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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서랍
두 개의 찻종 다루마 산으로 가는 길 오셀로 게임 편지 빛의 제국 역사의 시간 잡초 뽑기 검은 탑 국도를 벗어나 작가 후기 역자 후기 |
Riku Onda,おんだ りく,恩田 陸,熊谷 奈苗(くまがい なな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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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빛의 아이들이다. 빛은 어디에나 든다. 빛이 드는 곳에는 풀이 나고, 바람이 불고, 생명이 있는 것은 숨을 쉰다. 그것은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누군가를 위해서 그러는 것도 아니고, 누구 덕도 아니다.”
순간, 모두들 조용해졌다. 다케시의 더듬거리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우리는 억지로 태어난 것도 아니고, 실수로 태어난 것도 아니다. 그것은 빛이 드는 것처럼, 이윽고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꽃이 열매를 맺는 것처럼 아주 오래 전부터 그렇게 정해져 있었던 것이다.” 아이들의 고개가 수그러졌다. 선생님들의 얼굴도 진지해졌다. 두루미 선생은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랬다. 여기 있는 아이들은 가혹한 환경 속에서 자기들의 힘, 일족의 힘을 직시하면서 싸워온 것이다. 때로는 자기 운명을 저주하고, 때로는 자기가 가진 힘을 저주하면서. “우리는 풀에 볼을 비비고, 바람에 머리칼을 나부끼며, 열매를 따서 먹고, 별과 새벽을 꿈꾸면서 이 세상에서 살자. 그리고 언젠가 이 눈부신 빛이 태어난 곳으로 다 함께 손을 잡고 돌아가자.” -<빛의 제국> 중에서 “아아, 대체 우리는 뭘 위해 사는 걸까.” 농담처럼 한 말이었건만 기미코는 웃지 않았다. 뜻밖에 진지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그 다음을 알기 위해서야.” “그 다음?” “특별한 건 아무것도 없어. 수많은 종류 가운데 하나로서 늘 어딘가에 조용히, 당연하게 있었어.” -<역사의 시간> 중에서 -<빛의 제국>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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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미스터리 팬들이 최고 걸작으로 뽑은 바로 그 책!
펼치는 순간, 지금껏 맛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가 끝없이 이어진다 ■ ■ ■ 소설의 진가를 알려면 우선 책을 펼치라 소설에서 타이틀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강렬한 인상을 주는 타이틀의 소설은 산처럼 쌓인 소설들 속에서도 눈에 띨 확률이 높다. 하지만 접하는 이에게 “이런 소설, 있지 않았나”라는 인상을 준다면 내용을 채 알리기도 전에 이러저러한 분위기의 책이라는 오해를 받은 채 제대로 된 눈길 한 번 받지 못하고 파묻혀버릴 것이다. 온다 리쿠의 신작, 《빛의 제국》은 이런 오해를 받기 쉬운 소설이다. 일본에서는 2000년에 출간되었지만, 국내에서는 이미 작가 김영하의 동명 소설이 2006년에 출간된 데다가, ‘제국’이라는 단어도 참신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무언가 거대한 힘이 느껴지는 단어에 판타지라는 장르가 한 몫을 더해 소설의 내용을 멋대로 상상해버리기 쉽다. 하지만 확실히 말하겠다. 《빛의 제국》에는 그 흔한 영웅 하나 등장하지 않는다. 손에 땀을 쥐는 대결 역시 찾아볼 수 없다. 누구나 친근하게 느끼는 배경에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그럼에도 수많은 미스터리 팬들이 최고 걸작이라고 손꼽다니, 대체 이 소설의 매력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 ■ ■ 아름답고 따뜻한 판타지, 도코노 이야기 《빛의 제국》은 <도코노 이야기> 연작 중 첫 번째 소설이다. ‘도코노(常野)’란 늘(常) 재야(野)에 있으라는 의미로, 일본 도호쿠 지방에 있는 어떤 마을이자 그 마을에 사는 일족을 의미한다. 방대한 양의 서적을 암기하는 힘, 멀리서 생긴 일을 아는 힘, 가까운 미래를 예견하는 힘 등 여러 가지 특이하고 지적인 능력을 지닌 일족은 지극히 온후하고 예절을 중시하는 성품의 소유자들로, 권력을 지향하지 않는다. 그리고 저자는 때로는 안에서 때로는 밖에서 지켜본 이들 일족의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우리를 아름답고 따뜻한 판타지의 세계로 안내한다. 이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언젠가 경험한 것 같은,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아련하고 그리운 데자뷰를 느끼게 된다. <도코노 이야기>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도코노가 우리가 잃어버린 그리운 과거일 뿐만 아니라 앞으로 돌아갈 아름다운 미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다 함께 손을 잡고 돌아갈 그리운 들판, 그곳이 바로 도코노다. ■ ■ ■ 연작 소설의 진수를 맛보다 《빛의 제국》을 읽고 있노라면 하나의 아름다운 패치워크를 떠올리게 된다. 제각기의 조각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데다가 이들이 하나로 엮어졌을 때 조화를 이루며 더욱 빛을 발하는 패치워크처럼, 이 소설 역시 열 편의 단편 하나하나가 충분히 개성 있는 색을 내며 장편의 여운을 주는 데다가 각 단편의 주인공들이 다른 단편에 영향을 주면서 더욱 감동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몫을 해내기 위해 노력하는 하루타 기미코가 성장해서 활약 하는 모습을 선보이거나, 전쟁이라는 상황 속에서 스러져가면서도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던 미사키가 드디어 두루미 선생 그리고 도코노와 재회했을 때의 감동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아직까지 연작 소설의 진정한 맛을 느끼지 못했거나 기존의 영미 판타지에 질렸다면 이번 겨울 반드시 도전해보라고 권하고 싶은 소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