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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 무리의 우두머리인 어미는 어린 늑대 흰빛과 검은빛만을 오봉산에 남기고 무리와 함께 떠난다. 절대 인간과 마주치지 말라는 말을 남긴 채. 오봉산에 남겨진 늑대 형제 흰빛과 검은빛은 세월이 흘러 어엿한 어른 늑대로 자란다.
어느 날부터인가 자신들의 보금자리인 오봉산 여기저기에서 하늘이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천둥소리가 들려온다. 마을 이장인 빨간모자를 주축으로 사냥과 무분별한 개발이 시작된 것이다. 인간을 피해 홀로 먹이를 찾아 나선 흰빛은 사냥꾼들에게 발견되어 쫓기게 된다. 수가 늘어난 들개 무리 또한 흰빛과 검은빛의 보금자리를 위협해 온다. 오봉산 제일의 사냥꾼인 흰빛과 검은빛이 이제는 인간과 들개 무리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 것이다. 오봉사의 주지 스님과 왕대밭 외딴집에 할아범과 할멈은 인간과 들개 무리에게 쫓기는 흰빛과 검은빛 그리고 무분별한 개발로 죽어가는 오봉산을 지키려고 하는 유일한 인간이다. 하지만 이 세 사람의 힘으로는 돈에 눈이 먼 빨간 모자와 마을 주민들을 막을 수 없다. 결국 동생 검은빛이 들개 왕초에게 죽임을 당하고, 흰빛 또한 큰 상처를 입는다. 할멈과 할아범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살아난 흰빛은 들개 왕초에게 검은빛의 복수를 하지만 흰빛 자신도 목숨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낀다. 유일하게 자신을 따뜻하게 감싸준 인간, 왕대밭 외딴집의 할멈. 흰빛은 할멈 곁에서 숨을 거두기 위해 왕대밭 외딴집으로 힘겨운 발걸음을 옮긴다. 하지만 병색이 짙던 할멈은 이미 숨을 거두고, 흰빛은 할멈을 싣고 가는 영구차 뒤를 쫓다 할아범의 품에 안겨 숨을 거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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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자연이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꾸며
주왕산에 살던 ‘어둠의 무리’는 그나마 인간이 적은 오봉산으로 옮겨와 철저하게 인간을 피해 살아왔다. 오봉산 역시 인간 때문에 더 이상 무리 지어 살 수 없게 되자 우두머리인 어미는 오봉산에 어린 늑대 흰빛과 검은빛만을 남겨 두고 떠난다. 세월이 흘러 오봉산에 인간이 드나들면서 그 많던 청설모, 토끼, 너구리, 사슴은 온데간데없고, 가뭄에도 마르지 않던 맑은 샘도 더 이상 흐르지 않는다. 산짐승에게 무참히 총을 겨누는 사냥꾼과 마을 주민들의 무분별한 개발로 오봉산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마지막 남은 늑대 흰빛, 검은빛이 이 땅에 함께 사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흰빛과 검은빛은 바로 인간의 이기심으로 살 곳을 잃은 야생 늑대인 동시에 멸종 위기에 놓인 야생 동물을 상징한다. 인간에게 쫓겨 살 곳을 잃고, 벼랑 끝으로 몰린 흰빛과 검은빛의 마지막 겨울은 이 땅의 주인이 누구인지 생각해 보게 한다. 어리석은 탐욕에 빠져 공존의 이치를 잊고 있는 우리 자신을 꾸짖다 흰빛은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생각한다. 자신에게 쫓기던 노루와 멧돼지 그리고 이제는 인간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 자신을. 한때 오봉산의 주인인 양 약한 짐승을 쫓던 흰빛과 검은빛이 이제는 자신들이 오봉산의 주인이라고 여기는 인간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 것이다. 이 책은 인간의 시각이 아닌 인간에게 쫓기는 늑대의 시각으로 어리석은 탐욕에 빠져 공존의 이치를 잊고 있는 우리 자신을 꾸짖는다. 살기 위해 힘겹게 한 발 한 발을 내딛는 흰빛과 검은빛의 절박한 상황을 담담하게 풀어 낸 글과 동양화풍으로 섬세하게 그린 흰빛과 검은빛의 슬픈 눈빛은 지켜보는 독자의 마음을 더욱 안타깝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