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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유리 상자 속 철학자는 오늘도 사람들의 눈길을 받고 있다 4
1장 보이지 않는 눈 01 감시를 완성하는 것은 감시당하는 사람의 짐작이다 17 02 블라인드 한 장이 보는 자와 보이는 자를 가른다 24 03 비어 있는 감시탑이 가장 값싼 감시탑이다 31 04 회사 메신저의 초록 불은 누구를 위해 켜져 있는가 38 05 하나의 건물이 열 가지 쓸모를 약속할 때 경계하라 45 2장 쾌락의 계산 01 인간은 쾌락과 고통이라는 두 주인을 섬긴다 55 02 행복을 숫자로 재는 순간 숫자가 행복을 대신한다 62 03 모든 처벌은 그 자체로 해악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라 69 04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에서 빠진 한 사람을 기억하라 76 05 고통을 느끼는가라는 물음 하나가 울타리를 다시 긋는다 83 3장 투명성의 두 얼굴 01 감시자는 누가 감시하는가를 먼저 물어라 93 02 문을 활짝 열라는 말도 갇힌 사람에게는 다르게 들린다 100 03 모든 몸짓이 기록되는 곳에서 사람은 연기를 시작한다 107 04 투명함을 외친 사람에게도 서랍 속 원고가 있었다 114 05 당신을 보는 쪽은 자기 얼굴을 보여 주지 않는다 121 4장 감옥에서 일터로 01 감시가 돈이 되는 순간 감시는 멈추지 않는다 131 02 아이들을 감시탑 아래 두자는 말에 부모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138 03 가난을 관리하겠다는 계획은 가난한 사람을 관리한다 145 04 열여섯 해를 바친 감옥은 끝내 지어지지 않았다 152 05 지어지지 않은 감옥이 가장 오래 살아남는다 159 5장 내면의 감시탑 01 들키지 않으려는 습관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습관이 된다 169 02 하루를 숫자로 기록하는 사람은 손목에 감시탑을 찬다 176 03 남의 평판으로 자기를 재는 사람은 자기 고통의 크기를 놓친다 183 04 스스로를 벌하는 사람에게는 감옥이 필요 없다 190 05 고통을 줄이라는 마지막 말을 자기 자신에게 돌려주라 197 에필로그 어떤 눈을 마음속에 들일지는 아직 당신이 고를 수 있다 204 |
Jeremy Benth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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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라고 하면 사람들은 대개 지켜보는 눈부터 떠올린다. 높은 탑 위의 경비병, 천장에 매달린 카메라, 모니터 앞에 앉은 관리자 같은 것들이다. 그런데 판옵티콘을 처음 글로 옮긴 사람은 그 눈보다 눈을 의식하는 쪽의 머릿속을 더 중요하게 보았다. 감시는 보는 사람이 아니라 보인다고 믿는 사람 안에서 완성된다는 생각이다.
--- p.17 「1장」 이 대목에서 판옵티콘의 진짜 경제학이 드러난다. 가장 비싼 것은 실제로 보는 일이고 가장 싼 것은 보인다고 믿게 하는 일이다. 벤담은 비싼 것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싼 것을 최대한으로 늘리는 쪽을 골랐다. 감시실이 실제로 비어 있는 시간이 길수록 운영은 더 경제적이 된다. 감시인은 쉬고 죄수는 쉬지 못한다. --- p.34 「1장」 숫자는 원래 무언가를 가리키려고 만든 손가락이었다. 사람들이 손가락만 보기 시작하면 가리키던 달은 사라진다. --- p.66 「2장」 투명성을 요구할 때 우리는 대개 권력을 떠올린다. 하지만 실제로 가장 먼저, 가장 많이 드러나는 쪽은 힘없는 사람일 때가 많다. 권력자는 무엇을 보여 줄지 고를 수 있다. 홍보 담당자를 두고 공개할 자료를 다듬고 불리한 것은 법률가의 손을 빌려 감춘다. 힘없는 사람은 그럴 수단이 없다. 그들은 그냥 보인다. --- p.105 「3장」 사생활을 지키려는 일은 무언가 부끄러운 것을 감추려는 일이 아니다. 생각할 자유를 지키려는 일이다. 벤담의 서랍 속 원고들은 그 자유가 얼마나 귀한지 보여 준다. 그는 그 서랍 덕분에 자기 시대가 받아들이지 못할 생각까지 끝까지 밀고 갈 수 있었다. --- p.119~120 「3장」 감시가 돈이 되는 한 감시는 스스로 멈추지 않는다. 그것을 멈추게 할 수 있는 것은 감시받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그 목소리를 받아 주는 제도뿐이다. --- p.137 「4장」 아이를 지켜보고 싶은 마음은 사랑에서 나온다. 그 마음을 탓할 수는 없다. 다만 그 마음이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는 따져 볼 수 있다. 위험한 순간을 알아차리기 위한 감시와 아이의 모든 순간을 알기 위한 감시는 다르다. --- p.143~144 「4장」 오늘 밤 스스로를 다그치고 싶어질 때 벤담의 질문을 하나 빌려 와도 좋다. 이 벌은 무엇을 막아 주는가. 그 답이 분명하지 않다면 그 벌은 내려놓아도 된다. 스스로를 벌하는 사람에게는 감옥이 필요 없다. 그리고 스스로를 벌하지 않기로 한 사람에게는 감시실도 필요 없다. --- p.196 「5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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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담은 흔히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구호로만 기억됩니다. 편집부는 그가 가장 오래, 가장 절박하게 매달린 것이 사람을 지켜보는 건물이었다는 사실에서 이 책을 시작했습니다. 감시인이 없어도 감시가 작동하도록 설계된 이 구조는 지금 우리가 매일 겪는 일과 너무 닮아 있었습니다. 붙잡아 두는 간수가 없는데도 하루 종일 누군가의 눈을 의식하는 사람이 많아진 시대에, 벤담의 편지는 낡은 고전이 아니라 오늘을 설명하는 글처럼 읽힙니다.
이 책은 벤담을 감시 사회의 악당으로 세우지도, 선구자로 떠받들지도 않습니다. 그가 판옵티콘 공장의 장점으로 일꾼들이 단결할 수 없다는 점을 꼽았다는 대목과, 투명함을 외치면서도 위험한 원고는 서랍에 잠가 두었다는 대목을 함께 보여 줍니다. 한 사람의 모순을 따라가는 동안 독자는 감시를 둘러싼 질문이 선악의 문제이기 전에 설계의 문제라는 점을 스스로 깨닫게 됩니다. 직장의 메신저와 업무 감시 프로그램에 피로를 느끼는 분, 아이의 휴대폰에 위치 추적 앱을 깔지 말지 고민하는 부모, 수면 점수와 걸음 수에 하루를 맞추고 있는 분께 권합니다. 시리즈의 취지대로 논쟁적인 인물의 삶을 반면교사 삼아 이 시대를 살아갈 경계하는 눈을 기르고 싶은 독자에게도 좋은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