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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kuro Nukui,ぬくい とくろう,貫井 德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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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어떻게 저를 알고 찾아오셨나요? 누가 제 이름을 말하던가요? 예? 몇 명이나 절 거명했다고요? 제가 그렇게 눈에 띄는 타입은 아니었을 텐데. 아, 그 일 때문에 좀 유명해졌나. 그런 가십은 잘들 기억하더라고요. 당사자는 까맣게 잊고 지내는데 말이죠.
아뇨, 전혀 몰랐어요. 결혼해서 성이 바뀌었잖아요. 서로 이름을 막 부를 정도로 친했던 건 아니라서, 뉴스는 봤지만 설마 그 사람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죠. 어떻게 알았냐고요? 사진을 봤어요. 솔직히 피해자 얼굴 사진을 왜 보도하는지 예전부터 이해를 못했었어요. 그런데 이런 경우도 있으니 역시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을 바꾸게 됐죠. 얼굴 사진을 못 봤으면 그렇게 잔인한 사건의 피해자가 지인이었다는 걸 전혀 모르고 지냈을 거예요. 대학시절 지인들과는 거의 연락을 끊고 지내서 아무런 소식도 못 듣거든요. 깜짝 놀랐죠. 뭐라고 해야 할까요, 느닷없이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처럼 정신이 멍해지더라고요.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이해를 못했어요. 그렇잖아요. 내가 아는 얼굴이 갑자기 텔레비전에 나왔으니까요. 게다가 일가족 몰살 사건의 피해자라고 하니 머리가 새하얘졌죠. ‘이름이 유키에였나’, ‘나이는 저게 맞나’ 하는 등의 인식은 한참 뒤에 떠오르더군요. 얼굴 사진을 본 순간 내가 아는 나쓰하라 씨라는 걸 깨달았어요. 사람을 잘못 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은 나중에야 들었어요. 나쓰하라 씨가 무참하게 살해당했다고, 저는 사진을 보는 순간 알았어요. 으음, 이유를 설명하기는 좀 어려운데……. 어찌됐건 직감이니까요. 직감에 이유를 달아 봐야 별 의미가 없죠. 그래도 굳이 말해보자면, 그렇게 죽는 게 나쓰하라 씨에게 어울린다고 느껴져서가 아닌가 싶어요. 남들처럼 평범하게 나이를 먹다가 손자손녀에 둘러싸여 안락했던 인생을 마감하는 방식은 나쓰하라 씨답지 않다고 생각했나 봐요. 그래서 살해당한 사람이 나쓰하라 씨라는 사실을 바로 납득한 거죠.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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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남편, 아름다운 아내, 귀여운 두 아이…
무참히 살해된 완벽한 가족!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가? 압도적인 반전, 정교한 구성으로 전 일본을 충격에 빠트린 걸작 미스터리! 충격적인 반전으로 일본 미스터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통곡』(2008년, 비채 출간)의 저자, 누쿠이 도쿠로가 돌아왔다. 더욱 정교해지고 빈틈없어진 『우행록』은 도쿄의 고급 주택가에서 일어난 일가족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르포 형식의 소설이다. 명문대를 졸업해 대기업에 다니는 엘리트 남편, 미인이며 곱게 자란 아내, 그리고 귀엽기만 한 두 자녀. 그림에 그린 듯 주변의 부러움을 사던 일가족이 식칼로 난자당한 채 발견되고,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그로부터 1년 후, 이웃 아주머니, 부인과 요리를 배우던 수강생, 대학 동창, 회사 동료 등 주변 인물들의 인터뷰를 통해 사건의 이면에 숨겨져 있던 진실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인간이 지닌 어리석은 본성을 철저하게 파헤친 이 작품은 미스터리 소설 이상의 문학적 깊이와 가치를 인정받으며, 평론가와 독자들의 압도적인 찬사 속에 2006년 제135회 나오키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인간 심리의 어두운 심연을 파고드는 다중 시점 미스터리… 누쿠이 도쿠로의 정교한 덫에서 누구도 벗어날 수 없다! 『우행록愚行錄』은 말 그대로 ‘바보 같은 짓을 하는 자들의 이야기’이다. 대체 참혹한 살인 사건의 범인을 쫓는 이야기에 왜 이런 제목을 붙였을까. 지인들의 증언이 계속됨에 따라 처음에는 완벽하게 보였던 피해자 부부가 사실은 철없는 행각으로 점철된 인생을 살아왔다는 것이 밝혀지고, 독자들은 첫 번째 ‘우행’을 깨닫는다. 증인들의 목소리에 동조하여 부부를 어느 정도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성급한 독자라면 어쩌면 ‘결국 그 부부는 죽어도 안타까울 것 없는 인물들이었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반전의 달인 누쿠이 도쿠로가 단지 피해자를 단죄하기 위해 이처럼 번거로운 방법을 선택했을까? 다시 한 번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피해자 부부의 인간성은 딱히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나쁘기만 한 것도 아니어서 대부분의 지인들은 ‘그렇지만 그 사람은 상당히 괜찮은 사람이었다’라는 식으로 최종 평가를 내리고 있다. 게다가 마지막에 밝혀지는 살인범의 정체와 범행 의도가 너무나 의외롭기에, 독자는 마지막 페이지를 읽은 후에도 쉽게 책을 덮지 못한 채, 작가의 의중을 다시 처음부터 헤아려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의식하지 못하는 중에도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자신의 잣대로 재고, 옳은지 그른지 판단하며 살아간다.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이기에 그 과정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그러나 그 평가를 공론화하는 것이 과연 가당한 일일까? ‘남 말’을 한다는 것은 즉, ‘나는 그렇지 않잖아?’라는 상대적 우월감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누쿠이 도쿠로가 파헤치는 ‘우행’은 피해자 부부의 우행, 그들을 자의적으로 평가하고 시시덕거리는 지인들의 우행,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그들을 평가하고 재단하며 ‘바보 같다’고 생각하고 마는 독자들의 우행이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는 독자 모두는 작가의 정교한 덫에서 벗어날 수 없고, 잔인한 범죄의 공범이 되고 만다. 미스터리를 통해 인간을 관조하는 누쿠이 도쿠로… 그의 천재성과 탁월한 문학성을 주목하라! 누쿠이 도쿠로는 미스터리 작가이면서도 트릭이나 기교에 치중하지 않는다. 오히려 무게감 있는 진정성을 무기로, 인간 심리의 본질적인 면을 탐구하는 작가이다. 그렇기에 그의 작품을 읽다 보면 단순히 흥미로 사건의 흔적을 쫓는 대신, 하나의 사건에 복잡하게 얽힌 다양한 사람들의 심리와 상황의 추이를 쫓게 된다. 고뇌하는 작가 누쿠이 도쿠로의 진정성이야말로 어떤 기교보다 뛰어난 현실감과 짜릿한 스릴을 독자에게 선사하는 것이다. 그의 날카로운 시선이 이번에는 자신의 작품을 읽는 독자들에게 향했다. 사실, 인간의 극단적 일면인 범죄를 소재로 하는 미스터리 작품을 읽으며 독자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게 된다. 『우행록』은 독자들의 가장 예민한 심리를 정면으로 건드린다. 무척 불쾌하다. 그렇지만 공감할 수밖에 없고, 또 감탄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우행록』은 미스터리로서의 완성도는 물론, 그 탁월한 문학성을 인정받아 일본 최고의 문학상으로 일컬어지는 제135회 나오키상 수상 후보로 선정되는 영예를 누리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