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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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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잠마저 잊어버린 하얀 밤

흔들려 뚝 뚝 내리는 저 마른 낙엽털이에
간밤 나목은 헤어짐이 슬펐던지
노란 이탈로 쓸쓸한 아침을 맞고 있다


엄마의 엘레지_10
간이역의 가을풍경_12
저무는 가을_14
비밀에 기댄 현실의 주소_16
숨바꼭질_17
그들만의 잣대_18
번아웃 증후군_19
수상한 계절_20
금호강_22
슬픈 그대는_24
어느 야화에게_26
메주_27
퇴근길 독백_28
심연의 계절_29
다도해_30
질주하는 자아의 시간들_31
시몬에게_32
항아의 호접몽_34


2부/남겨진 자의 멍울진 상처

비의 파편에 뭇매 맞는 잎사귀들의
아우성 같은 절규로 드디어 오월이 가는가
그 오월을 따라 잔인한 이 봄도 그렇게 가는가


봄비의 배후_38
봄날 고개_40
러브레터_42
봄을 향한 순서_43
후포_44
내가 꿈꾸는 것_46
어느 중년 여인의 일탈_47
무등의 별들에게_48
춘곤증_49
미물에게서 배운 사랑_50
목련꽃 등불_52
가버린 사람에게 바치는 시_53
개나리 꽃물_54
봄날 예찬_55
낙화의 의미_56
잔인한 시절의 치열_57
백도라지 꽃 백서_58
할미꽃, 우리 할매_59


3부/앞으로만 내달린 나날들

눈길 닿는 곳곳
이름 모를 풀꽃의 청초함 따라
여름이 익는다


기억저장소에서_62
시시콜콜_63
망초꽃 사연_64
그냥_65
명태의 보시_66
고수동굴_68
허튼 깨달음_69
마음 밭의 사모가_70
오동도_71
산딸기_72
맨발로 찍는 직인_73
달맞이꽃_74
연리지 기도_75
그 섬에 들다_76
잃어버린 날개를 찾습니다_77
예민과 둔감에게_78
영춘화_79
흑백사진_80
을의 경고_81


4부/내가 꿈꾼 세상은

빛바랜 기억을 불러내고
천만 송이 꽃발로 쌓여진 눈 포자는
지상의 영토를 순장시키는 듯 장엄하다


하물며 1억 2천만 원_84
달 잃은 월류봉_86
도는 것의 구심점은 원심력에 있다_87
자아 고백_88
허허실실_89
유혹에 지배당한 오후_90
촛불 찬가_91
삼월이 오면_92
아이러니_93
천장(天葬)_94
무명성_96
달빛 호수_97
눈 오는 날의 연서_98
먹구름_99
49와 365분의 1_100

*선정의 변_103
*작품해설_107

저자 소개 1

저이공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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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대구 출생, 시낭송가, [서정문학] 등단, 제3회 히말라야문학상 수상 , 제15회 대한민국 문예 문학상 대상 , 대구문인협회, 계간[시하늘]문학회, , 이장희 기념사업회, K펜문학 26년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우수작품 창작 수상 도서 선정

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10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129쪽 | 136*216*20mm
ISBN13
9791164871988

책 속으로

투명한 속살 감추려
연두 비늘 걸친 잔물결이 살랑인다
강은 한 줄기 바람을 당겨와
드문드문 물무늬 뜨는데
모래알 할퀸 물살 위에 볕뉘만 팔딱이고
작은 기척에도 놀라는 물새들의 뜀박질

가없이 흘러도 가지 못할 너에게로의 길,
그건 번영의 길
내 물 힘으로는 적시지 못할 적토의 영역 앞에서
박달봉 풀뿌리까지 훑어 모은
물 알갱이들의 아우성을
오늘 울음으로 뭉쳤으니
그 오열 누누이도 걸판지다

누백의 세월 동안
영남의 허리를 조이던 수맥들이 부르던
저 청량한 노래는 네가 듣고
금호강 잔 여울이 날려 쓴 장엄한 붓질은
오늘 내 가슴에 필사한다

