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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사상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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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 시인의 말

제1부
낯선 곳에서
공중정원
식구
불쌍한 것
분리수거일
저 책꽂이에 햇살이
그들은 어디로
잠시
머뭇거리다
그 남자의 담금질
아무것도 아닌 나
엘리베이터
칼날이 두부에게
가난의 긍정
일요일 밤
십 년 된 꽃무늬 벽지
밥그릇
약속
거룩한 그물
라이프아파트 상가 호프집
이종(異種)의 평화
라이프의 법칙

제2부
신문을 펼치며
몸살
오후 5시
전인권을 듣는 밤
너의 혀를 기억하는 눈물
다시 한 번
잠깐
아, 노인
화무십일홍

거울을 들여다볼 적
나의 소원은
깨진 유리창
프린터의 정체
꽃구경
곡(哭)
낡은 수도꼭지
밤바다
가문의 내력
처서
훌훌 다 털고
사랑은 아직도·1
사랑은 아직도·2
사랑은 아직도·3
너는 나처럼 살지 마

제3부
첫 차
지워지지 않는 이야기
그가 다녀갔다
몽돌
당신의 안부
어떤 눈물
믿거나 말거나
텅 빈 서랍
못난 놈
절로 피는 꽃
늙은 복서의 독백
당신과 나 사이에
등 뒤에 너를 태우고
항아리
지하철 만담
누가 알까
별볼일없는 그 사람
소년처럼
진짜 보석
속절없는 기도
병문안
자발적 은둔자에게

해설 아픔 속에서 자라나는 ‘절로 피는 꽃’ -이성혁

저자 소개 1

인간의 일생은 걷는 것이다, 라고 정의할 만하다. 모두 걸음마를 떼고부터 걷고 걸어 여기에 이르렀다. 그 긴 여정을 잠깐의 산책에 비유해도 이상하지 않다. 또한 오늘의 산책을 인생에 빗대어 이야기해도 과장만은 아니다. 산책은 앞으로 걸어가는 것이면서 제자리를 맴도는 것. 때로는 옆으로도, 뒤로도 걸어가는 것. 인간은 산책하면서 관찰하고 생각하고 자성한다. 자기 자신에게 묻고 대답하는 자문자답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러므로 산책하는 인간이라야 비로소 이성과 지성의 인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산책하면서, 나는 나의 감정들을 내 것이 아닌 양 바라보기도 한다. 이십 대에
인간의 일생은 걷는 것이다, 라고 정의할 만하다. 모두 걸음마를 떼고부터 걷고 걸어 여기에 이르렀다. 그 긴 여정을 잠깐의 산책에 비유해도 이상하지 않다. 또한 오늘의 산책을 인생에 빗대어 이야기해도 과장만은 아니다. 산책은 앞으로 걸어가는 것이면서 제자리를 맴도는 것. 때로는 옆으로도, 뒤로도 걸어가는 것. 인간은 산책하면서 관찰하고 생각하고 자성한다. 자기 자신에게 묻고 대답하는 자문자답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러므로 산책하는 인간이라야 비로소 이성과 지성의 인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산책하면서, 나는 나의 감정들을 내 것이 아닌 양 바라보기도 한다.

이십 대에 시인이 되어 시집 『지나가나 슬픔』, 『근황』, 『거룩한 그물』, 『여기 아닌 곳』, 『눈 한번 감았다 뜰까』, 『나는 참 어려운 나』, 『각각의 방식』을 썼다. 산문집 『멜로드라마를 보다』, 『아무것도 아닌 아무것들』, 『나의 충분한 사생활』도 펴냈다. 우화집 『달팽이 사랑』, 『전생을 기억하는 개』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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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09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36쪽 | 208g | 127*205*20mm
ISBN13
9788956408637

출판사 리뷰

조항록 시인은 『거룩한 그물』에서 자본의 일상에 억눌린 소시민의 삶과 운명 공동체인 가족과 이웃의 아픔을 섬세한 이미지로 그려내고 있다. 또한 언뜻 번민의 결정체 같아 보이는 인생임에도 그 안에 감춰져 있는 한 줌의 위안과 평화를 애써 발굴해 세상의 모든 무명자(無名者)들을 위로하고 있다.

어부 김씨는 오늘도 그물을 던진다 / 망망대해에 던져진 그의 그물은 두려움을 모른다 / 바닷길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의 고요한 마음이랄까 // 어둠뿐일 것 같은 바다 속에서 / 그는 용케 따뜻한 밥상과 자식들의 학비와 전기세와 물세와 / 아내의 병원비와 몇 잔의 소주와 몇 시간의 휴식을 낚아올린다 / 어부 김씨의 그물에 바다는 담기지 않는다 / 바다는 공허한 것이라서 가둘 수 없는 상념이라서 / 그의 그물은 바다를 다 흘려보내고 생활만 건져올린다 (「거룩한 그물」 부분)

아들이 분가할 적 / 아버지는 낡은 연장들을 반으로 나누었다 / 조금 좋은 쪽이 아들 몫이었다 / 그것이 부모 마음이었으나 / 그 뒤 여러 차례 아버지의 망치는 손을 찧었고 / 드라이버는 생활을 조였다 / 아들은 낡은 연장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 몇 번이나 새 연장 세트를 살까 망설였으나 / 사들이기보다 어려운 것이 내다버리는 일이었다 / 녹슨 것은 녹슨 대로 / 휘어진 것은 휘어진 대로 / 과거는 쉽게 청산되지 않았다 / 가만 보면 / 아들의 못질이 아버지의 못질이었다 (「가문의 내력」 전문)

