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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그리고 새로운 삶
재활 승마라니? 느리게 걷기 싹트는 우정 인간들의 모습 운명의 시합 마지막 질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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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경주마의 삶을 산 선더볼트. 화려한 경주마 생활을 접고, 은퇴 후 제주도 농장에서 휴식하며 지내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제주도가 아닌 다른 곳으로 옮겨진다. 그곳은 재활 승마장. 발달 장애아들이 정기적으로 와서 승마를 통해 재활 치료를 하는 곳이다. 경주마에게 느리게 걸으라니! 선더볼트에게 재활 승마라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었다.
재활 승마장은 마음 착한 주인 덕에 장애아들을 위해 무료로 사용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승마장 주인 영감이 갑작스레 죽고, 그의 아들과 손자가 이곳을 상업적인 승마 강습소로 바꾸려고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손자인 조나단을 맞닥뜨린 발달 장애아 호성이가 어눌한 말투로 “우리가 말 타니까 부러워. 부러워서 그래.”하며 조나단을 놀린다. 조나단은 화가 나서 들고 있던 말채찍으로 호성이를 때린다. 이것을 계기로, 호성이와 조나단 중 누가 더 말을 잘 타는지 경주를 펼치기로 하고, 호성이와 선더볼트가 한 팀을 이룬다. 경기에서 조나단이 호성이를 이기면 재활 승마 팀은 군말 없이 그곳을 떠나고, 호성이가 이기면 이곳에 남아 있기로 한 것이다. 선더볼트가 경주마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안 조나단과 그의 아빠는 경기 전날밤 사람을 시켜 선더볼트의 사료에 이상한 것을 몰래 넣는다. 다음 날 경주는 시작되었다. 둘이 치열한 선두 싸움 끝에 반칙을 한 조나단이 앞서지만, 조나단은 그만 나뭇가지에 걸려 말에서 떨어지고 만다. 호성이는 그대로 승리할 수 있었지만 조나단이 걱정되어 그냥 갈 수가 없었다. 재활 승마장에는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조나단을 걱정해 준 호성이의 마음에 감동한 새 주인이 이곳에서 계속 재활 승마를 하게 해 준 것이다. 그날 선더볼트가 경주를 잘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음모를 눈치 챈 조랑말 순덕이가 선더볼트 대신 그 사료를 먹었기 때문이었던 것도 밝혀졌다. 경주마도 아니고, 평온한 휴식 공간도 아니지만, 선더볼트는 이곳 생활과 자기를 좋아해 주는 호성이가 싫지 않았다. 모두가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하면서 살 수는 없는 법. 선더볼트는 자신에게 주어진 새로운 인생을 이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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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 승마는 장애인이 승마를 통해 심신의 건강을 회복하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재활 치료 방법 중 하나다. 승마는 신체의 운동 감각과 균형 감각을 향상시켜 주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말과의 교감을 통해 사회 적응 훈련까지도 겸할 수 있다. 이 책은 무엇보다 이야기 소재가 눈에 띈다. 장애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재활 승마라는 신선한 소재로 이야기를 꾸려 나간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비장애인들에게 장애인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 주고, 모든 어린이들에게 한계를 극복하고 꿈을 실현해 나갈 수 있는 용기를 심어 준다.