허기를 채우려는 저 부단한 물길이
현대 산업의 발전 위해 젖을 물리면서

오염의 귀로에서 악취로 허덕이던 칠십 년 대
마지막 소명 바칠 안식처는 바다가 아닌
달구벌 지키는 화원 포구였구나

허공을 나르며 석양을 깨문
가창오리 떼의 퍽퍽한 울음 아래
동서의 긴 띠 금호강은 평야에 젖줄 되고
등 구부러진 갈대들 비파소리 앞세워
지금은 새날 향한 희망을 부른다
「금호강」


섬 속에 섬이 있듯 나 속에 나도 모르는
또 다른 내가 있었네
바다가 낳은 섬이 파도를 낳아
포말로 부서지며 울고 있는
저 다도해의 푸른 전경

바다가 좋아 바다에 온 나에게
물 내음보다 더 깊은 사랑 어우러지고
멀리 혹 가까이 흩어진 섬과 섬은
걸어서 닿을 수 없는 바닷속 땅이기에
내게 더더욱 큰 의미로 와닿는다

조물주가 끌고 가다
쏟아져 버린 금싸라기 햇발
하루 치의 태양은 섬과 나 사이에서
건너지 못할 다리를 윤슬로 놓는데
바람 따라 떠돌 나는 또 하나의 노스탤지어
「다도해」


사월 하고 열엿새,
화사한 봄날이라지만
얼어붙은 우리 심장은 아직도 시린 겨울입니다
소용돌이 된 돌개바람은
막다른 벽면에 비음 던져놓고
어수룩하게 살아온 생의 영수증 같은
종이 쪼가리가 뒷골목 어지럽게 뒹굽니다

보도블록 틈새에서 살점 접힌 잡초마저
꽁꽁 언 땅속으로 질긴 뿌리 묻었고
새봄을 노랗게 음미할 씀바귀꽃 움대 역시
해말간 미소 물고 나오지만
그날 이후 우리의 봄은 영영 꽃 피우지 못합니다

엊그제 청명, 한식이 놓고 간 봄 안부에서
벚꽃이 아찔한 꽃망울 피웠다네요
그해 봄꽃 따라 소풍 간 나비 무리들이
영영 돌아오는 길 잃었다 해도
네비에 새길 주소마저 이젠 보낼 수 없답니다
영원히 시들지 않을 꽃들 앞에
동여 준 노란 리본이 낡아 퇴색돼도
못다 부른 진혼곡만은 뜨거울게요
「기억저장소에서」

출판사 리뷰

본 시집은 한 개인이 통과해 온 생애의 마디와 곡진한 상처를 회피하지 않고, 결핍마저 눈부신 향기로 치환해 낸 빼어난 실존적 서정의 결정체다. 특히 삶의 질곡을 원망이나 비탄에 머물게 하지 않고, 세월의 굴곡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독자적인 서정의 성채를 일구어낸 시인의 당당하고 치열한 작가 정신은 큰 울림과 경탄을 자아낸다.

표제작 「49와 365분의 1」은 이러한 시인의 치열한 시안(詩眼)이 가장 압축적으로 발현된 수작이다. 여기서 숫자 ‘49’는 단순한 연령의 지표를 넘어선다. 그것은 반세기에 가까운 세월 동안 여성이라는 육체에 갇혀 무수한 사회적 호칭과 규범을 묵묵히 견뎌온 한 인간의 신체적·역사적 시간의 총량이며, 청춘의 저편에서 쉰을 목전에 둔 엄숙한 생애의 변곡점이다. 시인은 마흔아홉 해라는 완강한 정수의 무게 뒤에 ‘365분의 1’이라는 미완의 하루를 덧붙임으로써, 낡아가는 세월 위에 새롭게 열리는 단 하루의 몫이자 멈추지 않고 생성되는 삶의 가능성을 포착해 낸다. 세상이 요구해 온 역할의 굴레 속에서 설령 화려한 꽃과 열매를 피우지 못했을지라도 "내 향기만은 아직 눈부시다"라고 단호하게 선언하는 목소리는 압도적이다. 삭아가는 뼈마디와 육체의 쇠락, 변색된 이름표를 담담히 응시하며 결핍을 자아의 긍지로 탈바꿈시키는 이 장엄한 고백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이들에게 깊은 연대감과 치유의 용기를 전한다.

이처럼 이공수진 시인은 표제작에서 확립한 단단한 실존의 터전 위에 헌신과 예술적 고투, 그리고 애틋한 혈육의 서사를 촘촘하게 엮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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