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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해설 | SF의 뼈대와 육체
겨자씨 | 듀나 복수의 어머니에 관하여 | 이영도 여행의 끝 | 정보라 상가라도 | 고장원 여자를 믿지 마라 | 조나단 양 아저씨와 전파 소녀 | 엄정진 전자인간 | 황태환 원반 | 리락 최후의 전쟁 | 설인효 인공지능 KRIX-66(16th-Life) | 송충규 |
Dj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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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든 사정들로 인해, 지금껏 그 어떤 나도 내게 애정을 보인 적이 없다. 애정은 무슨. 희미한 호감이라고 할 만한 것도 못 봤다. 너무하지 않은가. 나들은 나를 동정하고 사랑해야 한다. 내가 바로 나니까. 하지만 어떤 나도 나를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그런데 이 내가 나에게 웃었다. 너무도 오랜만에 보는 미소라 가슴이 찌르르 울렸다. 어쩌면 이것이 작은 변화를...
--- p.59 일류 음악인들의 정수(精髓)를 하나로 끌어 모은 새로운 천재의 탄생이 모차르트나 베토벤을 훌쩍 뛰어넘어 세계 음악계에 얼마나 지대한 공헌이 될지 집요하게 설득했지요. 한국 속담에 지성이면 감천이라던가요. 마침내 아홉 명의 음악계 인사들이 경영진의 열의에 마음을 열었습니다. 그들은 한 푼의 대가도 받지 않았습니다. 대신 복수 유전자 합성으로 태어날 신동의 양육비와 향후 활동에 대한 지원 전액을 판타스틱 엔터테인먼트에서 보장해주길 바랐습니다. 회사는 물론 받아들였지요. 그리고...릴리가 태어났습니다. --- p.155 하지만 P는 인류 멸망 운운이 그저 오버라고 생각했다. GRB 111123에 대해 알려진 정보를 종합하면 지구의 감마선 노출 시간은 2초, 길어봐야 5에서 10초 이하다. 오존층 피해는 크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회복될 것이다. 인류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자숙하면서 오존층 파괴를 줄인다면 회복에 10년 정도 걸릴 것이다. 즉 길어봤자 10년짜리 재앙이라는 얘기다. ‘외계의 괴전파로 인류 멸망!’ 같은 호들갑은 사이비 교주들 배나 불려줄 소리라는 뜻이다. --- p.288 속보를 보내드립니다. 중국과 북한 간의 전쟁이 발발했습니다. 그런데 중국군과 북한군 사이에 괴이한 비행체가 출현해 양측 모두를 공격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크고 작은 괴비행체들이, 크고 작은 모양의 괴, 원반들이 움직이는 사람과 기계를 공격하여 모든 것을 잘라낸다고...합니다. --- p.3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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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작인 송충규의 ?인공지능 KRIX-66(16th-Life)?은 제목 그대로 인공지능을 다룬다. 주인공 크릭스는 죽음을 갈망하는 인공지능 로봇이다. 그가 겪는 사건들은 다소 황당한 매듭들로 분절되지만, 그의 지향과 사회 상황 사이의 거리에서 짙은 페이소스가 생겨난다. 물론 두 가지 각각 또한 작품의 의미를 넓고 깊게 만든다. 각종 로봇들과, 로봇으로 돈벌이를 하는 인물, 불사를 꿈꾸는 과학자, 로봇 혐오자 등이 어우러진 사회 상황이 보편적인 삶의 양태를 보여주는 한편, 죽음을 갈망하는 크릭스의 판단은 강한 인공지능이 현실이 될 경우 생기는 문제들을 숙고하게 해주는 것이다.
이외의 작품들을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듀나의 ?겨자씨?는 이미 멸망한 행성 크리스타벨의 생태계를 가져와 행성 ‘겨자씨’에 복원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다. 이영도의 ?복수의 어머니에 관하여?는 “오늘 선장은 우주선으로 나를 때려죽였다”로 시작된다.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주인공과 선장의 처절한 싸움(?)을 감상하게 된다. 정보라의 ?여행의 끝?은 식인 전염병 발생 후, 의학이나 생물학 분야의 건강한 전문가들을 추려 우주로 도망 보내는 ‘노아의 방주’ 프로젝트가 시행된 상태에서 사건이 시작되며, 고장원의 ?상가라도?는 시간여행이 가능해진 세계의 ‘역사복원학’에 참여하는 ‘시간화가’를 비롯한 주인공들이 가야고를 만든 우륵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조나단의 ?여자를 믿지 마라?는 ‘공직자공공기록칩’과 같은 SF적 요소를 가미하여 주인공 저스티스 창이 사건을 해결하는, 비교적 추리소설의 성격이 강한 작품이다. 엄정진의 ?양 아저씨와 전파 소녀?에는 히키코모리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그가 멸망 위기에 처한 지구를 위해 바깥으로 나오는 과정이 주가 된다. 황태환의 ?전자인간?은 미래의 인간형과 그들이 벌이는 사건에 관한 이야기다. 인간은 미래에 과연 어떻게 진화할까? 리락의 ?원반?은 어느 날 갑자기 상공에 나타난 원반으로 빚어진 지구의 종말을 어떻게 해소하는가에 주목해 보면 좋을 작품이다. 마지막으로 설인효의 ?최후의 전쟁?은 SF의 경계를 넓히는 데 기여하는 작품으로, 근대국가 체제와 근대 정치사상 등 정통 사회사상사의 핵심적인 문제들을 깊이 있게 소개한다. 이렇게 다채로운 SF 작품들을 한 권의 책 안에서 만나는 기회는 쉬이 오지 않는다. 『인공지능 크릭스-66』은 열 가지 이야기에 기쁨과 즐거움을 만끽하며, 작가들의 열띤 창작을 확인하는 기회가 된다. 지면 자체가 적은 한국 창작 SF계에도 의미 있는 행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