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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별 선물
2. 휴업령 3. 엉망이 된 송별식 4. 현조의 이사 5. 울리지 않는 전화기 6. 돌아온 현조 7. 신문마저도 8. 민주주의 9. 대변인 상우 형 10. 슬픈 상무관 11. 수상한 사람들 12. 동네 신문 13. 그날 밤 14. 그리고, 1년 뒤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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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은 먹통이 됐다.
“방송이 제대로 말을 안 한디 사람들이 가만 있겄어?” 찬호 엄마는 그제야 어질러진 상을 치웠다. 찬호는 텔레비전 코드는 뽑고 엄마를 거들었다. “내일 신문에 나오겄재.” 찬호 아빠도 빈 그릇을 한데 모으며 혼잣말을 했다. 찬호랑 현조는 급하게 각자 방으로 들어갔다. 마지막 날은 같이 자자고 했던 약속도 잊어버린 채. 결국 이별 선물은 고사하고,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제대로 된 송별식을 하지 못했다. --- p.48 “이런 신문 필요 없다고. 봐라, 어제 있었던 일이 하나라도 나왔는지. 맞고 다친 사람 때문에 병원이 만원인데 죄다 하하호호.” 아저씨는 휘리릭 신문을 넘겨 보여 주고는 패대기를 쳤다. 찬호는 꼭 자신이 짓밟히는 것 같아서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신문은 진실을 밝혀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너도 잘 알아 둬!” --- p.68 “민주주의는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자유로운 것이었구나.” 현조가 벽보를 읽으며 중얼거렸다. “긍게 지금이 제일 자유로운 때라고 어른들이 하는 말을 들었는디, 차도 못 다니는디 뭐가 좋은 건지 난 잘 모르겄어.” 찬호도 현조 옆에서 벽보에 적힌 글을 꼼꼼히 들여다보며 맞장구쳤다. “나도 잘 모르겠어. 이건 슬픈 거지 좋은 것은 아닌 것 같아.” --- p.118 “느그들 일을 건성건성 대충 하는 건덕굴인지 알았더니만 제법이드라.” 큰누나가 찬호와 현조 칭찬을 했다. “그야 누나가 우리를 띄엄띄엄 알았던 거재. 인제 우리 무시 안 할 거재?” 마루에 엎드려 있던 찬호가 일어났다. 힘을 주고 글씨를 쓰느라 팔 안쪽에 마루 나뭇결이 도장처럼 박혔다. “너희가 신고한 사람들 다이너마이트 들고 들어가다 딱 걸렸다는디. 그동안 사람들에게 이상한 말도 퍼뜨리고 다녔고. 도청뿐만 아니라 중요한 건물들 다 폭파하고 시민들한테 뒤집어씌우려고 작전을 다 짜 놨더래.” 큰누나가 몸을 부르르 떨고는 또 한 번 찬호랑 현조를 칭찬했다. --- p.133 “그래, 니 말이 맞다. 약속을 안 지킨 놈들이 나쁘재. 무고한 시민들을 죽인 군인들이 우리를 개돼지 취급한다 해도 이번에는 절대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거여.” 아저씨는 찬호의 말에 맞장구친 뒤, 곧바로 주먹을 치켜들고 우렁차게 외쳤다. “힘을 합쳐 싸웁시다!” 찬호와 현조, 재경이가 동시에 박수를 쳤다. “그럼,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재.” 누군가 걸걸한 목소리로 호응을 했다. “한 번 당했으믄 됐재, 또 당하믄 바보재.” 그러자 순식간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주눅이 든 것처럼 축 처져 있던 조금 전과는 달리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사람들은 우선 까치고개에 바리케이드를 쳐 우리 동네를 스스로 지키기로 했다. --- p.146 현조는 전학 간 학교에서 그동안 광주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호기심에 모여들었던 아이들은 고개만 저을 뿐 아무도 현조 말을 믿지 않았다. 현조는 더 자세히 설명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아이들은 현조를 더 멀리했고, 나중에는 선생님까지 나서서 문제아 취급을 했다. 선생님은 쓸데없는 말을 지어내면 안 된다고 현조를 나무랐고, 유언비어를 퍼뜨린 죄로 잡혀갈 수도 있다고 입단속을 했다. 현조는 점점 말이 없어졌다. 그리고 밖에 나가지도 않았다. --- p.162 “혼자도 괜찮겄지? 잘 갔다 와.” 찬호는 작은누나의 배웅을 받으며 대문을 나섰다. 시멘트 틈에서 돋아난 질경이도 인사하듯 흔들렸다. 수없이 밟히고 짓이겨도 죽지 않고 겨울을 이겨 낸 질경이가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몸짓 같았다. “그 사람들 몫까지 우리가 더 잘 살믄 된다.” 울고 있는 찬호에게 큰누나가 했던 말이 자꾸 맴돌았다. 아프다는 현조에게 찬호가 꼭 전하고 싶은 말이었다. --- p.1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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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우리와 가까운 누군가의 이야기!