겨울이 바람의 팔목을 비틀며 / 항복을 강요할 적 / 산수유가 피었다 // 저기 설움의 아랫녘부터 / 왜 꽃이 피어나는지 / 다시 젖 먹던 힘까지 용을 쓰는지 // 당신이 또 다른 당신의 고통에 무심하듯 / 겨울은 어쨌거나 봄을 이해하지 못할 뿐 / 봄은 결코 꽃을 잊는 법이 없는데 // 겨우 사람의 일만 살필 줄 알아 / 하마터면 얼어붙은 대지를 두드리며 / 섣부른 희망을 들먹일 뻔했으니 (「절로 피는 꽃」 전문)


이와 같은 조항록 시인의 작품 세계는 ‘뜨거웠던 한 청춘의 기록’이라고 할 만한 제1시집 『지나가나 슬픔』과 ‘삶에 대한 연민’을 이야기했던 제2시집 『근황』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층 더 성숙해진 견자(見者)의 직관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시집에 수록된 그의 작품들을 통해 우리의 지난한 삶과 다분히 억압적인 세상의 정체가 속속들이 그 면모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동료 시인들도 『거룩한 그물』이 가진 그와 같은 미덕을 직시하고 있다. 김충규 시인은 “겉으로 보기에 조항록의 시는 잔잔한 물결 같은데, 속을 들여다보면 칼날을 시퍼렇게 물고 있는 형국이다.”라고 했고, 정병근 시인은 “그의 시 속에는 속도가 들끓는다.”라고 평했다. 아울러 시집 해설을 쓴 이성혁 문학평론가는 “조항록의 시는 벼락 속에 감추어져 있던 삶의 갈망과 진실을 드러낸다. 시인은 이제, 삶의 진실이 감추어진 벼락같은 순간을 포착하여 담아내는 작업에서 시작(詩作)의 길을 찾아낸 건 아닐지?”라고 이야기했다. 그 모두가 『거룩한 그물』에 담겨 있는 시적 진정성에 대한 격려인 것이다.

추천평

그의 시 속에는 속도가 들끓는다. 그 속도는 “사랑의 속도가 아니라/낯선 풍경이 어디론가 데려가는 질주의 생활”에서 비롯된다. 자본을 좇아 맹렬하게 질주하는 현재의 “쾌속”은 동반과 소통에 기여하기보다 분열과 단절을 조장하는 데 더욱 골몰한다. 암묵적 대세를 등에 업은 속도가 개인의 삶을 압도할 때, 개인은 ‘무명자(無名者)’ 혹은, 순 욕망을 거세당한 ‘욕망 실패자’로서의 본분을 뼈저리게 앓는다. 이 극복 불능의 시간 속에 그가 살고 그의 시가 존재한다. 그는 속도의 요구에 부역한 ‘강제 질주자’이며 따라서, 욕망 실패자이다. 그의 이번 시집은 그것에 대한 회한과 자기부정의 한 정수(精髓)로 읽힌다. 어제와 오늘이 다름없고 내일 또한 오늘과 다르지 않을 것임을 예언할 때, 요지부동의 일상을 무명자로 살아내기란 고통 그 자체일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가 세월에 대한 회한과 분노로만 끝나지 않은 것은 바로 가족에 대한 사랑 때문이다. 그것은 그가 그토록 환멸하는 일상의 나날들이 그에게 준 선물 같은 것이다. 그는 “아무도 말 걸지 않는 불굴의 가장”으로서 “성실한 복사와 표절의 생애”를 묵묵히 수행한다. 그는 “라이프아파트” 곧 인생아파트(!)에 사는 소박한 가장이며, 성(聖) 가족을 위해 날마다 바다로 나가 그물을 던지는 굳센 가장이기도 하다.
정병근(시인)
“그의 은밀한 비밀을” 나는 이미 알고 있다. 그는 무서운 시인이다. 무서운 그가 쓰는 시가 무섭다. 겉으로 보기에 그의 시는 잔잔한 물결 같은데, 속을 들여다보면 “칼날”을 시퍼렇게 물고 있는 형국이다. 조악(粗惡)과 비문(非文)이 높이 대접받는 이 시대에 그의 문장은 정밀하고 섬세해서 오히려 외곽에 머문 듯한 인상을 받는 게 아닌가 싶다. 그의 시를 혹 처음 대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가슴이 칼을 품은 줄” 알고 화들짝 놀랄 게 틀림없다. 그는 무리를 거느리지 않은 무림(武林)의 고수다. 홀로 무예를 익히며 무림을 천천히 거니는 고수는 외로울 수밖에 없다. 무리를 거느린 고수는 당대에 제 지닌 능력보다 더한 능력자로 착시되는 게 엄연한 현실이나, 진정한 고수는 사후(死後)에 평가받는다. 시단의 그 어떤 충동질에도 흔들리지 않고 독자적인 세계를 일구는 그의 시가, 나는 물론 당대에 우뚝하기를 바라고 있으나, 현실이 돌아가는 모양을 보면 그는 앞으로도 더 외롭고 고독한 고수로 지낼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그는 오늘도 “누구도 들여다보지 않는 어둠 속에/저 혼자 외로움만 숙성시키”고 있는 중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등 뒤의 검은 절벽”을 견디며 그가 세상에 내놓은 시편들이 “진짜 보석”임을 나도 알고 당신들도 모두 알고 있다. “소걸음으로 만 리를 걸”어온 그가 아닌가. 무릎 아래 철벅이는 “망망대해에 던져진 그의 그물은 두려움을 모른다.”
김충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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