▶작품에 대하여 장애아들의 현실을 대변하는 선더볼트의 희망찬 질주! 작가 고정욱은 그동안 많은 작품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에 앞장서 왔다. 그런 그가 이번에 내놓은 작품은 재활 승마 이야기다. 재활 승마는 일반 독자들에게 좀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 책의 주인공 경주마 선더볼트에게도 재활 승마가 처음엔 낯설었다. 선더볼트는 평생 경주마로서만 살아 왔기 때문이다. 그런 선더볼트가 은퇴와 동시에 주인의 사정으로 재활 승마 하는 곳에 팔려 가게 된다. 은퇴 후 가려던 제주도에 가지 못하고, 낯선 곳에 팔려 와서는 마냥 느리게 걷는 일을 해야 하는 선더볼트의 운명. 선더볼트는 이런 자신의 현실이 안타깝다. 재활 승마용 말들은 장애인을 태우고 무조건 천천히 느릿느릿 걸어야 한다. 우승마 선더볼트에게 느리게 걸으라니!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대로만 할 수 없는 게 말의 운명인 것을 선더볼트는 알고 있다. 마치 같은 인간으로 태어나서도 자유롭게 움직이거나 행동하지 못하는 장애인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던 어느 날, 승마장을 무료로 빌려 주던 승마장 주인 할아버지가 갑작스레 죽고, 할아버지의 아들이 승마장의 새 주인이 되어 나타난다. 새 주인은 승마장을 제대로 돈을 벌 수 있는 상업적인 공간으로 바꾸기 위해 재활 승마 하는 사람들을 내쫓으려고 한다. 결국, 승마장의 새 주인과 재활 승마를 위한 공간을 지키려는 사람들 사이에 내기 시합이 정해진다. 혈통 좋은 말 조이를 가진 사장 아들 조나단과, 선더볼트를 고른 장애아 호성이와의 운명을 건 경기가 펼쳐지는 것이다. 가진 것 많다고 부족한 사람들을 무시하는 승마장의 새 주인과 그의 아들 조나단의 모습은 어쩌면 장애인들에 대한 독자들의 무의식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장애인을 ‘불가능의 대명사’로 보는 비장애인들의 편견 말이다. 그러나 독자들은 선더볼트가 이겨 주기를, 그래서 약자들이 보호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조나단이 아닌 호성이를 응원한다. 독자들도 어느 순간, 약자들의 처지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그 편에 서게 되는 것이다. 장애인에 대한 일반인들의 편견이 조용히 무너지는 순간이다. 또, 재활 승마에 발이 묶여 마음껏 달리지 못했던 선더볼트가, 재활 승마를 지키려는 사람들을 위해 호성이를 태우고 달리는 모습은, 장애아들에게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꿈을 펼쳐 보일 수 있도록 희망을 준다. 이 작품은 장애 자체에 초점을 맞춰 장애인에 대한 배려를 감정에 호소하지 않는다. 대립된 선악 구조 속에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선(善)의 편에 서게 되고, 선더볼트와 장애아들과 하나가 되어 그들을 응원하며 마음속에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물리치게 된다. 이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이다. 장애인이 말을 탈 수 있을까? 승마가 장애인들의 치료를 위해 이용되고, 또 장애인들도 스포츠로 승마를 즐길 수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적잖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어쩌면, 스포츠는 장애인들과 거리가 먼 것이라고 당연하게 여겨 왔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장애인 올림픽대회를 보면 장애인들의 놀라운 실력과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지 않은가. 선더볼트를 아껴 주는 호성이도 발달 장애아지만 승마를 굉장히 잘한다. 장애인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어쩌면 몸의 불편함이 아니라, 장애인이라고 차별하고 따돌리는 편견과 아무것도 못할 거라는 사람들의 선입견일 수도 있다. 호성이는 이런 편견을 물리치려는 듯, 재활 승마를 위한 공간을 지키기 위해 선더볼트와 함께 시합에 나간다. 호성이가 장애인이라고 깔보던 조나단과 그의 아빠도 호성이의 승마 실력에 놀라고, 재활 승마나 하는 하찮은 말이라고 여겼던 선더볼트가 질주하는 모습에 그만 넋을 잃고 만다. 물론 모든 장애인들이 호성이처럼 승마를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장애의 정도에 따라서도 다르다. 하지만 약간의 보조장치와 주변의 도움만으로도 일반인들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을 장애인들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장애인도 말을 탈 수 있는 것이다. 편견을 허무는 밝고 경쾌한 그림 초등 읽기물에 등장하는 장애인들의 모습은 대부분 무겁거나 우울하다. 장애인들도 비장애인들과 마찬가지로 웃고, 즐기고, 재미난 일상들이 있을 텐데, 장애인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그림이 되기 일쑤이다. 장애인과 동정심의 이미지를 함께 떠올리는 고정관념이 그림에서도 반영된 듯하다. 그러나 화가 오정택은 그림에서부터 장애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부수고 있다. 명랑한 캐릭터와 밝고 세련된 색감, 그리고 자연스럽게 의인화된 말들의 모습이 적절하게 어우러져,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허물고자 하는 화가의 따뜻한 마음을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