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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전 포고
반갑다, 왕! 내가 바로 그 개예요 알고 보니 만능견 불청객 위험한 제안 결전의 날 까맣게 몰랐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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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 바뀌었다. 사람들이 내다 버린 유기견들로 몸살을 앓던 서울은 이제 없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일어난 놀라운 변화였다. 늘어만 가던 유기견들과 유기견 안락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획기적인 발명품 덕분이었다. 그것은 바로 사람과 동물의 언어를 동시에 구사할 수 있는 이중 언어 칩이었다. 과학자들은 그 칩을 유기견 몸속에 넣는 실험을 하였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유기견들이 사람의 말을 그대로 따라 하고 알아듣게 되었다. 그때부터 버려진 개들은 다시 태어났다. --- p.8 “저, 저 개는 대체 뭐야? 당신! 지, 지금 뭐 하자는 거야?” 엄마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앞으로 우리 집 빨래를 도와줄 도우미 세탁견이야.” 아빠의 말에 옆에 있던 개는 사람처럼 꾸벅 머리를 숙이며 수줍게 인사를 했다. “잘 부탁드립니다요. 제 이름은 ‘왕’ 입니다요.” --- p.20 “두 분 싸움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아서, 제가 쌓여 있는 빨래부터 했습니다요. 때 잘 빠지라고 손빨래했는데 탈수는 세탁기 써도 되겠습니까요?” 개의 눈망울이 초롱초롱 빛났다. 뒷발로 선 개는 두 앞발을 허리춤에 올리고는 등을 뒤로 한 번 젖혔다가 폈다. 그때 우두둑 소리가 났다. “어이구, 시원합니다요.” 개는 정말 시원한지 개운한 표정을 지으며 씽긋 웃었다. --- p.31 “기억나니? 수많은 동료 개들이 날마다 끌려 나가 끊임없이 안락사를 당했어. 나는 너희를 그 죽음으로부터 지키기 위해서 무슨 일이든지 해야만 했어. 다행히 우리는 운이 좋아서 이중 언어 칩을 빨리 이식받을 수 있었지.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어. 우리는 재주가 있어야 했어.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을 기술 말이야. 유기견이 사랑받으며 살 수 있다고 생각해? 한 번 버려졌다는 건 두 번, 세 번, 언제나 다시 버려질 수 있다는 걸 뜻하는 거야. 사람들이 우리에게 원한 건 ‘개’로서의 삶이 아니었어. 자신들의 일손을 덜어 줄 ‘도우미’로서의 삶을 원한 거야.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우리는 어떤 구걸도 해야 했어. 어차피 우리는 쓰레기보다 못한 유기견들이었으니까. 지금도 기술을 배우지 못한 유기견들은 안락사 당하고 있어.”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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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2년, 유기견들로 몸살을 앓던 세상이 바뀌었다. 유기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으로 안락사의 위기에 처한 유기견들에게 이중 언어 칩을 이식한다. 사람의 말을 할 수 있게 된 개들은 한 가지의 기술을 가르치는 프로젝트를 통해 산업 현장이나 가정에 파견됨으로써 안락사의 위험에서 벗어나게 된다. 수정이네 집에 온 도우미견 ‘왕’도 빨래하는 기술을 배워 세탁견으로 파견되었다. 도우미견을 탐탁해하지 않는 엄마의 마음에 들기 위해 왕은 세탁뿐만 아니라, 청소, 정리, 화초 기르기 등까지 해내며 차츰 인정을 받는다. 그러나 만능 지능 로봇의 등장으로 엄마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하고, 엄마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둘은 대결을 벌이게 된다. 왕은 사람의 마음마저 읽어내며 만능 지능 로봇과의 대결에서 승리하지만, 수정이에게 들켜서는 안 되는 비밀을 들키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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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을 위한 만능견 프로젝트
‘빨래하는 강아지’인 왕은 사람처럼 말하고 사람처럼 행동한다. 그러면서 사람보다 열심히 일한다. ‘이중 언어 칩’으로 사람의 말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기술까지 배웠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의 말을 할 줄 안다고 해서 사람의 일까지 배우는 것은 그리 호락호락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왕은 두 번 다시 사람에게 버림받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개가 사람을 위해 빨래를 하고 청소를 하고 장을 본다는 설정은, 미래의 일을 가정한 판타지적 요소일 뿐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방식만 다를 뿐 우리가 동물을 생각하는 방식은 어쩌면 상상 속 모습과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동화 속에서 사람들이 도우미로서의 왕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어쩌면 우리도 애완동물을 우리 마음대로 사랑을 줄 대상으로서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 볼 일이다. 본문 속 왕의 대사처럼 왕은 개로서 짖고 달릴 수 있으면 그뿐이다. 책 속에서는 ‘유기견을 위한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개에게 ‘이중 언어 칩’을 이식하지만, 그것이 사실은 ‘사람들을 위한 만능견 프로젝트’는 아니었을까? 왕의 이야기를 통해, 동물을 어떻게 바라보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작가는 어린 시절 만났던 유기견을 품어 주지 못했던 미안한 마음을 담아 편지를 쓰듯 이 동화를 썼다. 스스로 자신의 주인이 되라는 의미에서 ‘왕’이라는 이름도 지어 주었다. 그것은 모든 생명이 소중하다는 기본적인 생각에서 시작한다. 두 번 다시 버림받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유기견 ‘왕’의 모습과 사람의 잣대로 개의 모습을 바꾸고 본성까지 아무렇지 않게 고치려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생명’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다시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