작가이다. 단편 「눈꺼풀 너머」에서 작가는 신경증적이고 긴장감 넘치는 문체로 불안한 현대인의 모습을 포착한다. 가치관이 전복되고, 평화를 향한 구호 이면에서 전쟁을 선동하는 모순을 고발하고, 상업적이고 위선적인 미디어를 신랄하게 풍자한 이 작품은 주인공 마르코가 클라우디아를 기다리는 동안 일어나는 심리적인 변화를 풍부하게 묘사하고 있다. 작가는 지진과 화산 폭발로 도로부터 텔레비전까지, 모든 문명의 구조물들이 파괴되고 오직 클라우디아만이 남는 장면을 통해 낡은 인류의 종말과 함께 새로운 인류의 시작을 꿈꾼다. 칠레 작가 알레한드라 코스타마그나의 소설은 일관되게 정치폭력, 실종, 죽음, 침묵, 기억의 문제 등을 다루지만 특정 이데올로기에 복무하지 않으며 개인적인 색채가 매우 강하다. 「추파」는 2005년에 출간된 소설집 『마지막 불 』에 수록된 작품이다. 「추파」는 추파라는 이름의 소년이 시골에서 도시로 친척을 찾아가는 도중의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버스에서 한 젊은 부부가 소년에게 다가와 부탁한다. 자신들은 여행을 가는 길인데 집에 가스를 잠그고 왔는지 걱정이 되어서 그러니 자기들 대신 집에 가서 살펴봐달라는 것이다. 소년은 사례비를 받고 젊은 부부의 집으로 간다. 소년은 안락한 그 집에서 음식을 먹고 목욕을 하며 행복감을 느낀다. 하지만 곧 그 부부가 돌아오고 소년의 단꿈은 깨어지고 만다.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태어난 레나 안데르숀은, ‘다문화주의’나 ‘정치적 올바름’ 같은 권력층의 허울 좋은 말 뒤에 가려진 부조리한 현실을 시원스러운 문체와 날카로운 유머로 그려낸 첫 장편소설 『이러면 됐나요? 』를 발표하며 단숨에 화제의 인물이 되었다. 두번째 장편소설 『그러니까 스웨덴 사람이죠? 』는 2004년에 출판되었다. 모두 3부로 이루어진 이 작품의 1부는 취업 인터뷰 상황을 다루면서 인종차별과 성차별을 철폐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다문화주의 조항의 부조리한 측면을 드러내고 있다. 2부에서는 스웨덴 행정부 말단 직원으로 일하게 된 파티마가 스웨덴 총리의 연인이 되어 미국 국빈 방문길에 동행한다. 「정상회담」은 이렇게 해서 백악관까지 입성한 파티마의 1인칭 시점에서 전개되며 시종 우스꽝스러운 상황과 대화를 통해 미국을 풍자하고 있다. 호르헤 볼피는 이그나시오 파디야, 엘로이 우로스와 더불어 멕시코의 ‘크랙(Crack)’ 세대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오랫동안 국가 정체성 문제를 화두로 삼아온 멕시코 문학의 뿌리 깊은 민족주의 전통에 회의적인 그는 작가의 국경이 사라진 세계화 시대에 고유한 국문학의 의미와 글쓰기의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마에스토소」는 하프 연주자가 느끼는 좌절감과 예술에 대한 맹목적인 지향을 그려내고 있다. 성공한 하프 연주자인 주인공은 사람들의 갈채 속에서 심한 노여움을 느낀다. 그녀는 무대나 사람들의 갈채가 아닌 ‘음악’ 그 자체 속에서 완전해지기를 꿈꾼다. 헝가리 작가 드러고만은 13세 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첫 소설『파멸의 책』은 역사적 죄의 문제를 하이퍼 리얼리즘적 관점에서 조명한 작품으로, 전쟁에서의 범죄 상황을 현대사회의 범죄 구조 속에 투영하고 있다. 단편 「종말」이 포함되어 있는 두번째 소설 『창백한 왕 』은 어린아이의 관점에서 어른들의 억압적이고 잔인한 사회 구조를 고발한 작품으로 모두 열여덟 편의 연결된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다. 열한 살짜리 소년의 아버지가 탄원서에 사인을 한 죄로 근로봉사대로 끌려간 후, 이 소년이 어른들의 사회에서 겪게 되는 6개월간의 여러 가지 끔찍한 사건들을 고발하고 있다. 체코 작가 파벨 브릿츠는의 「결혼식날, 남자 그리고 어처구니없는 그의 영혼」은 소설집 『나는 테클라를 사랑했다와 그 외의 이야기들 』에 실려 있는 작품이다. 「결혼식날, 남자 그리고 어처구니없는 그의 영혼」에서 주인공은 프라하의 아름다운 지역에 있는 한 빌라로 이사를 간다. 바로 옆방에는 전직 교사이자 성공한 세무 컨설턴트인 이반이라는 사내가 살고 있다. 집주인은 웨딩드레스를 수집하는 것이 취미인 늙은 여자로 아래층에 웨딩 살롱까지 차려놓았다. 그러던 어느 날 집주인이 밤에 화이트 레이디(하얀 옷을 입은 부인의 모습을 한 성의 혼령 혹은 명가의 영혼)와 마주치게 되는데, 주인공은 화장실에 걸려 있던 웨딩드레스를 통해 그것이 이반의 짓임을 눈치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