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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외모 이야기
지니의 얼굴 포카혼타스의 얼굴 뮬란의 얼굴 알렉 웩의 얼굴 사라 폴리의 얼굴 마를렌 디티리히의 다리 2. 아카데미 시상식에 대한 잡담 미라맥스 마케팅 옹호하기 밀고자의 귀환 3. 스노비즘과 똥폼, 가짜 개성 시네 스노비즘 살아남은 똥폼들 의식적으로 튀기 4. 주변에서 살아남기 메리 리처즈의 모자 던지기 취향 물려받기 쌀가루를 뿌려야 할까? 남의 영화 보기 5. 여고 괴담 1, 2 굳은 머릿속에 갇혀서 「여고 괴담 두번째 이야기」는 자생적 컬트 영화일까? 6. 막힌 정보들 검열의 진짜 기능 검은 사각형 지우기 검열보다 더 두려운 것 7. 장르와 편견 장르의 명칭 그 뻔하고 뻔한 헐리우드 영화들…… 8. 이 '공정한' 시대에 …… 9. 대리전의 병사들 10. 국제화 시대를 버텨내기 11. 인터넷, 「접속」, 기타 등등 |
Djuna
듀나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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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서평위원 정은숙
이번 한 주는 유난히 즐겁고 짧게 느껴졌다. 왜냐하면 아주 유쾌하고 유익한 책을 읽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듀나(DJUNA)이고, 제목은 <스크린 앞에서 투덜대기>다. 책 날개의 설명문에 따르면 듀나는 얼굴 없는 사이버 SF 작가라고 한다. 과연 사이버스페이스에서 활동하는 작가다운 이름이라고 생각된다. 또 이런 이름의 작가가 쓴 글답게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자의식을 당당하게 드러낸다.
이 책의 성격은 새삼 말할 것도 없이 영화평 모음이다. 그야말로 한 영화광이 스크린 앞에서 말한 비평들을 엮은 것이다. 이 책이 아니라, 이 글들을 단적으로 규정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영화 매니아가 쓴 영화 애호가들을 향한 균형 감각 잡기' 정도가 되지 않을까? 그런데 이 균형 감각이 상당히 잘 잡혀 있고 또 그 내포와 외연의 폭이 넓고 깊다는 것이 어떤 '기분 좋은 불편함'을 준다. 그것은 영화평이 아니라 말의 의미 그대로 문화 비평이라는 새로운 문학 비평의 패러다임에 값할 만한 것이다. 또한 이렇게 간단히 규정할 수 없는 어떤 문화적인 향취 같은 것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것은 아마 상투적으로 말하지 않으려는 저자의 안간힘이 작용한 것이리라. 처음 나는 이 작은 문고판을 쉽게 읽어치우려고 했었다. 그런데 한 장 두 장 책장을 넘기기 시작하자 아, 이게 아니구나 하는 각성에 사로잡혔는데, 그것은 구체적으로 흑인 모델 알렉 웩의 몸매와 얼굴을 대비시키는 진술을 보면서부터이다. 이 생소한 흑인 미인에 대해서는 좀더 설명이 필요하다. 이 여자는 팔다리가 아주 길고, 무척 미끈하게 생긴 소위 말하는 아주 잘 빠진 몸매를 지니고 있다. 그에 비해 얼굴은 흡사 표범을 연상시키는 야수성과 거친 굴곡이 그대로 드러나는 뭐랄까,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아프리카형 미인이다. 사진이 실려 있으므로 책을 보는 사람들에게는 더 설명이 필요 없다. 그런데 서구에서는 현재 이 미인이 각광받고 있는데, 이 현상에 대해 정작 흑인들은 아주 기분 나빠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패션 잡지들이 웩의 아름다움을 예찬하는 것은 백인들이 흑인 모두가 알렉 웩처럼 원시인으로 보이기를 원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지적과 함께 우리의 숨은 편견을 날카롭게 지적하는데, 그것은 그녀의 아름다움을 감지하는 것이 가슴이 아니라 머리라는 점이다. 동시에 작가는 아름다움의 기준에 관해서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우리가 미적 기준의 변화와 같은 미묘한 현상을 정량화해서 설명할 수 있는 수준까지 왔다면 이미 인문학은 인문과학이라는 말을 들을 가치가 있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린 그런 도구 따위는 가지고 있지 않고, 이 터에서 우리가 만들어대는 생각들 중, 달고 다니는 캐치프레이즈가 주장하는 것만큼 객관적인 것들은 없다시피 합니다." 이런 균형감각은 계속해서 헐리우드 영화에 대한 공격의 허상 밝히기, 매니아의 남들이 못 보는 필름을 구해보고 떠드는 스노비즘(속물주의)적 현상 따져보기 등으로 활발하게 넘나든다. 평이한 일반론을 거듭 적는 방식조차 상식이 없는 세계에서 상식을 지키려는 노력 같아서, 좋게 보일 정도이니 어찌 읽는 이가 빠지지 않으랴. 고백하건대 나는 피터 그리너웨이 영화를 좋아하는데도 그의 영화 속에서 과다하게 나오는 누드 장면들에서만은 눈살을 찌푸리곤 했었다. 그런데 이런 장면들을 저자는 '생식기가 달린 인간의 육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간단한 사실'을 공시하려는 것이라고 그 의미를 밝혀놓고 있다. 