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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kuro Nukui,ぬくい とくろう,貫井 德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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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사에키 수사 1과장이 진두지휘에 서겠군요.” 사이토 나오미의 집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기타오카가 운전하며 말문을 열었다. “소문의 수사 1과장 밑에서 일하고 계시니 즐거우시겠네요.”
“소문?” 귀를 쫑긋 세우며 오카모토가 되물었다. “무슨 소문 말인가?” “캐리어임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나서서 수사 1과장 자리를 희망한 괴짜라 들었습니다.” 기타오카가 정면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통상 캐리어는 지방 경찰의 공안 분야를 거치며 출세 가도를 밟기 시작한다. 그러다 현장 발령이 나면 귀중품 취급을 받으며 경력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특별한 배려를 받게 된다. 본청에서 맡겨 놓은 귀중한 엘리트를 때 하나 묻히지 않고 되돌려 놔야 한다는 강박을 지방 경찰 측에서 갖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일반적으로 형사부 수사 1과장이라는 상처 입기 쉬운 자리에 캐리어가 부임하는 경우는 좀처럼 드물다. 사에키의 수사 1과장 부임이 얼마나 이례적인 인사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뿐인가?” 오카모토가 슬쩍 되물었다. 기타오카의 말투에서 불쾌한 뉘앙스를 느꼈기 때문이다. “소문이란 건 그뿐인가?” 그뿐일 리가 없다. 배경의 힘으로 출세하여 고생 따위 전혀 경험해 보지 않은 캐리어 과장이 뭘 할 수 있느냐는 무의식적인 야유가 담긴 품평이리라. 기타오카는 능글맞게 웃기만 할 뿐, 똑바로 대답하려 들지 않았다. 오카모토는 기타오카의 옆얼굴을 향해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 사람이 단순히 배경의 힘만으로 지금 위치에 올랐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야. 자네도 조만간 깨닫게 되겠지.” “수완가라고 들었습니다. 공안 시절, 고르바초프 일본 방문 당시의 스파이 체포 건은 경시청 내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니까요. 그렇긴 한데…….” 기타오카가 오카모토에게 슬쩍 눈길을 돌렸다. “캐리어가 수사 1과장 자리에 부임하는 식의 현실적으로 무리한 인사가 가능한 데는 혈연관계가 작용했겠지요.” “과장의 부인이 경찰청 장관의 외동딸인 건 사실이네. 하지만 그뿐이야.” “그뿐……이라. 경찰청 장관이 사위로 삼은 것도 단순한 우연이라 할 수 있을까요.” --- pp.47~48 그는 글라스를 기울였다. 질척한 피가 실로 이어져 떨어진다. 이미 빨갛게 물든 피부 위로 핏물이 튀며 옆구리로 흘러내린다. 그가 오른손을 내밀어 피가 떨어지는 걸 막았다. 손바닥에 모여든 피를 온몸에 바르기 시작했다. 피를 다 바르자 글라스를 기울여 새로운 피를 떨어뜨렸다. 이를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반복했다. 그의 머릿속에선 단 하나의 소원만이 메아리쳤다. 그의 머리가 터질 것처럼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갈망했다. 소원만 이루어진다면 그 어떤 희생도 마다하지 않을 각오였다. 그의 소원은 단 하나였다. ‘제발 내 딸을 돌려줘.’ --- pp.272~2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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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괴 사건을 쫓는 경찰과 신흥 종교에 빠져드는 한 남자
