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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1 수기 발견 2 침묵의 평원 3 투기장 안에 서 있는 집 4 지구 5 나락 안에 있던 것 6 돼지인간 7 공격 8 공격 이후 9 지하실 10 대기 11 장원 탐색 12 지하실의 나락 13 지하실의 뚜껑문 14 잠의 바다 15 밤에 들리는 소리 16 각성 17 느려지는 자전 18 녹색 별 19 태양계의 종말 20 천공의 구체들 21 검은 태양 22 암흑 성운 23 페퍼 24 장원에 남겨진 발자국 25 투기장에서 온 것 26 형광을 발하는 반점 27 결말 슬픔 휘파람을 부는 방 해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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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 자체에 관해서 내가 받은 인상? 그것이 처음으로 내 손에 들어왔을 때 나는 흥미진진하게 책장을 넘겼고, 경련하듯이 단숨에 그것을 읽어내려갔다. 작지만 두꺼운 그 책은 마지막 몇 쪽을 제외하면 독특하기는 하지만 읽는 데는 큰 지장이 없는 필체의 글로 빽빽하게 채워져 있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 책에 스며들어 있었던 늪의 기묘한 취기(臭氣)의 기억이 내 코를 간질이고, 오랫동안 습기에 노출되어 있던 종이를 만질 때의 축축하고 끈끈한 감촉이 뇌리에 되살아난다.
나는 그 수기를 읽었고, 그 과정에서 사람의 마음을 덮고 있는 「불가능의 장막」을 걷어냈다. 딱딱하고 성급한 글 속에서 나는 방황했지만, 일견 마구 써내려간 듯한 그 문장을 탓하고 싶은 마음은 이제는 사라지고 없다. 의식적으로 기교를 부린 나의 문장보다, 이 수기의 불완전한 문장 쪽이, 지금은 소멸한 그 집에 살고 있던 그 늙은 「은둔자」가 필사적으로 전하려고 했던 이야기를 훨씬 더 효과적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pp.13~14 1분 뒤에는 그곳에 도달했고, 산으로 둘러싸인 거대한 원형 극장과도 같은 공간으로 나왔다. 그러나 산의 거대함이나 이 장소의 무시무시한 장엄함에도 전혀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다. 내가 있는 곳에서 몇 마일이나 떨어진 투기장 중앙에 우뚝 서 있는 거대한 건물--이것이 녹색 비취로 만들어져 있다는 점은 명백했다--을 목격하고 넋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경악한 것은 건물을 발견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 고독한 건물의 모습이, 그 색깔과 거대한 크기를 제외하면, 내가 살고 있는 집과 하등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시시각각으로 명백해졌기 때문이었다. --- p.40 “집으로 들어가!” 나는 외쳤다. “죽을 각오로 뛰어!” 누이는 더 이상 묻지 않고 몸을 돌려 도망쳤다 --- 양손으로 치맛단을 들어올리고 있었다. 나는 그 뒤를 따라 달려가며 뒤를 흘끗 보았다. 추악한 괴물들은 뒷발로 뛰고 있었고--- 이따금 네 발로 달리는 놈도 있었다. 메리를 그토록 재빨리 달려가게 만들었던 것은 내 목소리에 깃든 공포였던 것 같다. 그 거리에서 내 뒤를 추적해 오는 지옥의 괴물들이 보였을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달렸다. 시시각각으로 가까워져 오는 발소리로 미루어볼 때 괴물들이 우리를 거의 따라잡기 직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행히도 나는 어느 정도 활동적인 삶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러나 너무 오랜 시간을 질주한 탓에 피로에 발목을 잡히기 시작했다. --- p.66 그때 갑자기, 잠에서 깬 뒤에 무릎까지 올라오는 이 모든 먼지를 헤치고 나아왔다는 기억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론 내가 이 창가로 온지 엄청나게 긴 시간이 흘렀지만, 내가 자고 있는 동안 무심결에 흘려보낸 영겁에 가까운 시간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이제는 내가 오래된 안락의자에 앉아 잠들었던 것이 생각난다. 