그 외 SF 소설에 대한 의미 따지기 등등 다른 비평들에서는 잘 들을 수 없었던 내용이 많은 점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다 읽고 난 후 내가 이 책에 매혹되었던 것은 저자의 생각에 동의해서라기보다는 그 동의 여부에 상관없는 멋진 글쓰기의 유형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정말 멋진 글쓰기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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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도 말했지만 스노비즘은 생존 전략이므로 이 역시 변호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하지만 스노비즘은 빨판상어의 생존 전략입니다. 이런 스노브들이 매달릴 고래상어가 한 마리 이상은 있어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그런 고래상어가 이 나라에 몇 마리나 됩니까? 제 눈에 보이는 것은 불순한 사이트 하나 때문에 서비스 전체를 틀어막는 아둔한 관료들뿐입니다.
--- p.2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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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의 역할에 대해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 새로운 도구는 예전같으면 모래알처럼 흩어져 버렸을 사람들을 결집시켜 하나의 팬집단을 형성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그뿐아니라 이 영화 팬들의 꽤 큰부분을 차지하는 성적 소수자들에게 마음놓고 자신의 감상을 표출하게 사는 자리를 제공하기도 했지요. 둘 다 모두 발전적인 것들입니다.
--- p.1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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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글 솜씨 있는 사람들만의 독점물이 아닙니다. 통신망이라는 매체를 통신망처럼 만들고 그 고유의 가치를 창출해내는 사람들은 워드 프로세서도 통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뛰어들어 '이 영화보지 마요,웩!'따위의 글을 한두 마디 쳐서 올리는 바로 그런 사람들입니다.'
--- p.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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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는 어떤가요? 적어도 수많은 남자 배우들에게 똥폼은 군함새의 붉은 목만큼이나 중요합니다. 따지고 보면 똥폼은 매우 영화적인 도구라고 할 수 있어요. 똥폼이란 게 순전히 이미지 게임인데, 영화야말로 이미지 빼면 시체인 장르가 아닌가요? 주윤발이, 총이라도 한 방 더 쏘지 않으면 목이 날아갈 다급한 상황에서도 필사적으로 코트 안에 바람을 집어넣는 것 역시 이렇게 생각하면 오히려 당연한 일입니다. 윤발이가 가짜 총을 쏜다고 해서 진짜로 사람이 죽는 건 아니지만 코트 자락에 바람이 들어가면 배우 하나가 '정말로' 뜨니까요. 저로서는 왜 남자 배우들이 우거지상을 하고 슬로모션으로 어깨에 힘을 주는 게 그렇게 인기인지 모르겠지만, 제가 이해를 하건 못 하건 사실은 사실이며 그 중요성을 부인할 수도 없습니다.
--- pp.68~6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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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라는 자의식이 대상에 대한 애착보다 크면 그건 스노비즘이니까요......스노비즘은 생존 전략입니다! 자신을 부풀리지 않으면 이 무시무시한 세상에서 살아남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스노브들은 가장 기본적인 생존 본능에 따라 행동하는 것입니다. ...... 자신이 스노브라는 것을 인정하면 스노브들의 허세는 줄어들고 생산성은 높아집니다. 우리가 다른 스노브들의 존재를 인정한다면 우리의 자존심이 긁힐 가능성도 낮아집니다. 결국 공존과 자기 인정이 일차적인 해답입니다.
--- p. 62-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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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것이 남아 있습니다. 스노브들은 예술가들을 먹여 살립니다. 스노브들이 없었다면 수많은 아트 영화 제작자들은 파산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일어나는 아트 영화의 스매시 히트도 스노브들이 아니었다면 일어날 리가 없습니다. [희생]을 보았다는 10만 관객들이 다 타르코프스키가 좋아서 봤겠습니까? 스노브들은 개인적인 예술가들이 낙오되지 않도록 돕고 그 결과 우리의 예술 환경은 더 풍요로워 집니다.
--- p.6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