찬호는 단짝 친구 현조가 이사를 가게 되어 내내 우울합니다. 그런데 이사 간다고 떠났던 현조가 다시 돌아옵니다. 현조는 광주에서 떠나는 교통편이 하나도 없어서 이사를 갈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찬호는 현조와 함께 있을 수 있어 기뻤지만, 그즈음부터 이상한 일들이 자꾸 일어납니다. 전화는 불통이고, 신문은 오지 않고, 군인들은 사람들을 때리고, 상무관에는 시체가 쌓여 가고……. 아이들은 찬호 누나를 따라 몇 번 도청을 드나들면서 이 모든 일이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군사 정권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찬호와 현조는 길에서 주운 투사 회보를 옮겨 써서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리기도 하고, 도청 앞에서 깃을 만들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우연히 수상한 아저씨들을 신고해 자칫 잘못하면 큰 화를 불러일으킬 뻔한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일들을 통해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깨달아 갑니다. 5.18 민주화 운동이 있었기에 6월 항쟁이 있었고, 그 6월 항쟁은 1987년 체제를 만들었으며, 우리는 여전히 그 체제 속에 살고 있습니다. 5.18 민주화 운동은 오늘날 민주주의를 있게 한 출발점인 것입니다. 어쩌면 찬호와 현조가 일상 속에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해낸 것이, 이 거대한 역사의 시작이었던 것은 아닐까요? 역사가 어떤 특별한 사람의 이야기이기만 한 게 아니라, 우리와 가까운 누군가의 이야기라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우리 모두의 염원을 담은 1980년 5월 18일 광주 이야기 1979년 10월 26일, 18년 동안 권좌에 있었던 박정희 대통령의 죽음 이후 온 나라는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으로 들끓었습니다. 마음껏 말하고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세상이 오리라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전두환을 비롯한 새로운 군부 세력이 쿠데타를 일으키고, 급기야 전국에 비상계엄을 선포했습니다. 군인들에게 저항하는 청년들의 시위가 이어졌습니다. 1980년 5월 18일은 신군부가 광주에서 일어난 시위를 진압하고자 계엄군을 투입한 날입니다. 이날 전남대학교에서 시작된 군의 무력 진압은 광주의 거리까지 번졌고, 시위에 가담하지 않은 시민들도 그 폭력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이에 분개한 시민들은 이들에게 대항했고, 계엄군의 총칼에 광주는 그야말로 전쟁터가 따로 없는 참혹한 상황을 마주합니다. 하지만 『오월의 어린 시민군』에서는 가족이나 가까운 이웃 중에 희생된 사람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발표된 작품들이 대부분 국가폭력에 의한 비극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면, 이 작품은 5.18 당시를 살았던 이들이 자기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아갔으면 하는 작가의 염원을 담아내는 데 더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마침내 나는 사실의 복원이 아닌 나의 염원을 담아내도 괜찮겠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처음에는 영문을 몰라 당했지만, 한 번쯤은 제대로 맞서서 싸우는 장면을 그려 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작가는 바리케이드를 치기 위해 몇 년 동안 모아 두었던 헌 타이어를 내놓는 타이어 가게 아저씨, 신문 보급소의 책상이랑 의자를 꺼내 놓는 찬호 아빠, 또 고민 끝에 멋진 공예품을 만들기 위해 아껴 두었던 나무뿌리를 내놓는 대서소 할아버지, 보도블록을 깨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불의에 맞서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은 물론 시민들이 결코 무력하지만은 않았음을 보여 줍니다. 찬호 엄마 아빠가 큰누나의 야학 활동을 끝내 반대하지 못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일 테고요. 무자비한 폭력 속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저항하며 서로 돕고 희망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의 마음, 그 마음이 바로 우리가 잊지 않아야 할 광주 정신입니다. “잊으면 안 돼요!” 5.18 민주화 운동은 오늘날 민주주의를 있게 한 출발점! 5.18 민주화 운동은 결코 실패한 운동이 아닙니다. 5.18 민주화 운동은 오늘날 민주주의를 있게 한 출발점입니다. 하지만 4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진실을 왜곡하고 희생자를 폄훼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기억하지 않으면 역사는 반복된다고 합니다. 작가 또한 비극적인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예민하게 살피고, 진실이 왜곡되지 않도록 지켜보는 것이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합니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찬호, 미란, 미경, 상우’라는 이름은 80년 당시는 아니지만 80년대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분들의 이름에서 빌려온 것입니다. 특히 상우 형은 5.18 당시 시민 학생 수습 대책 위원회에서 활동하며 마지막까지 물러서지 않았던 윤상원 열사를 되살린 인물입니다. 또한 작품에는 5.18 당시 자식을 잃은 어머님들을 만나 인터뷰한 이야기, ‘오월어머니집’의 어머님들이 들려주신 사연들이 녹아 있습니다. 작가는 이렇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5.18을 기억합니다. 이 책이 출간되는 2021년 5월 18일은, 5.18 민주화 운동 41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이 책이 5.18 그날의 아픔을 가슴 깊이 공감하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한 성찰의 시간을 갖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