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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쥐 앞에는 언제나 먹을 것이 수북했어.
늙은 쥐의 배에선 쪼로록 쫄쫄쫄 소리가 났는데도 말야. "흥, 저 놈을 쫓아 내야겠어!" 할아버지가 밖으로 나간 사이, 늙은 쥐는 병든 쥐한테 다가갔어. 주춤주춤 다가갔어. 덤빌지도 몰랐거든. --- p.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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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의 온기가 살아 숨쉬는 이야기!
할아버지와 늙은 쥐가 살아가며 들려주는 한 편의 훈훈한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은 이상교 선생님의 글과 김세현 선생님의 그림이 한데 어우러져 한 폭의 담백한 수묵채색화를 떠올리게 합니다. 여백이 살아 있는 가운데에 놓인 할아버지와 쥐의 모습은 보는 이의 시선을 잡아당기고 있습니다. 골이 깊게 패인 할아버지의 주름과 축 처진 어깨 그리고 진한 외로움으로 미간을 찌푸린 채 턱을 괴고 있는 할아버지의 모습에서는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외딴 마을 외딴 집에’서 살면서 근근히 목숨을 이어가는 늙은 쥐한테서는 힘든 삶을 산 쥐답게 세상살이에 닳고닳은 쥐의 모습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둘을 둘러싸고 있는 여백에서는 둘 사이에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사건을 이야기해 주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시작하는 처음은 눈이 가득 쌓인 산골의 풍경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둘이 살고 있는 마을이 얼마나 외딴 마을인지 알려 주기도 하지만 할아버지와 쥐가 얼마나 얼음처럼 찬지를 짐작하게 해 줍니다. 그리고 다음 장을 넘기면 서로 등을 지면서 내 집이라고 우기는 둘의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게 됩니다. 할아버지와 늙은 쥐가 얼마나 아웅다웅하고 사는지는 둘의 모습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할아버지의 모습에서는 그늘과 걱정과 외로움이 묻어 나오고, 늙은 쥐한테서는 약삭빠르고 눈치나 보는 천덕꾸러기의 느낌이 느껴집니다. 그러다가 둘이 온정을 나누기 시작하면서 늙은 쥐의 모습에서는 약은 모습도 눈치도 사라졌고 할아버지의 얼굴은 환한 웃음꽃이 피어났고 급기야 봄꽃이 주는 느낌만큼이나 둘의 관계가 따뜻해졌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여백이 주는 자유로움과 붓의 움직임이 만들어 내는 선의 자유로움으로 수많은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는 《외딴 마을 외딴 집에》의 그림은 글이 주는 의미를 한층 더 잘 살려 내는 멋들어진 그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