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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ry Paul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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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다고 해서 사람들을 싫어하는 건 아니다. 그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게 불편할 뿐이다. 남들과 함께 있을 때마다 낯선 별에 홀로 떨어진 외계인이 된 기분이 들곤 한다. 그리고 그런 때는 어떻게 행동하고 말해야 할지 몰라 남들의 눈치를 살피게 된다. 그런데 그처럼 혼자 동떨어진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혹시라도 말실수를 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다 보면 몸도 마음도 녹초가 되기 일쑤다.
내게 현실의 사람들은…… 어딘가 좀 불가사의해 보인다. 그래서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처럼 느껴진다. 반면에 책 속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아서 좋다. “맞아. 조해나 언니가 바로 그렇게 말했어. 그리고 정말 중요한 건 사람의 내면이니까 겉모습에 속아 넘어가선 안 된다고도 했어.” “혹시 겉모습에 속아 넘어가는 건 시간 낭비라고 하지 않았어?”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조해나 누나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시간 낭비거든.” 칼라는 한참 동안 테이블을 내려다보다가 다시 말했다. “조해나 언니는 이 모든 걸 어떻게 알게 된 걸까?” “그야 나도 모르지. 난 그저 누나가 깨달은 사실을 내게 알려 주는 게 고마울 뿐이야.” 솔직히 말하자면, 언젠가는 항암 치료가 효과를 발휘해 조해나에게 가발이 필요 없게 되고, 몸에 살도 붙을 거라고 막연히 믿고 있었다. 이건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실제로 암을 이겨 내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런 일은 결코 불가능한 게 아니었다. 더욱이 조해나가 내 정원이자 우리의 정원, 그녀의 정원이 완성되는 모습을 보지 못할 거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매슈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지난번에 접시를 떨어뜨린 것이었다. 내가 행운의 동전 앞에서 소원을 비는 조해나를 놀리려고 했을 때, 느닷없이 바인더로 내 명치를 때린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였다. 나는 뼛속까지 얼어붙어 온몸이 마비되는 기분이었다. 입에서는 쓴맛이 느껴졌다. 그것은 두려움의 맛이었다. 갑자기 속이 울렁거리면서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눈이 따가웠다. ---181p “이런 말이 좀 우습다는 건 알지만…… 내가 정말 행복했던 건…… 누군가에게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 되었다는 거?” “맞아요. 그럼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도 알겠네요?” “그래, 핀. 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이해해.” “그럼 됐어요.” “그래.” “그런데 누나?” “응?” “난 정원 가꾸는 일엔 정말이지 젬병이에요.” 조해나는 말없이 빙그레 웃기만 했다. “누나?” “응?” “오늘 철인 삼종 경기 때 누나를 위해서 매슈와 제가 뛸게요. 누나 친구들 대신 우리가 누나의 대리인이 되고 싶어요. 수영과 달리기는 매슈가 할 거고, 자전거는 제가 탈게요. 천천히.” 그러자 조해나가 눈을 감고 베개에 머리를 기대며 말했다. “핀, 나는 평생 너 같은 사람을 만나기를 기다려 왔어.”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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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특유의 유머가 담긴 가슴 찡한 휴먼 스토리
주로 이국적인 야생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소년들의 흥미진진한 모험 이야기를 써 왔던 아동 ? 청소년 문학계의 거장, 게리 폴슨이 색다른 이야기를 들고 한국의 독자를 찾아왔다. 도시를 배경으로 비교적 평범한 일상을 다룬 이 작품은 작가에게도 새로운 시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일흔이 넘은 나이인데도 마치 십 대 소년들에게 빙의라도 된 듯 그들의 심리와 행동을 실감나게 그려 내는 작가의 재능은 이 책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어 있다. 자칫 무겁고 식상할 수도 있는 주제를 특유의 유머로 가볍고 유쾌하게 그려낸 점이 돋보인다. 자기만의 세계에 스스로 갇혀 지내던 소년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세상 속으로 한 걸음씩 다가서는 과정을 그린 이 작품은 눈물과 웃음이 모두 담긴 가슴 따뜻한 한 편의 휴먼 드라마이다. 세상과 소통을 거부한 고치 속 소년의 파란만장 성장기 친구가 있다는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열네 살 소년, 핀. 이런 핀에게 친구다운 친구는 매슈와 비록 말은 못하지만 늘 곁을 지키는 개 딜런뿐이다. 핀의 이번 여름 방학 계획은 방학 내내 말을 섞는 사람의 수를 열 명 이하로 제안하는 것. 그러나 이 계획은 옆집으로 이사 온 대학원생 조해나를 알게 되면서 무너져 버린다. 조해나는 유방암 환자로 핀은 그녀의 부탁으로 자기 집 마당에 정원을 꾸미기 시작한다. 그로부터 날아든 보낸 사람을 알 수 없는 쪽지, 유방암 홍보를 위한 모금 활동, 매슈와 함께한 수목원에서의 하룻밤, 꿈만 같던 칼라와의 데이트, 조해나를 대신해 참여한 철인 삼종 경기 대회까지. 그야말로 실수 연발, 파란 만장한 일들의 연속인 여름 방학을 보내게 되는데…. 세상과 소통을 거부한 고치 속 소년은 과연 세상 밖으로 걸어 나올 수 있을까? 누군가가 대신할 수 없는 것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이 우리의 삶 현실의 사람들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된다는 이유로 책 속의 사람들이 더 좋은 핀은 세상과 가족, 친구와의 소통을 스스로 거부한 소년이다. 유방암 투병 중인 조해나는 병에 맞서 쿨하고 유쾌하게 생활하고는 있지만 투병은 올곧이 그녀의 몫이다. 그래서 어쩐지 외로운 싸움을 하는 둘의 모습은 닮아 있다. 핀의 외로움을 누군가가 대신할 수 없듯이, 조해나의 투병 역시 누군가가 대신할 수 없다. 그러하기에 서로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려던 것이 아니었을까. 밥 딜런과 그의 음악이 복선처럼 등장하는 이 작품에서 훗날 핀은 밥 딜런의 ‘조해나의 환상’이라는 노래의 가사를 찾아본다. 핀에게 강한 인상을 준 부분은 ‘이제 남은 것은 조해나의 환상뿐…….’이란 마지막 구절이다. 핀은 밥 딜런의 생각이 틀렸다고 말한다. 이 책을 읽고 있는 우리에게 남은 것은 과연 무엇일까? |