평행한 이야기가 겹쳐지는 순간, 단 하나의 진실만이 남는다! 연속되는 유아 유괴살인사건. 실종된 아이들은 하나둘씩 참혹한 시체로 발견된다. 경찰청 장관의 사위이자 경시청의 핵심인 수사 1과장 사에키의 지휘 아래 수사가 시작되지만, 범인에 대한 실마리는 전혀 잡히지 않고 수사는 제자리를 맴돌 뿐이다. 끔찍한 사건, 그 이면에 내재된 진정한 어둠의 정체는 무엇일까? 범인이 붙잡힌 순간, 놀라운 대반전이 펼쳐진다! 거장 기타무라 가오루가 극찬한 미스터리 대작! 『통곡』은 충격적인 반전으로 일본 미스터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소설로, 평론가와 독자 모두가 누쿠이 도쿠로의 최고 걸작으로 손꼽는데 이견이 없을 정도다. 작가는 유괴 사건을 쫓는 경찰과 신흥 종교에 빠져드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신흥 종교의 폐해, 경찰 조직의 내부마찰, 개인정보 유출, 매스컴의 과다경쟁 등 현대사회의 다양한 병폐를 실감나게 전달하고 있다. 또한 경찰과 범죄자의 평행한 이야기가 마지막 순간에 교차될 때, 독자들은 작가의 치밀한 복선에 혀를 내두르게 될 것이다. 일본 미스터리 역사에 남는 충격적인 반전, 그 묵직한 한 방! 『통곡』은 충격적인 반전으로 평론가들의 찬사와 함께 도쿄소겐샤(東京創元社)에서 출간한 〈본격 미스터리 100선〉에 당당히 그 이름을 올렸다. 또한 아마존 재팬 독자평을 살펴보면 마지막 반전에 대한 찬사로 가득 차 있을 정도이다. 기타무라 가오루가 이 반전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이 책의 결말을 밝히지 마라! 살인의 동기가 될 수도 있다.”라는 극찬과 함께 강력한 경고를 남겼을 만큼 『통곡』은 인상적인 반전을 가지고 있다. 독자들은 평행하게 진행되는 두 개의 이야기가 하나로 겹칠 때 숨이 멎을 정도의 놀라운 충격을 느끼게 되는데, 이런 강력한 한 방은 추리소설이 독자에게 주는 최고의 묘미라 할 수 있다. 누쿠이 도쿠로는 이미 데뷔작에서부터 그런 묘미를 기법적으로 완벽하게 실현해내고 있는 것이다. 흔히 신본격 작가가 기법에만 치우쳐서 이야기의 진정성이나 현실성이 떨어지는 데 반해, 누쿠이 도쿠로는 일본을 경악시킨 희대의 범죄, 유아 네 명을 참혹하게 살해한 미야자키 쓰토무 사건을 모티브로 해서 이야기의 현실성과 글의 진지함, 그리고 감정의 생생함까지 두루 갖췄다. 경찰조직의 캐리어, 논캐리어라는 계급구조 속에서 그려지는 디테일한 사건 수사, 살인범에게 농락당하는 형사들의 초조와 갈등, 자신의 욕망에만 눈이 멀어 결국엔 살인에까지 이르게 되는 남자의 심리와 행동의 리얼리티, 그것을 지탱하는 중후한 스토리 전개와 치밀한 묘사, 그리고 충격적인 반전을 갖고 있는『통곡』은 누쿠이 도쿠로의 놀라운 걸작이자, 일본추리소설사에 깊은 흔적을 남긴 명작이라 할 수 있다. 다각적인 시점으로 사물을 표현하고 그것을 독자에게 전달하려는 작가 누쿠이 도쿠로는 『통곡』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자의 시점과 범죄자를 뒤쫓는 경찰의 시점, 두 가지 시점으로 서술해 나간다. 누쿠이 도쿠로는 데뷔작인 『통곡』 외에도 『살인 증후군』에서 소년 범죄를 피해자의 유족 측에서 묘사한 후, 『공백의 절규』에서는 가해자 측의 시점에서 묘사한 것처럼 어떤 사건에 관해 상반된 방면에서 서술하는 것을 특기로 삼고 있다. 보는 방향이 바뀌면 그 이면에 내재되어 있는 것의 모양도 변한다. 왼쪽에서 보았으면 다음번엔 오른쪽에서, 정면에서 보았으면 다음번에는 뒤쪽에서, 밖에서 보았다면 다음에는 안쪽에서……. 누쿠이 도쿠로는 이런 식으로 하나의 테마를 입체적으로 다루려 항상 노력하고 있다. 이런 서술법은 등장인물에 다면성을 부여해 독자들의 감정이나 판단이 한쪽으로 쏠리는 것을 막아준다. 소설을 읽을 때 독자는 1차적으로 주인공이나 등장인물에 감정이입을 해서 읽게 되는데, 이것을 막기 위해 누쿠이 도쿠로는 『통곡』 곳곳에 상당히 교묘하고 치밀한 객관적 묘사를 삽입해 놓았다. 이 서술법에 의해 독자는 범죄자인 마쓰모토나 경찰인 사에키, 그 외에 다른 등장인물의 매력에 빨뼉 들면서도 차분하게 각 등장인물 이면에 숨어있는 또 다른 얼굴을 살필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다. 누쿠이 도쿠로의 이런 시도로, 『통곡』의 등장인물이 결말로 향해 갈수록 차츰 시야가 좁아지며 한 지점을 향해 내달리는 것에 반해, 독자들은 보다 넓은 시야를 갖고 다각적으로 등장인물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