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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굿’이라는 꼬마 책이 있었어요.
내용은 잘 인쇄되었고, 표지는 깔끔했으며 책등은 튼튼했지요. 굿은 서재 책꽂이에 다른 책과 나란히 꽂혀 있었어요. 책꽂이에는 두꺼운 책도 있고, 얇은 책도 있었어요. 그리고 후다닥 볼 책이 있는가 하면 자세히 봐야 할 책도 있었답니다. --- p.8-9 겨울이 오자 눈송이가 도시 위로 떨어졌어요. 소년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날마다 꼬마 책 굿을 읽었어요. 싫증 한번 내지 않았지요. 그렇다고 굿이 소년을 책벌레로 바꿔 놓거나 짓궂은 행동을 고쳐 준 것은 아니었어요. 대신 한결같은 친구가 되어 주었지요. 소년이 잠들 때까지 지켜봤고 ‘가만히 반성해야 할 때’에는 마음을 달래 주었어요. --- p.20-21 소년은 꼬마 책 굿을 찾는 벽보를 붙였어요. 그리고 책들이 좋아하는 곳에도 가 보았어요. 마침내 소년은 도서관까지 가게 되었어요. 그곳에도 꼬마 책 굿은 없었답니다. --- p.28-29 |
말썽꾸러기 소년은 어떻게 《꼬마 책 굿》을 사랑하게 되었을까?
초등 1~2학년 아이를 둔 부모가 참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우리 아이는 책을 잘 안 읽어요.”가 아닐까? 부모는 아이가 책을 너무 읽어도 걱정, 안 읽어도 걱정이다. 이런 걱정은 한참 낱말과 어휘를 익히고, 문장의 의미를 잘 파악하는 훈련을 해야 하는 초등 저학년 아이를 둔 부모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걱정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책읽기가 학습의 기능보다는 ‘내 마음이 움직여서 하는 것’이라는 전제를 달면 상황은 달라진다. 무슨 일이든 내가 즐겁고, 내가 하고 싶어서 하면 그에 따른 결과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꼬마 책 굿》은 책 읽기를 즐거워하지 않은 아이들의 마음을 대신 이야기해 주는 책이다. 어른들은 보통 아이들에게 책을 읽게 하는 데 뚜렷한 기준이 있다. 바로 ‘좋은 책’이다. 상을 받은 책, 선정된 책, 권장 도서인 책. 이렇게 검증된 책을 우선 읽어야 할 책으로 삼는다. 하지만 이런 기준은 그야말로 아이들이 스스로 동의할 수 있는 책인지보다 어른의 시각이 먼저인 책들이다. 물론 이런 책들은 문학적으로나 교육적으로나 대부분 훌륭하다. 문제는 이런 책들이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꼬마 책 굿》의 이야기는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말썽꾸러기 소년은 상을 받은 책, 표지가 화려한 책, 문학성이 뛰어난 책을 두고 《꼬마 책 굿》을 선택했다. 야단을 맞은 뒤 무료한 반성의 시간을 견디지 못해서 선택한 책이었지만 소년은 그 책에 빠져들고 만다. 중요한 것은 소년이 누군가의 강요에 의해서《꼬마 책 굿》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이루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스스로 선택한 책을 읽으며 소년은 그동안 몰랐던 세계로 이끌려 간다. 책 속에서 펼쳐지는 미지의 세계를 만나면서 가슴이 두근거리고, 웃음이 터지고, 숨이 턱 멎기도 한다. 이렇게 생각지 못한 세계를 만난 소년은 《꼬마 책 굿》에 흠뻑 빠져 그 책을 몇 번이고 읽는다. 그러던 중 소년은 그 책을 잃어버리고, 여기저기 책을 찾아 헤매다가 도서관에까지 가게 되면서 다른 책에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 결국 《꼬마 책 굿》이 소년을 다른 책의 세계로도 안내한 것이다. 그리고 그 책은 소년에게 그랬던 것처럼 다른 곳에서 한 소녀에게도 책으로 가는 길을 안내하게 된다. 보잘것없는 책이라고 여겼던 《꼬마 책 굿》이 해낸 일은 실로 놀랍다. 책에 전혀 관심이 없던 한 소년을 진정으로 책을 사랑하게 만들었으니 이것이야말로 《꼬마 책 굿》이 활짝 피워 놓은 ‘이야기꽃’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아이들을 독서의 세계로 이끄는 좋은 매개체이다. 그리고 어른들에게는 책 읽기란, 강요하기보다는 스스로 이루어질 때 진정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려 준다. 엄마 아빠가 혹은 선생님이 아이들과 함께 《꼬마 책 굿》을 읽으며 수상 목록이나 권장 도서 목록보다 좋아하는 책 목록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