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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란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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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심한 눈으로 바라보기
『아빠와 숨바꼭질』은 200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으로 등단하고 황금펜아동문학상을 받은 김애란 시인의 첫 번째 동시집이다. 이 동시집에는 총 50편의 동시가 실려 있는데, 제1부는 시적 화자인 ‘나’의 친구ㆍ학교ㆍ동생 이야기이고, 제2부는 아빠와 엄마 이야기이다. 그리고 제3부는 동물ㆍ식물 등의 자연과 사물 이야기, 제4부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이야기이다. 김애란 동시에는 엄마ㆍ아빠ㆍ할머니ㆍ할아버지 등 가족이 많이 나온다. 이들은 중산층 이하의 서민층으로서 대부분 고달프고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시적 화자인 ‘나’의 눈에 비친 아빠는 “아침에 일어나 보면/아빠는 벌써 나가고”(「아빠 보기」) 없다. 그래서 아빠가 있는 가게를 찾아가는데, “아무도 없는 집보다/아빠가 있는 가게가/나는 좋아./쪽방에 앉아 숙제를 하다/팔다 남은 쭈그러진 과일을/먹는 것도 좋아./아빠가 하는 대로/수건으로 사과를/문지르는 것도 좋아.”(「사과를 닦는다」) 하고 토로한다. 엄마 또한 고생스러운 삶을 영위하고 있어 “환경미화원인 우리 엄만/매일매일 낙엽 쓸기에/허리가 휘어”(「낙엽」)지고, “우리 엄마는/날마다/함바집에 간다.//함바집/작은 부엌에서/엄마는/하루 종일 밥을 한다.”(「우리 엄마」) 시적 화자인 ‘나’는 고단한 생활을 하는 엄마 아빠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다. 엄마 아빠가 왜 이런 고생을 하는지 알 만큼 철이 들었기에 낡은 핫바지를 입고 일하는 엄마가 안쓰럽기만 하다. 그래서 마네킹이 입고 있는 분홍 캉캉치마를 우리 엄마가 입으면 예쁘겠다는 생각을 한다. ……‘오늘은 말해야 되는데.’/함지박 가득 그릇을 쌓아 놓고/설거지하는 엄마.//“엄마, 저기……/있잖아요……”//“니는 아무 걱정 말고/공부나 잘 혀.”//구석에 앉아 공부하는 내내/바쁜 엄마가 신경 쓰였다./낡은 핫바지를 입고 일하는 엄마./오늘도 운동화가 샌다는 말을/못하고 말았다.(「우리 엄마」 일부) 마네킹이 입고 있는/분홍 캉캉치마/우리엄마 입으면/예쁘겠다./(헐렁한 바지만 입고 일하는 우리엄마)//가게주인한테 값을 물어보니/3만원이란다./내 용돈 하루 5백원/꼬박 두 달 모아야 살 수 있다./(두 달치 용돈 한꺼번에 받을 순 없을까)//학원 오가며 사먹던/컵떡볶이 떡꼬치 꼬치어묵……/안 먹을 수 있을까?/(두 달만 참아야지)//분식집 피해/빙 돌아서 학원에 간다./(어, 왜 이렇게 신나지)(「캉캉치마」 전문) 이 동시집에는 가난하게 살아가는 아이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 보여 준다. 하지만 시적 화자인 ‘나’는 그 현실에 함몰되지 않고 꿈과 희망을 잃지 않는다. 어떤 날은 엉뚱하면서 신나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좁은 우주선 안에서/우주인들이 둥둥 떠다닌다.//잠도 둥둥 떠서 자고/밥도 동동 떠서 먹는다.//넷이 누우면/돌아눕기도 힘든 우리 집./우주선이면 좋겠다.//엄마아빠 편히 누워 자게/나랑 동생은 둥둥 떠서 자면/신나겠다.(「우주선」 전문) 네 식구가 비좁은 단칸방에서 사는데, 넷이 누우면 돌아눕기도 힘들다. ‘나’는 이런 집에서 어렵게 살면서도 우리 집이 우주선이면 좋겠다는 상상을 한다. 우리 집이 우주선으로 변한다면 엄마아빠는 편히 누워 자고, 나랑 동생은 둥둥 떠서 자니 얼마나 신날까! 김애란 시인은 어두운 현실을 그리면서도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는다. 어떤 대상을 바라보든 긍정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른 봄날/엄마랑 꽃밭을 가꾼다./얼어 죽은 꽃나무들/겨우내 얼마나 추웠을까//뿌리를 뽑는데/잘 뽑히지 않는다./추위를 견디느라/서로 맞잡고 엉켜 있나 보다.//흙도 꼭 움켜쥔 채/놓지 않는 뿌리/흙이 고물고물 움직인다./자세히 보니/애벌레 몇 마리.//이제 알겠다./뿌리가 흙을 놓지 않는 이유/애벌레들 잘 자라고./춥지 말라고.(「꽃밭에서」 전문) 쓰레기더미에서/음식 쓰레기 뒤지고 있는/고양이.//누가 키우다가 버렸을까/주인 손길이 닿을 때마다/야옹야옹/재롱도 부렸겠지.//늙고 병들어서/버림받은 고양이/쓰레기나 뒤지며/살아가는/길고양이 되었다.//음식쓰레기 뒤지다가/나를 돌아본 길고양이/내 마을을 할퀴고 달아났다.//나는/풀어진 쓰레기봉투를 묶으면서/음식물 조금 흘려놓았다.(「길고양이」 전문) 김애란의 동시들은 참신한 비유로 시적 대상을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그의 작품들이 산문적인 진술로 떨어지지 않고 시적 품격을 유지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처음엔 우리학교도/열두 학급이었지/한 반에 서른 명 서른한 명/제일 적은 반도/스물여덟 명은 되었지.//하루 이틀 날이 갈수록/한 명 두 명 전학 가는 아이들/한 달 두 달 달력을 뜯을 때면/한 반 두 반 없어지는/우리학교 같아 슬펐지.//지금은 12월/마지막 남은 달력 한 장/전교생이 한 반인 우리탇교/조용한 교실 같아.//묵은 달력 위에/새 달력 걸어두면/꽉 찬 달마다 꽉 찬 날만큼/우리학교 교실마다/아이들 들어찰까.(「달력은 꼭 우리학교 같아」 전문) 우리 할머니 입은/꽃잎 오므린 호박꽃 같아요.//호박꽃 속에서/벌이 윙윙거리는 소리/들어 보셨어요?//나는 매일 들어요./우리 할머니 입 속에는/벌 한 마리 살고 있거든요.//윙윙윙……/남들은 우리 할머니 말/도대체 모르겠대요.//그래도 난 다 알아요./뭐라고 하시는지/느낌으로 다 알아요.(「우리 할머니」 전문) 「달력은 꼭 우리학교 같아」에서는 달력과 우리학교를 연결하여, 쇠락해져 가는 시골 학교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 준다. 또한 「우리 할머니」에서는 우리 할머니 입을 꽃잎 오므린 호박꽃으로 비유하여, 그 호박꽃 속에서 벌이 윙윙거리는 소리를 듣는 손주를 통해 할머니에 대한 은근한 사랑을 표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