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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의 탑 척추는 사다리 우주가 떨고 있다 술 취한 여름 한낮 해방된 유리 끈적거림에 대하여 제일 맛있는 거 화장장에서 방랑하는 시 서늘한 사원 상전 모시듯 종이에 베이다 신경 치료 휴대폰, 다시 울리다 하늘 어딘가에 II 신호등은 불인(不仁) 눈부신 그대 그대만한 창문이 빛의 노 그대가 앞에 있으면 춤추는 물기둥 그녀에게 누워서 보면 좌탈입망 붓 밀회 봄날 새똥이 피었습니다 뽀드득 소신공양 충견 III 얼음 구름 연모(戀慕) 상처의 만다라 단풍 구경 그 눈빛은 녹색 매듭을 구멍 1초를 곤줄박이가 노크 직감 데칼코마니 그래도 꽃이 있어야 나부낌에 대하여 달빛 본향을 IV i once in a blue moon 사랑을 받들고 있는 것은 목이 떨어져도 아기 발바닥 응달에는 바람 시간의 층 초승달 너머에는 거리가 자비다 취한 듯이 젖 힙 천사홍운 사리 광활한 꽃잎 [해설] 환한, 상처의 화음(和音)을 듣다| 김진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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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한, 상처의 화음(和音)을 듣다
1990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한 세명대 영문과 교수 설태수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상처가 내는 소리를 아름답게 조율한 화음의 세계 설태수 시인의 신작 시집 『소리의 탑』은 인간과 사물의 심연에서 울리는 ‘소리’에 관한 기원을 살피고 그 의미를 묻는 사유와 성찰의 언어로 이루어져 있다. 그는 모든 존재의 떨림과 파동, 그리고 울음의 흔적에 관한 통찰이 존재의 본질, 즉 도달하고자 하는 본향(本鄕)에 관한 탐색임을 전제하면서 소리의 현상학을 통해 이를 찾아나간다. 인간이나 사물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그 움직임에 의해 소리가 생성된다.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공기는 흐르고, 바람은 불어간다. 피는 심장을 향해 운동하며, 근육은 파르르 떨린다. 시인은 이런 움직임의 흔적인, ‘소리’에 주목한다. 즉 존재의 역동성을 파악하는 지표가 시인에게는 ‘소리’라는 청각적인 현상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시인은 이런 생각을 토대로 물리적인 움직임을 넘어 마음의 움직임, 즉 ‘내면의 나부낌’이 남기는 소리에까지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