그 의자도....? 의자가 있던 곳을 흘끗 보았다. 물론 의자의 모습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의 의자가 내가 잠에서 깬 뒤에 사라진 것인지, 아니면 그 전에 사라진 것인지 확실하게 단언할 수가 없었다. 만약 내가 누워있는 사이에 의자가 무너져내렸다면 나는 그때 잠에서 깼을 것이다. 그러나 방바닥을 뒤덮은 두터운 먼지의 층을 보자 설령 내가 아래로 떨여졌다고 해도 먼지가 충분한 쿠션 역할을 해 줬을 것이라는 점에 생각이 미쳤다. 따라서 내가 먼지 위에서 백만 년 내지는 그 이상의 긴 세월 동안 잠들어 있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 p.157 어떤 발상이 천천히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혹시 저 「녹색 태양」은 모종의 엄청난 「지성」의 거처는 아닐까? 생각만 해도 현기증이 날 듯했다. 「명명할 수 없는 것」의 어렴풋한 환영이 떠오른다. 혹시 나는 정말로 「영원한 자」의 거처로 온 것일까? 한동안 마비된 듯한 머리로 그 생각을 거부하고 있었다. 너무나도 터무니없는 생각이다. 하지만.... --- p.1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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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적 공포’의 도래를 알린 전설적 괴기SF 등장! 『이계의 집』
『이계의 집』은 H. P. 러브크래프트와 더불어 20세기 괴기소설, 특히 우주적 공포(Cosmic Horror)라고 불리는 장르의 초석을 닦은 영국의 거장 윌리엄 호프 호지슨(1877-1918)의 작품이다. 작가로서 강력한 라이벌이며 상당히 까다로운 평론가이기도 했던 러브크래프트가 “최고의 고전”이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은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계의 집』은 명실공히 호지슨의 최고 걸작이다. 호지슨은 그의 필생의 대작이자 마지막 장편인 『The Night Land』 등을 통해 『반지의 제왕』의 작가 J. R. R. 톨킨의 판타지 세계 구축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으며, 그가 주로 다루었던 호러나 해양 문학뿐 아니라 20세기의 영미 환상문학에까지 지대한 영향력을 미친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1차대전 중에 40세의 나이로 전사하지만 않았더라면 영미권의 장르문학 지도가 바뀌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중요한 작가이기도 하다. 이계(異界) - 괴기, 환상, SF의 세계를 넘나드는, 규명할 수 없는 시공간이 열린다! 휴가를 얻어 크라이튼으로 낚시 여행을 온 두 영국인 친구는 강을 따라 산책하던 중 나락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균열과 마주치고, 완전히 폐허가 되어버린 어떤 저택의 잔재 속에 묻혀 있었던 낡은 수기를 발견한다. 수기에는 과거에 그곳에 살고 있었던 노인이 직면했던 기괴한 경험이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아일랜드의 서쪽 오지에 크라이튼이라는 작은 마을. 땅 전체가 황폐한데다 주민의 모습도 눈에 띄지 않는다. 유명한 암석 지대인 이곳에서는 여기저기서 지면을 뚫고 나온 바위들이 파도 같은 능선과 협곡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협곡 너머에는 까마득한 옛날부터 기괴한 『집』 하나가 우뚝 서 있었다. 그리고 머지 않은 곳에서 발견되는 나락. 나락 속에서 발견되는 기괴한 신의 모습을 한 조상들, 자신이 살고 있는 집과 똑같은 모양을 한 『집』의 존재, 끊임없이 자신의 『집』으로 침입하려는 돼지 인간들과의 두뇌싸움, 한순간에 지나버리는 영원 같은 시간들, 태양계의 종말, 다시 생겨난 우주의 녹색 구체, 『잠의 바다』에서 이루어지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재회, 고뇌에 찬 인간의 얼굴을 하고 흘러가는 구체들...... 이 수기에 씌어진 세계는 과연 어디이며, 어디로 간 것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