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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눈길과 손길이 절로 머무는 한 편의 전시회
《바람은 보이지 않아》는 우리의 모든 감각을 동원하여 느끼는 그림책입니다. 안 에르보는 크레용, 연필, 수채화 물감, 콜라주 등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활용하여 시적이고 철학적인 텍스트를 더 아름답고 세련되게 표현하는 작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특히 이 책에서는 손끝으로 다양한 질감을 느낄 수 있는 장치까지 마련해 놓았지요. 비를 만나는 장면에서는 오톨도톨 작은 물방울무늬가 한 페이지 가득 쏟아져 내리고, 소년이 기대어 앉은 나무는 나뭇결을 따라 움푹 패어 있습니다. 손으로 느낄 수 있는 안 에르보만의 아름답고 생생한 색채와 다양한 기법. 이 책의 그림들을 볼 때마다 새로운 감동을 느끼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전시회가 있어도 매번 아이를 데려가 함께 그림을 감상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그런 기회를 포기해 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이러한 현실을 바라볼 때 《바람은 보이지 않아》는 일상에서 아이의 감성과 상상력을 끌어낼 대안이 되어 줄 것입니다. 아이가 눈과 손과 마음에 새기며 가만히 책 속 그림들을 음미할 때 감성이 자라나고, 그림에 담긴 더 깊은 의미들을 마음껏 상상할 수 있게 될 테니까요. 아이들에게 삶의 진정한 가치를 이야기하는 한 편의 인생 수업 《바람은 보이지 않아》는 어느 날, 안 에르보가 우연히 만난 시각 장애인 소년의 질문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바람은 무슨 색인가요?” 그 한 마디가 너무나도 강렬해서 그녀는 꼭 답을 찾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깨달았습니다. 그 질문엔 수많은 답이 존재할 수도 있고, 동시에 답이 없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요. 이 책의 주인공 역시 앞이 보이지 않는 소년입니다. 바람이 무슨 색이냐는 소년의 질문에 늙은 개는 “들판에 가득 핀 꽃의 향기로 물든 색, 그리고 빛바랜 나의 털색.”이라고 대답합니다. 반면 늑대는 ‘숲 속에 깔린 젖은 흙이 품고 있는 어둠의 색’이라고 답하지요. 늙은 개와 늑대, 코끼리, 산, 창문, 비, 개울 등은 자신들의 상황과 경험치 안에서 저마다 다른 답을 내놓습니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소년의 궁금증을 해결해 주지 못합니다. 이 책을 읽은 뒤 아이들에게 ‘바람’ 대신 ‘삶’이라는 단어를 넣어 소년이 한 질문을 소리 내어 말하게 해 보세요. 신기하게도 책 속에 등장하는 답들이 하나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의 ‘삶’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지요. 우리를 둘러싼 무수한 질문들엔 수많은 답이 존재할 수도 있고 답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 답은 눈에 보이기도 하지만, 눈에 보이는 답이 다가 아닐 때도 있지요. 바람의 색처럼요. 막막하고 모호하지만 우리가 잊지 않아야 하는 것은 답을 찾는 과정에서 내면에 쌓인 무수한 경험들이 우리를 성장하게 한다는 사실입니다. 《바람은 보이지 않아》를 통해 아이들이 삶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탐색하기를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저마다의 답을 찾아내기를 바랍니다. 신선한 충격에 깊은 울림이 더해진 한 편의 반전 드라마 누구를 만나도 풀리지 않던 소년의 궁금증은 아주 큰 거인의 대답을 듣는 순간 해결됩니다. 여태껏 책 속의 소년과 함께 바람의 색을 찾아다닌 독자들은 여전히 아리송할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내 소년의 행동을 통해 거인의 대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닫게 될 것이고,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결말에 신선한 충격을 받게 될 것입니다. 자, 지금부터 책을 들고 소년과 함께 바람의 색을 찾아볼까요? 속표지의 제목 글자 옆에 찍혀 있는 손가락 자국에 엄지를 대고, 뒤표지에 찍혀 있는 네 개의 손가락 자국에 나머지 네 손가락을 갖다 댑니다. 그리고 책을 꼭 쥐었던 엄지를 살짝 떼어 봅니다. 한 장 한 장 책장이 스르륵 넘어가는 순간, 무엇이 느껴지나요? 바로 여기에 “바람은 무슨 색일까?”에 대한 대답이 존재합니다. 아마도 답을 찾은 아이들 상상 속의 바람은 저마다 다른 빛깔을 띠고 있겠지요. 저마다의 삶이 다 다른 빛을 내뿜듯이 말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