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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녀석 덕분에
이경혜
바람의아이들 2011.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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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top100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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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1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글을 주로 쓰며, 영어와 프랑스어로 된 그림책을 우리말로 옮기고 있어요. 그림책 『행복한 학교』 『새를 사랑한 새장』, 동화책 『책 읽는 고양이 서꽁치』 『사도사우루스』 『말 더듬는 꼬마 마녀』 등을 썼고, 『무릎 딱지』 『뉴욕에 나타난 곰』 『가벼운 공주』 등을 우리말로 옮겼어요. 무엇이든 선물하고, 선물 받는 것을 참 좋아해서 작은 선물 가게를 꾸린 적도 있고요. 그래서 이 책을 옮기는 일이 더욱 즐거웠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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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03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04쪽 | 294g | 148*210*20mm
ISBN13
9788994475158

출판사 리뷰

열여덟 열아홉, 저만큼 결승선이 보이는 나이
『그 녀석 덕분에』는 묵직한 중편을 포함하여 네 편의 청소년 소설을 모은 작품집이다. 그동안 간간이 발표해 왔던 작품들을 공들여 손보고 다듬어 묶은 책이라 실제 집필 시기는 저마다 다르지만 작품 속 주인공들이 모두 열여덟, 열아홉의 나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일관성을 갖고 있다. 그리고 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이후로 좀 더 깊어진 작가의 시선이 한결같이 녹아 있다는 점이다. 열여덟, 열아홉이란 이제 막 성장기를 마치고 머잖아 공식적으로 성인이 될 나이다. 이를테면 오랜 마라톤 경주 끝에 저만큼 결승선이 보이는 때라고 할까. 이제 제도교육을 받는 아이들이라면 막바지 입시준비에 몰두해야 할 테고, 그렇지 않은 아이들이면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좀 더 진지하고 건설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철없이 날뛰거나 헤매고 다녀서는 안 될 때. 하지만 인생이란 공식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어서 아이들은 돌연 거대한 물음 앞에 서게 된다. 이대로, 정말 이렇게 어른이 되어도 괜찮은 걸까, 이렇게 어른이 되면 행복할까?

표제작인『그 녀석 덕분에』는 별 문제의식 없이 고3의 바쁜 시기를 보내던 평범한 열아홉 살 장양호에게 찾아온 아주아주 괴상한 일을 다루고 있다. 괴상한 일이란 자신과 똑같은 사람으로 변신한 바퀴에게 가족, 집, 학교 등 모든 걸 빼앗기고 내쫓긴다는 것. 옛이야기 속 쥐 변신 설화의 모티프와 동일하지만 여기에 주인공이 고3이라는 설정이 더해지자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실제로, 과연 우리나라 고3이라면 바퀴든 쥐든 뭔가가 자신의 자리를 빼앗아 간다고 해서 옛이야기 속 인물처럼 원통해할까? 자신의 진짜 꿈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면 행복할지, 인생에서 진정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한번도 묻지 않은 채 어른들이 가리키는 대로 달려온 아이들이 어느 날 진짜 물음에 직면했을 때 과연 외면할 수 있을까?

양호는 바퀴에게 자리를 빼앗긴‘덕분에’잊고 있던 음악에 대한 꿈을 깨닫고, 짝사랑하던 희진이와 함께 꿈을 이루기 위해 이제까지와 다른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바퀴 덕분에 맛보게 된 밴드 공연은 한낮의 꿈처럼 스쳐가는 대신 양호의 가슴 깊숙이 불을 지르고, 양호와 희진이는 제자리로 돌아가기를 포기하고 멀고 먼 어느 별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리딩 이즈 섹시!」의 민기 역시 어느 날 우연히 만난 동갑내기 여자애 연저를 통해 비로소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영화에 인생을 걸어보고 싶을 정도로 빠져 있지만 부모님과 학교, 사회의 시선이 무서워 대학 입학 이후로 꿈을 미뤄 둔 민기. 하지만 갑갑한 가정환경에도 불구하고 자신만만하며 자신의 삶을 자기 뜻대로 이끌어갈 줄 아는 연저를 만나자 무엇이 옳은 길일까 진지하게 묻기 시작한다.

꿈, 사랑, 미래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

어른들 입장에서 본다면 여전히 어리고 불안해 보이는 시기지만 고2, 고3 정도 되면 사실 성인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불안과 혼돈의 시절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어 가고 있는 상황이라 사고방식이나 내면을 다스리는 힘은 탄탄해졌을 테고, 자기 자신을 성찰할 줄도 알게 된다. 「베스트 프렌드」와「학도호국단장 전지현」은 표면적으로 십대의 사랑과 설레임에 대한 작품이지만 거기에 반성적 성찰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더욱이「학도호국단장 전지현」은 30여 년 전 유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정치적 상황과 혼란스러운 내면을 적절히 버무려, 유머러스한 인물 묘사에도 불구하고 단단한 알맹이를 느끼게 해준다. 어른들은 늘 청소년들을 안쓰러워하는 한편, 그들이 잘못될까 봐 손을 내밀어 바로잡아주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청소년들은 제 나름의 에너지를 갖고 있어 스스로 나아갈 길을 개척해나갈 수 있는 존재들이 아닌가. 그리하여『그 녀석 덕분에』가 청소년 독자들에게 행복하게 다가갈 때 독자들은 자신들이 가진 가능성과 힘을 문득 깨달을지도 모른다. 제대로 생각해보지 않았던 꿈에 대해, 사랑에 대해, 미래에 대해 비로소 진지하게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알고 보면, 그것이 바로 문학이 할 일인 것이다.

추천평

1925년 카프카는『변신』이라는 작품을 통해‘내가 벌레가 되던 날’의 충격을 전했다. 2011년 이경혜는『그 녀석 덕분에』에서‘벌레가 내가 된 날’을 말한다. 100년 가까운 시차를 두고 두 작가가 정반대의 경험을 이야기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수험생 장양호는 똑같이 생긴 가짜 양호에 떠밀려 집에서 쫓겨난다. 가짜 양호는 방구석에 살던 바퀴벌레의 변신체였다. 양호는 자신의 삶을 자신보다 더 능숙하게 대행하는‘바퀴벌레 양호’를 보며‘나는 누구인가’를 묻다가 묘한 동지애를 느껴 그와 친구가 된다. 벌레가 된 자괴감에 시달리던『변신』의 그레고리와 달리 양호는 바퀴벌레에게 허위의 삶을 맡겨버리고 진짜 삶을 찾아 홀로 나선다. 그만큼 현재의 삶이 껍데기에 불과했다는 통쾌한 역설이다. 삶의 언저리를 배회하던 친구들과 밴드를 결성하고 본래 심장의 드럼소리를 되찾는다.

이경혜는 전작『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를 통해 가슴까지 청소년의 삶으로 걸어 들어갔다면 이번 작품집에서는 그 삶에 풍덩 뛰어든다. 인물들은 넉살스럽지만 타인의 상처를 예민하게 어루만질 줄 알며 밑바닥을 직시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책 속에 등장하는 밴드‘달빛요정’의 노래처럼‘절룩거릴’줄 알 때 우리는 ‘행운아’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의 작품에서는 현실 자각과 패배가 정비례하지 않는다. 놀라운 에너지를 되돌려준다. 청소년 문학의 명징한 얼굴을 보았다.
김지은 (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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